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의 기억

아버지의 마음

by 서윤

한 때의 기억



한 때의 기억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그곳에 놓인 내가 너무 좋아서. 두 번 없을 괜찮은 모습이기에. 오늘이 저무는 게 그렇게 아쉬웠어도 기대하는 내일이 있었던. 덕분에 고된 하루를 자꾸만 무찌르고는 했던 시절.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했던 것은 언제나 사랑.

< ' 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 ' 내용 중에서 >




삶을 살아가던 보면 끊임없이 시험에 들게 하고 때론 지치고 고단해서 여기까지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모두 처음이니까 그럴 때마다 지팡이 삼아 딛고 일어서고 다시 걷게 하는 힘은 한 때의 기억이 누구에게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남녀 간의 사랑이었든, 친구와의 우정이었든, 부모의 사랑이었든 기억은 다양하다. 나의 이번생은 정말 주기별로 고난의 주머니를 터트리는 삶이었다. 아마 앞으로도 몇 개의 고난 주머니를 더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럴 때마다 나를 잡아주고 일으켜주는 건 아버지의 믿음과 사랑이었다. 늦게 본 자식에 대한 애틋함을 넘어 늘 기대와 희망의 뿌리를 내 마음 곳곳에 심어 놓으셨다. ' 너는 할 수 있어 ' 언제나 자신감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을 용돈보다 먼저 건네주셨다. 첫 직장에 입사하게 되었을 때, 나는 돈을 만지는 부서도 아닌데 보증인 5명을 세워야 한다는 주문서를 받았다. 보증인의 조건은 7급 공무원 이상, 재산세 10만 원 이상 납부자였다. 1990년대 초반 그건 농부의 딸에겐 하늘에서 별 다섯 개를 따오라는 것과 같았다. 그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손자뻘 되는 조카 앞에서 그 옛날 처갓집 종복이었던 사람의 아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보증서 다섯 장을 받아오셨다. 그 사실은 어쩌면 아버지 인생에 가장 굴욕적이면서도 가장 희망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늦둥이 막내딸이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서 반듯한 사람으로 꿋꿋하게 살아가라는 메시지였고, 사랑이었다. 살다가 쓰러지고 싶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오면 나는 그때의 아버지를 떠올린다. 아버지가 내게 건네준 건 보증서가 아니라 포기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것이었을 것이다. 굴욕은 잠시지만 성공은 영원하다. 인생은 정답이 없는 길고 긴 레이스이고, 승패의 룰도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인생의 배에 올라탄 순간 선장도 조타장도 선원도 그 누가 아닌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 낮은 물을 만나 잠시 멈추고 빙산에 부딪혀 선체가 부서지고 태풍을 만나 선체에 물이 차도 그 방향키는 내가 잡았기에 책임도 나의 몫이 된다. 그럼에도 인생의 배는 나아가야 한다 내가 가고자 했던 목적지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 아버지가 내게 가르쳐 준 것은 무한한 사랑이었으며, 포기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한 때의 기억 그것은 인생의 배에 없어서는 안 되는 연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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