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읽는 법, 그리고 사람의 시선에 대하여

by taeinkim

나는 공간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언제나 사람의 시선과 움직임을 먼저 바라본다.


그 안에서 걷는 속도, 멈추는 습관, 그리고 그들이 공간을 대하는 태도를 관찰하다 보면 이곳이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서서히 드러난다.


그 결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레이아웃, 빛의 각도, 머티리얼의 질감이 정리된다.
공간의 완성은 개인의 디자인 역량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국 사람과 브랜드의 태도, 그들이 가진 결이 디자인의 시작점이자 끝이라고 믿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2024년 겨울, 서울 방배동의 우수아(woosua) 공간이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치는 아트 스튜디오로, 운영의 흔적이 남은 채 리브랜딩을 앞두고 있었다.
처음 현장을 방문했을 때 나는 도면보다 먼저 아이들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그들이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클라이언트의 시선이 어디에 머무는지. 결국 그 모든 관찰이 공간의 방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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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품을 수 있는 공간. 그 결을 따라가며 색의 온도를 맞추다 보니 우수아만의 따스하면서도 반짝이는 감정이 떠올랐다.

형체는 불분명했지만, 그 빛은 상상력이 피어오르는 순간의 결과 닮아 있었다. 우수아 아트 스튜디오는 그렇게, 그 안에 머무는 사람의 결에서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공간을 만드는 일은 언제나어려움과 선택의 연속이다.

디자인이 끝나면 시공의 변수들이 시작되고, 현장의 조건에 따라 풀어야 할 문제들이 이어진다.
하지만 끝까지 이 일을 이어가게 하는 힘은 결국 ‘사람’에 대한 생각에서 비롯된다.

공간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지, 브랜드가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디자인보다 더 큰 에너지가 된다.


공간은 결국, 그 안에 머무는 사람의 마음을 닮는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누군가의 태도에서 공간을 배우며, 또 다시 만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