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와 화투놀이

어머니와의 11일: 과거와 현재

by 요기남호

무얼하며 어머니랑 놀까... 고민을 하다가, 어머니와 트로트 행사를 하려고 했다. 어머니가 테레비에서 트로트프로그램을 매일 즐겨보신다는 걸 이전의 글에 언급을 했었다. 그러자, 아는 형과 어느 독자분이 추천을 하였다. 좋은 아이디어였다. 그래서 시도를 해보았다. 테레비의 트로트프로그램을 보다가, 내가 지겨워지면 (난 아직 트로트를 아주 좋아하는 단계까진 오지 않았다. 그래서 매우 쉽게 질린다), 테레비를 끄고, 어머니께, 즐겨부르시던 트로트 곡을 부르시라 청했다. 어머니는 선선히 응해주셨다. 난 그걸 휴대폰으로 녹음을 하였다.


첫날은 재미있었다. 어머니도 즐기셨고, 누나와 나도 즐겼다. 그런데, 둘째날은 별로 재미가 없었다. 이유는, 트로트 곡에는 어머니의 젊었을적 아픈 사연이 얽혀있었다. 티비프로그램에서는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율동과 함께 부르니, 그것에 몰두하시느라 당신의 아픈 과거가 되살아나지 않았다. 그런데, 홀로 부르실때는, 당신의 아픈 사연이 되살아났다. 그래서, 자주 그 아픈 과거를 되뇌이셨다. 물론, 어머니의 먼 과거에 대한 한탄도 들어드려야한다. 예전에 많이 그랬다. 그러나 나의 며칠 남지 않은 한국체류동안에는 즐거웠던 과거를 기억하고, 또 즐거운 시간을 현재에 가지고 싶은 나의 의도와는 조금 빗나갔다.


나 자신이 더 나이가 들어 죽을 때가 가까워지면, 어떤 과거를 떠올리게 될까. 어머니처럼 고통스러웠던 기억들을 주로 기억하게 될까.


난, 즐거웠던 기억만 떠올리고 싶다. 그리고, 나의 삶은 그런대로 괜찮았었다고 말하게 되길 바란다. 후회없이 낄낄대며 떠나고 싶다.


어머니와 다른 놀이를 하고 싶었다. 생각해낸 건, 화투놀이. 우리 집안은 노름하고는 거리가 매우 멀다. 아버지가 살아계시고, 내가 어렸을 적, 명절때 가족이 다 모이면, 같이 즐기던 놀이는 주로 윷놀이였다. 화투놀이는, 내 기억으로는, 내가 대학원에 들어간 이후가 아니었던가싶다. 아버지가 소량의 돈을 가족들에게 나누어주고, 그걸 판돈으로 화투를 쳤던 기억이 있다. 난, 항상 잃었다. 돈을 딴 기억이 없다.


저번 주 일요일에 숙소에서 가까운 편의점에 갔다. 다행히 화투를 팔았다. 그날 저녁부터 매일 어머니랑 누나와 화투놀이를 하였다. 우리가 한 화투놀이는 '띠기'다. 혼자하는 놀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홀로 되신 어머니가 적적하실때, 하는 놀이가 이 '띠기'다. 화투는 12개의 패가 있고 각 패는 4장의 다른 무늬의 화투장으로 이루어져있다. 이 48개의 화투장을 잘 섞은 후에, 처음 12장을 엎은 채로 바닥에 나란하게 깔아놓는다. 그리고 다음 12장을 한장한장 그 위에 화투그림이 보이게 올려놓는다. 그리고 같은 패에 속하는 화투장들은 같이 모으고, 위에 화투장이 없는 엎어진 화투장은 뒤집어 놓는다. 화투그림이 보이게 한다. 그리고 같은 패에 속하는 화투장들을 한곳에 모은다. 이과정을 두번 더 한다. 그 후에, 모든 패들이 다 따로 따로 모일 수 있게 되면, 그날은 최고의 운이 있다는 게다. 대부분 어떤 패는 떨어지고, 어떤 패는 안 떨어진다. 그런 경우에는, 떨어진 패가 어떤 패인지에 따라, 그날 운세가 다르다. 이 놀이는 혼자하는 놀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훈수를 두며 낄낄거릴 수 있다.


매번 '띠기'를 할때마다, 모든 패들을 맞출 수 있는 확률이 무엇인지를 수학적으로 푸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평균적으로 5번 정도를 하면 최소 한번은 모든 패가 맞추어지는 듯 하다. 그러니 확률은 대략 20%정도?


이 놀이를 하면서, 어머니랑 누나랑 키득키득 웃고 떠들 수가 있었다. 나의 지인 한분은, '화투가 효자예요'라고 했다. 그말이 맞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며칠을 어머니랑 낄낄대며 웃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