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는 것
시
종이 위에 넓은 집을 짓고 온갖 좋은 가구를
들여놓고 배치하고 배치하고
어딘가 엉성하고 허전하면 통째로 집을 부수다가 수리하고 다시 종이의 배를 쭈욱 가르고도 아쉬움은 끝끝내 그 무엇을 앉혀 놓아도 그 자리가 제자리가 아닙니다
뜯어내고 새로 다듬어서 다시 다른 재료들을 구하고 구하고 채워 넣어도 만족되지 않음에
종이 가득 검정의 벽지도 바르고 다시 덧칠하다 지워버리고 맙니다
활활 타는 화산에 북극곰이 앉아 있다고 해야 하나
남극의 얼음판 위에 불덩어리를 올려놓았다 식으로 해야 하나
미지의 언어들 말들 표현들을 찾아 꽃잎 한 장 한 장 떼어서 책갈피 안에 말리고, 향기가 사라지지 않게 하는 그런 것들을 매일매일 찾느라 집시처럼 헤매더라도 그대에게 닿을 수만 있다면 닿기를 바라면서 또 종이 위에 새로운 집을 짓고 있습니다 여전히 지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