시골집 풍경
그리운 날
뜨거운 팔월, 아침부터 하늘이
까맣더니 곧장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언니는 문을 활짝 열어놓고
아랫목에 엎드려 선데이서울을 보고 있다
엄마는 애호박과 감자를 총총 썰어 야채전을 하시는지 부엌에서 기름냄새가 난다
아버지는 사랑채 광에 앉아 새끼줄을 꼬시는데 줄이 긴 걸 보니 멍석을 만드시려나 보다
지붕에 고인 물이 기와를 미끄러져 내려와
커다란 항아리에 쪼르륵 쪼르륵 물을 채우고 있다
나는 대청마루에 앉아 행길 건너 앞산에 뿌옇게 산 안개가 피는 걸 보고 있다
산 허리에 뿌연 안개가 마치 백발 신령님들이 나들이를 나온 듯 아주 천천히 천천히 움직인다
대문 옆 커다란 향나무 사이사이에 비를 피한 새들이 숨어 날개 손질을 한다
엄마가 접혀 있던 상다리를 펴고 계신다
야채전을 먹으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