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말년
방금, 그간 쓰고 있던 물리논문 초고를 마치고 공저자들에게 보냈다. 후련하다. 저널에 보내기 전에 다듬어야겠지만, 일본/한국으로 여행을 가기 전에 끝맫음을 할 수 있겠다.
지난 며칠 무더웠었는데, 어제부터 좀 덜 덥다. 초여름 오후의 무료함을 요즘에 드는 잡생각을 두서없이 쓰는 걸로 때운다.
며칠전 한국에 계신 어머니께 안부전화를 드렸었다. 어머니 목소리가 힘이 없으셔서 어디 아프시냐고 여쭈었으나, 돌아온 답은 '괜찮아'였다. 어머니의 대답은 항상 그랬었다. 미국에 사는 이 막내아들이 행여 걱정을 할까봐. ㅠㅠ 누나에게 카톡으로 물어보니, 어머니가 낙상 후 침대에만 누워계시기 때문일거란다. 작년 가을에 화장실에 가셨다가 넘어지셨는데, 그때 골반을 상하여 골반수술을 하셨었다. 그후에 걷는게 힘들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젠 침대에만 누워계신다는 게다.
어머니의 연세는 올해 아마 95세다. 작년 여름부터 요양원에 계신다. 어머니의 상황은 말년의 삶이란 무엇인지를 생각케한다. 누구나 언젠가는 스스로 거동을 잘 못하는 순간이 온다. 그 순간이 매우 짧으면 행운인데.. 아뭏든 그 순간이 온 후 세상을 뜰때까지 어떤 환경에서 살아야하는게 최선인지.. 이 질문을 요즘 수도없이 하고 있다. 요양원이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리라. 그러나, 요양원에서는 '자유'가 없다. 먹고싶을때 먹고, 자고싶을때 자고, 조금이라고 거동이 가능하면 밖에 나가고 싶을때 산책을 나가는 그 소소한 자유말이다. 자기 집 혹은 자식 집에서 살면 그 소소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데.. 먼저 자식들도 그들의 삶이 있으니, 같이 사는 건 어렵다. 그러니까, 자기 집에서 말년에 죽을때까지 살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남는다.
우선, 건강해야한다. 걸을 수가 있어야한다. 죽기 바로 전까지. 그러면, 자기 집에서 살 수 있다. 치매에 걸린다 해도, 심하지 않으면 도우미가 있으면 가능하지 않을까. 아니면, 안락사도 좋은 방안이지 않을까.
자기 집에서 도우미를 고용하여 산다고 하자. 그러면, 어디에서, 그리고 재정적 가능성이란 질문이 남는다. 나에겐, 아직 '어디에서'에 대한 뚜렷한 답이 없다. 샬롯스빌? 서울? 교토? 아님 다른 곳? 내 나이 만으로 60. 앞으로 최소 15년 정도는 일을 할텐데.. 그 이후의 삶을 지금부터 조금씩 준비해야겠다..
산다는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