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 시작하는것

by 소자 마음

늦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시작하는 것

우리는 흔히 꾸준히 해내는 사람을 ‘강한 의지의 소유자’라 부른다. 그러나 임상심리 현장과 요가 매트 위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의지보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었다. 몸과 마음에 습관이 형성되면 결국 ‘내 몸이 기억하는 습관’이 되어, 의지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올해 나는 상담심리사 자격을 취득했다. 늦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했기에 가능했다



시스템이 꾸준함을 만든다.


혼자 공부하던 과거와 달리, 올해는 1년 동안 필기 스터디 모임에 참여하며 학습을 지속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직장에서 가장 바쁜 시기에도 변함없이 이어진 스터디는 나를 공부하게 만들었고, 혼자일 때보다 함께하는 책임감 속에서 꾸준히 학습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는 요가원에 등록해 비용과 시간을 지불하며 습관을 만드는 것과 닮아 있다.



인내력, 꾸준함의 심리적 뿌리


심리학적으로 꾸준함은 단순한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다. TCI(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에서 말하는 인내력(Persistence)은 외부 보상이 없어도 행동을 지속하는 기질이다. 이는 꾸준함의 심리적 뿌리라 할 수 있다.

끈기(perseverance): 실패와 좌절에도 다시 시도하는 힘

근면(diligence): 작은 과업도 성실히 수행하는 태도

성취 지향성(achievement striving): 목표 달성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성향


요가의 반복되는 호흡과 자세, 내담자의 반복되는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작지만 성실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태도는 결국 정서조절(emotion regulation)과 연결된다. 좌절을 경험했을 때 감정을 억누르거나 회피하지 않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가 다시 시도하고 성실하게 수행하는 꾸준함을 가능하게 한다.


정서적 수용력과 자기 연민


요가 매트 위에서 나는 불편한 감각을 손님처럼 맞이한다. 허리의 뻐근함, 어깨의 긴장등을 관찰하고 수용한다. 이는 수용전념치료(ACT)에서 말하는 ‘기꺼이 경험하기’와 같은 맥락이다. 나아가, 타인에게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다정함을 가지는 태도는 자기 연민(Self-Compassion)과도 연결된다. 자기 연민은 실패와 고통 속에서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친절하게 대하는 태도이며, 많은 연구 결과에 사 스트레스 감소·정서조절·회복탄력성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요가가 내게 가르쳐준 가장 큰 다정함은 바로 내 몸의 통증이나 불편한 감각을 다정하게 대하는 것이었고 결국, 자기 자신에게 다정해지는 것을 배우게 해 주었다.


다정하게 시작하는 것


강한 의지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행동을 접근할 수 있고 실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꾸준함은 인내력의 뿌리에서 나오고, 그 인내력은 정서적 수용력과 자기 연민이라는 심리적 자원에서 자라난다. 물론 다소 느리고 천천히 이루어진다. 내 몸에서 반복되는 자세와 호흡, 땀을 흘릴수록, 몸의 통증을 받아들이면서 안정된 자세와 유연함은 더해진다. 나에게 다정함을 가지고 대할수록 신기한 것은 타인에게도 다정해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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