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일상속에서
요즘은 스파에 찜질방을 갖춘
최신 시설의 목욕탕이 많지만
나는 오랫동안 다니던 나이를 알 수 없는
목욕탕을 고집한다
곰팡이 냄새에 덜거덕 거리는 환풍기소리
색바랜 벽에 물때 낀 거울 고장난 샤워기의 정겨움이 익숙하고 그 중에 제일 좋은 건
만나면 반갑게 웃으면서
"왔어? 오늘은 늦었네 피곤해서 어쩌? "
정 묻은 인사가 너무 좋아서 일거다.
이십년 가까이 같은 목욕탕을 다니다 보니 목욕탕에 오는 사람이 전부 언니고 동생이고 이모다.
사람냄새가 나고 사는 모습이 다 거기서 거기인 사람들의 휴식공간 같은 곳,
웃음이 묻어나는 정겨운 곳이라서 좋다.
오늘도 목욕탕의 분위기는 다른 날과 다름없이 온탕에 앉아 화투장으로 운세를 보는 언니, 열탕 온탕 냉탕을 오가며 물장구를 치는 이모, 얼굴이 홍시처럼 익어도 삐그덕거리는 사우나 유리문을 드나드는 언니들, 세신사에게 몸을 맡기고 쭉 뻗은 개구리처럼 누워 있는 동갑내기 친구, 열탕에서 손가락이 쪼글쪼글해져도 수다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의 모습이 구수하다.
삶을 그리고 또 하루를 또는 며칠을 살아 낸 이들의 구수한 이야기들이 공감되고 위로되는 공간 속에서 냉커피 한잔, 박카스 한 병을 나누는 정이 있고 뉘 집에 누가 아프단다~~ 어느 집 딸은 또 딸을 낳았다는 끝없는 소식들이 들려오고, 배춧값이 폭등해도 그곳에 가면 어디서 싸게 사고 어디가 맛있다는 소소한 정보도 공짜로 얻어진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고 기계화되고 AI 시대에 한가지 정도는 구식이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곰팡이 냄새 없고 최신식 시설을 갖추었지만, 서로 모른 채 각자의 목적만 달성하면 바쁘게 뒤도 안보고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오고 가는 최신식 사우나 스파가 나는 낯설고 불편하다.
벌거벗은 몸이 당연하듯 속내를 다 보여도 부끄럽거나 창피하지 않은 그곳에선
힘들었던 일상을 가감없이 털어놓아도 진심으로 들어주고 위로해주는 곳
다큐도 개그가 되고, 가식도 거짓도 꾸밈도 필요없는 오래된 목욕탕에서 나는 오늘도 마음에 묵은때를 깨끗이 비워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