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 나이 탓인가. 한밤중에 두번 가량 눈이 떠진다. 그러면 화장실에 다녀온 후, 다시 침대에 누어 잠을 청하는데, 대부분 잠이 잘 오지 않아 뒤척이는 시간이 좀 걸린다. 어떤 때는 포기하고 일어나 일을 좀 하다가 다시 잠을 청하기도 한다.
잠이 옅으니, 가끔 꿈을 꾼다. 정확히는 꾸던 꿈을 깨었을때 기억을 한다.
오늘 새벽에 생생한 꿈을 꾸다가 알람에 깨었다. 그 꿈에서 난 외국에 있었다. 주위 사람들은 내가 알지 못하는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고, 중앙 아시아 혹은 옛 소련연방국 중에 하나였던 곳이었던 듯 싶다. 희한하다. 그 지역은 내가 가본 적이 없는 곳이다. 그곳에서 난 어느 한 여성을 만났다. 어느 곳에서 어떻게 만났는지는 희미하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여성이 사실은 나와 사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의 여러 누님 중에 한분의 딸이었다. 이것도 참 희한하다. 사실 우리집은 아버지의 누님들 집안과는 연락이 끊긴지가 아주 오래되었다. 아니, 관계란게 있었던 적이 내 기억에는 없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젊었을 적 관계가 좋지 않았고, 그때 어버지의 누님들은 아버지의 편에 섰었고, 그래서 어머니와 그 고모들과의 관계는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끊어진 상태였다. 내가 자라면서, 한두번 그 고모들 중에 한두분이 내 고향 익산 집에 찾아오셔서 잠시 뵌 적은 있다. 다들 참 얼굴이 고우신 분들이었다. 연락이 너무 끊어져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 그쪽 분들에게 연락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고모들 집안에서는 아무도 아버지 장례식에 오실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내 꿈에서 본 여성이 한 고모의 딸이라는 나의 꿈의 설정. 왜 그랬을까.
아뭏든, 그 꿈에서 그 여성 (아니, 사촌)과 난 즐거운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기억에 없다. 그냥 같이 있던 시간이 따뜻했달까. 대화 중에 드러난 것은, 난 다음날 어느 학회에 가기 위해 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타야한다는 것. 난, 호텔에 묵고 있었는데, 나의 자동차를 그곳에 가지고 있었고, 그 차가 호텔 주차장에 있었다는 것. 희한하게 다음날 공항에 가는데, 그 차를 몰고 가지 않아서, 그 자동차 문제로 사촌에게 연락을 한다는 것. 그 차를 당분간 맡아달라는 부탁을 하는 중에 잠에서 깨었다.
왜 그런 꿈을 꾸었을까. 고모 집안, 사촌여성, 중앙아시아, 자동차, 그런 것들은 무슨 의미인가. 지금 나의 마음상태가 어떠하길래..
덧붙이는 말: 이 글을 까페에서 썼다. 그리고 한두시간 지나자, 바로 옆에 와서 커피를 마시는 남자 (이 친구도 이곳 단골이다) 앞에 이 책이 놓여있었다. 'Dreams and Nightmares (꿈과 악몽)' by Ernest Hartmann. 이건 또 무슨 우연이람. 꿈에 대해 글을 쓴 후, 바로 옆 자리에 꿈에 대한 책을 읽는 사람이 앉게 되는 확률은? 이건, 이 책을 사서 읽어보란 묵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