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시는

시와 삶

by 서윤

그러니까 시는


색 바랜 낡은 갱지

몽당연필에 침 묻혀가며

꾹 꾹 눌러쓴

삶이

오래된 서랍 속에서

세월 먹은 쿰쿰한 냄새로 산다


흐릿해진 글씨들이

나의 젊은 날들을

간직한 채

묵은지처럼 쉰내를 풍기며

나를 본다

잊지 말라는 듯이


버리지도 못하고

아껴주지도 못하고

무관심으로

서랍 속에 방치한 마음들

돌이킬 수 없고

재생할 수 없는 서러움


새로 산 원고지에

한 자 한 자 쓰여진다

서랍 속으로 들어갈

마음을

삶을

눌러 담는다

먼 훗날 쉰내로 만날 글씨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