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마지막 남은 하루 연가.
소중한 나의 연가를 돈으로 받을까 순간 망설였지만 딱 하루 남은 이 시간을 나를 위해 쉬고 싶었다.
하루 남은 피 같은 연가.
어떻게 쓸까. 이리저리 궁리하다 출근하는 것처럼 공부했던 도서관으로 왔다.
‘휴가(休暇)’는 휴(休)의 한자는 사람이 나무에 기대어 앉아 있는 모습, 가(暇)는 빌려온 햇빛, 해 아래에서 누리는 여유로운 시간을 의미한다. 결국 휴가란 꽉 짜인 일상에서 잠시 틈을 얻어 나의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갖게 하는 시간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마음을 쉬게 하고 충전시키는 시간과 공간이 도서관이다.
하지만, 올해 주말마다 시험준비로 짬짬이 와서 앉았던 자리, 익숙하게 빼곡하게 각자의 책상에서 수험서와 문제지를 풀고 있는 사람들과 학생들의 모습들이 익숙하게 들어온다.
'해야 한다'는 의무감과 긴장감속에서의 시간은 지나갔고, 지금은 여러 권의 책을 펼쳐보는 순간, 오롯이 나의 호기심과 즐거움에 따라 움직이며 마음은 차분해지고 몸은 편안해진다. 창가에 앉아 햇살을 받으며 책장을 넘기는 순간, 나는 깨닫는다. 휴식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바로 이 시간 속에 있다는 것을.
도서관 검색기 앞에서 ‘휴식, 요가’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니 163개의 책이 검색됐다.
“앗, 정말 많구나!”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숫자로 다가왔다.
책상 위에 요가, 휴식 관련 책들을 가득 올려놓았다.
창가에 앉아 햇살을 받으며 풍경을 바라본다. 달리는 버스, 자동차, 멀리 보이는 아파트 풍경이 새삼 편안하다. 함께 근무하던 선생님은 연가를 내고 일부러 출근길이 복잡한 스타벅스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실 때 연가를 쓴 기분이 난다고 했었다.
그 기분.
나는 카페라테를 마시며 출근길의 풍경을 도서관 7층에서 바라본다.
그 기분.
조금은 알 것 같다.
내 욕망대로 가져온 책들을 바라보면서 오늘은 휴가니까.
그래, 오늘은 읽을 수 있는 만큼만.
누가 쫓아오지 않아.
내가 하고 싶은 만큼만.
나를 들여다보는 데에는 산책만 한 '책'이 없다는 글이 떠올랐다.
생각해 보니 도서관은 혼자서 나를 들여다보고 채워가는 시간이다.
혼자서 내 마음을 채워가는 과정이다.
요가와 닮았다.
책장을 넘기며 마음이 차분해지는 순간은 요가에서 호흡을 따라 몸을 움직이는 순간과 닮아 있다.
호흡이 흐름을 만들고 그 흐름이 휴식을 주는 것처럼.
햇빛을 받으며 외부를 조망하는 이 창가 좌석에서 책을 읽으면서 그 생각의 흐름을 천천히 따라가 본다.
멀리 떠나지 않은 공간에서의 휴가.
이 익숙한 도서관 창가 자리에 내 몸은 앉아있지만,
조금씩 내 몸과 마음이 새로운 숨을 쉴 수 있는 틈을 갖게 된다.
그리고, 편안하게 새로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따뜻함 힘과 시선을 가지게 된다.
점심에는 뜨끈한 '굴 매생이 콩나물국밥'을 먹었다. 뭔가 허기를 채우듯이 혀가 댈 것 같은
뜨거운 국밥 한 그릇을 나는 후루룩 해치웠다. 빨간 깍두기도 두 그릇이나 먹었다.
뱃속이 든든해지고 따뜻해지니 몸과 마음이 더 노곤해지고 부드러워졌다.
근처의 공원 산책을 하며 목에 사원증을 건 직장인들의 빠른 걸음을 바라보다가 일부러 더 천천히 걸었다.
낙엽을 밟으며 느린 보폭으로. 그러다 나무 사이에서 다람쥐를 발견했다. 작은 몸을 재빠르게 움직이며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모습이 신기해서 계속 바라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을 의식한 듯
다른 가지로 재빨리 두 손과 두발을 동시에 움직여갔다. 순식간의 움직이었고 나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천천히 걸어야 제대로 볼 수 있는 것.
나는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와 휴식과 관련된 책을 읽었다.
읽을 수 있는 만큼만.
할 수 있는 만큼만.
천천히 읽어갔다.
7층 도서관 창가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기.
도서관에서 내가 원하는 책을 마음껏.. 천천히 읽기.
국밥 한 그릇의 식사.
산책을 하며 느린 보폭을 즐기면서 본 다람쥐와의 눈 맞춤.
도서관 휴가.
멀리 떠나지 않아도,
나의 가장 편안한 공간에서 즐기는 하루의 휴가였다.
같은 공간이라도 내 상황과 마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즐긴 도서관 휴가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재충전되어 퇴근하는 사람처럼
재빠르게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