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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십세기 소년 Feb 02. 2021

#모두의 4차 산업혁명 : 24교시

거대사를 통괄하는 산업혁명 클래스

#31. 디스플레이 혁명                        

                         

[대한민국 1호 흑백 TV, 금성VD-191 /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어린 시절 강원도 원주에 계신 할아버지 댁에 찾아갈 때면 위 그림과 같은 흑백 TV가 있었더랬죠. 채널이 잘 잡히지 않으면 안테나를 돌려보거나 미세조정 레버를 돌리거나 알 수 없는 콘트롤러를 누르거나 이리저리 돌리면서 겨우 잡힌 프로그램을 시청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80년대 초중반이니까 주말이면 프로야구나 씨름 경기 중계가 많았던 것 같고, ‘배달의 기수’라는 국군의 활약상을 그린 프로그램도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네요. 대한민국 유일의 공포특집, ‘전설의 고향’이나 주로 외국 영화들을 어색한 성우 더빙과 함께 방영하던 ‘토요명화’나 ‘주말의 명화’도 기억납니다. 완전 아재 인증이군요.


  196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에는 TV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각 가정의 안방을 차지하며 가족 공동체의 중심 도구가 되었습니다. 또한 전 국민을 단일한 이슈로 교류할 수 있게 만든 혁명적 발명이기도 했습니다. 1장에서 설명했던 구텐베르크의 인쇄혁명이 대중 지식 전파에 1차적인 해일을 몰고 왔다면 두 번째 거대 파도는 단연 TV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전자 디바이스는 활자보다 훨씬 파급력이 셌고 또 강력한 몰입감을 줬습니다. 정부나 언론, 인플루언서들은 이 신박한 소통 채널을 통해 정보 전달 외에도 이슈 몰이를 할 수 있었고, 대중 심리의 방향성을 제어하는데 효과적인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었죠.


 TV의 사회적 명과 암은 이 강의에서는 차치하고서라도 인류는 보고, 들으며 공감할 수 있는 이 매력적인 도구를 여전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근 60여년의 시간 동안 TV 역시 무한 진화를 반복해 왔습니다.    

 

[LG 롤러블 OLED TV / ⓒ flickr.com]


 2019년 미국에서 열린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는 삼성전자의 8K TV, The Wall TV와 LG전자의 롤러블 TV가 세계의 호평을 받으며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위용을 뽐냈었지요. LG의 롤러블 OLED TV는 CES 2019 ‘최고의 TV’에 선정되는 영애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저는 국내 전시회에서 삼성의 8K TV에 나타난 책장의 책을 저도 모르게 실제 사물로 착각해 손을 뻗었던 웃지 못할 헤프닝도 있었는데요, 그만큼 감쪽같은 현실감이 정말 대단하다 느껴졌던 기억이 나네요.(웃음) 


  지금은 TV조차 하나의 스마트 디바이스가 되었습니다. 지상파 방송 외 수많은 종합편성채널이 등장했고 TV에서 인터넷 콘텐츠, 즉 유튜브나 넷플릭스, 왓챠 같은 서비스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모든 스크린에서 언제, 어디서나 광고나 약정 없이 즐길 수 있는 넷플릭스(Netflix)의 경우, 지상파 방송국 관계자들이 우려할 만큼 막대한 자본으로 기존 미디어 시장을 서서히 잠식해 나가고 있습니다. 1997년에 탄생한 넷플릭스는 세계 최초의 온라인 DVD 대여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성장한 기업으로 현재는 기업가치 2,300억 달러가 넘는 글로벌 공룡 기업으로 변모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1인 가구, 젋은 층을 중심으로 아예 집에 TV를 두지 않거나, 케이블 가입을 하지 않고 인터넷만으로 넷플릭스나 왓챠 등에 가입해서 전 세계 방송 콘텐츠, 영화를 즐기거나 구글 크롬캐스트로 스마트폰 캐스팅이나 미러링 기술을 통해 TV 화면으로 유튜브 등을 즐기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이처럼 TV를 비롯해 디스플레이 시장도 속도전에 한창입니다. 어릴 적 흑백 TV에서 이제는 TV를 돌돌 말 수 있고,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화면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스마트폰을 통해 누구나 TV를 손에 들고 다니게 되면서 정보 전파와 문화 확산력은 유래 없는 강력한 집단 지성의 힘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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