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뭉스럽게

어머니의 치매

by 서윤

의뭉스럽게


정신을 하나 둘 내려놓으시더니

지나는 사람 모두

의뭉스럽다며 손사래를 치신다

긴 세월 참고 사시느라

가슴에 고름이 가득 차 짜내시느라

모두 다 의뭉스럽다 하시겠지

하고픈 말

하고픈 일

어디에 숨겨놓았다가

이제 의뭉스럽게 풀어놓으시는 건지

엊그제는 장판 밑에 넣어 둔

돈을 누군가 훔쳐갔다 하시면서

아는 사람 전부를 도둑 만드시더니

이젠 스치는 사람도

의뭉스럽다며 정을 끊어내신다

어머니의 눈빛에 스친 바람이

자꾸만 먼 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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