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클레이
*표지사진: 요가수업이 열리는 대학 체육관 입구
봄방학이 끝나고 오늘 월요일부터 다시 대학 요가수업이 시작되었다. 주중 매일 새벽 4시반경에 일어나 준비를 하다가, 5시 반 정도에 요가수업이 있는 체육관에 도착한다. 그때 비슷하게 나오는 얼굴들이 있다. 그중에 나보다 더 먼저 나오는 40대 부부가 있다. 부인 K는 한국계이고, 남편은 이곳 건축과교수인 미국인 클레이다. 이름은 정확히는 클레이턴인데, 줄여서 클레이라 불린다. 이 두분은 1년 반 정도 전에 이 요가수업에 나오기 시작했다. 샬롯스빌에 온 것은 3년전 인데, 처음엔 이 아쉬탕가 요가수업을 몰랐다한다.
이 수업에 나온지 1년 반이 조금 넘었는데, 클레이는 이제 나보다 더 수준높게 요가를 하고 있다. 알고보니, 이 두 사람은 요가를 한지가 20여년이 넘었단다. 모든 숙련은 결국엔 짬밥수다. 우디 알렌이 한 말이 생각난다. 'Ninety nine percent of success in life is just showing up.'
클레이는 고등학교 시절에 요가를 하기 시작했다한다. 파워요가였다한다. 그후 유명한 요기 아이엥가가 300여개 넘는 아사나들을 설명해 놓은 <The light on yoga>를 보고 혼자서 요가를 배웠다고 한다. 그 책에 나온 아사나들 중에서 대략 2/3 정도를 다 마스터했다니.. 자기절제가 대단한 사람이다. 대학을 다닐때는 이미 동료 학생들에게 요가를 가르치기 시작했고, 보스턴 소재의 대학원 시절에도 요가를 가르쳤다한다. 손을 바닥에 대고 물구나무서는 아사나 등 고난도 아사나들을 하는 수준까지 올라갔었는데.. 이곳 버지니아대학에 오기 전후에 일이 바빠 요가를 소홀히 하여 수준이 약간 떨어진 상태였다. 그러다가 아쉬탕가요가수업의 존재를 부인 K가 먼저 알고 나오기 시작했고, 그후 클레이도 나오기 시작했다. 아이엥가 요가는 아쉬탕가 요가와 비슷하다. 아이엥가와 파타비 조이스 (아수탕가 요가 창시자)는 같은 선생 밑에서 같이 배웠었다. 그래서, 클레이는 아쉬탕가요가를 매우 빠르게 진전을 이루어오고 있다. 이제 중급시리즈의 거의 모든 아사나들을 수행하고 있다. 카포타사나에서는 두 손이 발꿈치를 잡는다. 그리고 카란다바사에서는 3단계까지 한다. 마지막 4단계만 못할 뿐이다. 그리고, 손을 바닥에 대고 물구나무를 쉽게 서고 그 상태에서 허리를 뒤로 꺽어 발을 바닥으로 가져가 백밴딩을 한 후에, 컴백업을 한다. 예전의 최상의 상태는 아니지만, 거의 자신의 최상의 상태로의 복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요가를 20년 넘게 해서인지, 원래 심성이 그런지, 클레이는 성격이 너무 좋다. 새벽에 항상 웃음으로 반겨주는 요가친구들과 특히 클레이 같은 고수와 바로 옆에서 요가를 하는 건 즐거운 일이다. 참 소중한 인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