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과정에서 얻은 감각,그리고 공간을 대하는 태도

by taeinkim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하다 보면 누구에게나 불안정한 순간이 찾아온다. 작업 중의 작은 갈등, 예측하지 못한 일정의 흐트러짐, 꾸준한 일이 들어오지 않는 기간처럼 소소한 파동들이 반복된다. 그런데 나는 이러한 순간마다 감각이 오히려 더 예민해지고,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드러나는 경험을 해왔다. 예민함이 일의 시선으로 향하면 공간의 결을 더 섬세하게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나는 불안정함을 나를 흔드는 요소가 아니라, 공간을 읽는 또 하나의 감각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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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eta, Seoul - girls’ lounge



2024년은 나에게 특별한 해였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쉽게 이어지지 않았고, 다음 프로젝트가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막막한 시간들을 지나야 했다. 하지만 그런 시기에 오히려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더 선명해졌다. 불안정함의 흐름 속에서 클라이언트의 작은 습관, 이 공간에 스며 있는 온도와 그림자의 방향 같은 디테일이 더욱 또렷하게 보였다. 그 작은 결들이 모여 결국 공간을 구성한다는 사실을, 나는 그 과정을 통해 다시 깊이 배우게 되었다.





불안정한 순간에도 내가 계속 일을 이어온 이유는 단순한 의지가 아니었다. 브랜드의 첫 공간, 누군가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 그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의 감정과 태도를 담아야 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책임감이 따라왔다. 이 책임감은 내 감정의 파동보다 더 강한 힘으로 나를 다시 일로 돌아오게 했다.


피드 2 (1).JPG Bangaui, Seoul - 청담동 반가의 우리옷



예민함과 책임감은 서로 다른 결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의 태도로 모여들었다. 감각이 깊어질수록 태도는 차분해졌고, 태도가 단단해질수록 공간은 더 선명하게 완성되었다. 결국 불안정함과 책임감은 내가 만드는 공간의 또 하나의 설계도였다.






나는 지금도 작업을 할 때면 불안정함과 책임감 사이에 선다. 그 사이에서 생기는 감각이 나를 움직이고, 그 감각이 공간의 결을 완성시킨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공간을 대하는 진지한 마음으로 한 장면 한 장면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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