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장

by 서윤

찬장


찬장에 간장 고추장 된장이

각각 작은 종재기 안에 담겨

언제든 밥상에 오를 준비태세를 하고 있다


찬장에 익은 김치 볶은 김치

물김치 장가못 간 총각김치까지

부엌주인한테 간택되길 기다리는데


찬장에 콩밥 보리밥 찬밥 눌은밥이

놋그릇 사기그릇 양은대접에 앉아

굳은 얼굴로 나를 언제 먹을거냐 한다


찬장에 싸구려 유리문 한쪽은

언제부터 사라진 걸까

나무문짝은 왜 금이 간 걸까


어느 날 마루에 냉장고 턱 들어앉으니

그나마 봐주던 찬장에

먼지만 뽀얗게 앉아 빈 그릇 몇 개뿐이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