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마철에 엄마가 되었다.

엄마와 아들

by 서윤

1998년 6월 나는 엄마가 되었다.

뭐가 급한지 약속날보다 보름먼저 세상에 나온 나의 보물 나의 아들.

출산을 하고 산후통으로 엄마가 되는 길은 험난하다는 것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 시절엔 지금처럼 출산휴가가 길지 않아서 출근할 생각에 초유를 먹이고 바로 분유를 먹이기 시작했는데, 이번엔 또 젖몸살이 찾아왔다.

임신중에 8개월동안 입덧을 했고, 9개월째 독감이 와서 제대로 먹지 못했더니, 겨우 2.5킬로의 작은아이로 세상에 울음을 터트린 아가는 시위라도 하는건지 생후 1주일이 지나면서부터 대식가가 되었다.


유월 장마철 날씨는 흐리고 비오고, 흐리고 비오고, 맑은날은 언제였던가 할 정도로 그해엔 장마가 길었다. 어쩌면 길다고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산후통, 젖몸살을 지나니까 이번엔 또 산후 우울증이 왔다.

아가야를 봐도 짜증나고, 슬프고, 줄어들지 않는 배를 보면서 신경질을 부리고 아침에 출근하는 사람들이 부러워서 울고 울었다.


아가의 뽀얀얼굴 꼬물꼬물 작디작은 손과 발을 보면서 내가 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겁도 나고, 혹시 내가 못난 엄마가 될까 걱정도 앞서고, 생각은 생각을 키우면서 내 마음을 괴롭혔다.

비가 내리는 창밖 풍경에도 이유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출산 한달이 지나면서 아가의 볼에도 엉덩이에도 포동포동 살이 오르고 나는 이끌리듯 뽀얀 아가를 안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 아가야 ! 나 엄마야, 건강하게 태어나줘서 고마워 !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서툴고 모르는게 많지만, 많이 사랑할께 엄마도 우리 아가 잘 돌볼거니까, 지금처럼 건강하게 엄마품에서 무럭무럭 씩씩하게 자라줬으면 좋겠어. 엄마가 우울증이 심해서 많이 안아주지 못해 미안해 "


우리 모자는 그날 이후 단짝이 되었다.

5살에 아버지를 잃은 아이는 틱장애가 왔고, 야뇨증으로 힘든 시간을 함께 하면서 초등학교 내내 주말마다 체험학습을 다니고, 한시간 넘게 밥을 먹는 아이와 눈 마주치면서 괜찮아, 괜찮아, 좋아질 거야 천천히 해도 괜찮다고 아이를 다독이면서 가슴에 쌓이는 눈물들을 삼키고 삼키다 보니 아이의 상태가 좋아지고 건강한 남자로 자라기 시작했다.


2025년 장마가 시작되었다는 기상캐스터의 목소리에 아 ~~~ 벌써 세월이 이만큼 흘러갔구나 !

내 아드님도 장성한 남자가 되어 있고,

나는 50줄 후반에서 60줄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있다는 생각에 슬픔보다는 기특하고 자랑스럽고 엄마 역할을 잘 해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친구 같고, 애인 같고, 가끔은 시어머니 같은 내 보물 내 아들과 또 행복하게 건강하게 잘 살아가야지 ! 그러다가 아들이 짝을 만나서 아빠가 되고, 나처럼 중년이 되었을 때, 셋이 아닌 둘이었지만, 행복했다고 기억해 주면 좋겠다.


피할 수 없는 장마철처럼 겪어야 하는 것을 당연하다 여기면 그만큼 마음도 가벼워지고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게 인생 아닐까 싶다. 언제나 모든 순간을 버겁다 여기지 말고, 내게 주어진 오늘이라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