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궁이

by 서윤

아궁이


부엌 한켠에 앉아

검은 아가리 벌리고

마른 장작 토막토막

불씨로 말을 걸면

겨울이 금세 붉어지고

화들짝 놀란 방 구들이

궁둥이를 들썩거린다


가마솥 바닥에

눌어붙은 밥풀떼기 속에

어머니의 숨결도

함께 눌어붙어

솥뚜껑은 뽀얀 한숨 토해내다

끝내 흐르는 눈물

부뚜막에 쏟아낸다


타다 남은 잿더미 속에

토해내지 못한 이야기들

식지 않은 하루를 넣어두면

밤새 재로 남아

아궁이는 불을 피우는 곳이 아니라

살아온 날을 조용히

덥혀주고 안아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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