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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지부지 Jun 01. 2021

[시즌1] 우주인 호호를 만나다♡

2021년 우주인 4호


인터뷰 가는 길


우주인터뷰 시즌1 마지막 인터뷰이를 만나는 날이에요. 벌써 마지막이라니 아쉽네요.


저도요. 그래도 마지막 인터뷰이는 저희 둘 모두가 존경하고 있는 어른이라 너무 기대돼요!


맞아요!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어찌나 기쁜지. 어떤 얘기를 하게 될까 궁금해요. 저희 고민만 얘기하고 올까 봐 걱정이긴 하네요.


명심합시다. 오늘은 들어주기, 듣는 것에 집중하는 걸로!


<우주인터뷰>는 모든 인터뷰이에게 공통으로 드릴 ‘시그니처 질문’과 인터뷰이마다 달라지는 ‘우쥬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그니처 질문


응답하라, 우주인! 지구인에게 본인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 난 호호라고 해.


자기소개가 너무 재밌고 귀여워요! 지금까지 이렇게 소개한 분이 없었거든요.


그래요? 이 소개는 유래가 있어요. 대학교 오티 때, 제가 처음 만난 친구들에게 “안녕, 난 호호라고 해. 너희 이름은 뭐니?” 이렇게 인사를 했대요. 저는 기억 못하는데, 친구들이 아직까지 그걸로 저를 놀려요. 그런데 제 딸이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어떤 친구에게 가서 “안녕, 난 ○○이라고 해. 넌 이름이 뭐니?” 그랬다는 거예요. 그 친구가 그걸로 자기를 계속 놀린다길래, 엄마도 똑같은 행동을 해서 친구들이 아직도 놀린다고 얘기해줬어요. 소개를 해달라고 하니 이 에피소드가 딱 떠올라서 그대로 해봤네요.


정말 유래가 있는 자기소개네요! 요즘은 어떻게 자신을 소개하세요?


똑같지 않을까요? “안녕하세요. 호호입니다.” 이렇게 바뀐 정도? 제가 처음부터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상대방에 대해서도 먼저 관심을 표하는 편도 아니고요. 천천히 알아가면서 느리게 친해지는 타입이에요. 사람들끼리 처음 만나서 “쟤랑 친해지고 싶어. 첫인상이 좋아.”, “쟤는 별로야.” 이런 말 하잖아요. 저는 옛날부터 이런 얘기 듣는 걸 싫어했어요. 첫인상이 좋다는 말을 듣는 것, 하는 것 모두 좋아하지 않아요. 강박적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사람을 만나면 선입견을 안 가지려고 되게 노력하는 편이에요.


호호님이 그런 일을 자주 당해서 생긴 강박인가요?


음, 그럴 수도 있어요. 제가 초등학교를 부산에서 다니다가 6학년 때 서울로 전학을 왔어요. 부산에서와 학교 분위기가 정말 다르더라고요. 게다가 방학 때 전학을 오는 바람에 놀 친구가 없었어요. 그래서 방학 동안 미리 공부해갔더니, 전학 가서 첫 시험 성적이 잘 나온 거예요. 주목받고 싶지 않았는데 ‘공부 잘하는 전학생’으로 주목받게 된 거죠. 당시에는 제가 왕따를 당한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애들이 제게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 아이들도 이방인인 제가 어렵기도 했을 거고요. 하지만 예민할 때여서인지 큰 상처가 됐고, 그때 이후로 가능하면 눈에 안 띄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이 경험이 중, 고등학생 때도 영향을 미쳤다는 걸 성인이 되고 나서야 깨달았죠.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질문을 받고 보니 그런 경험 때문에 남에게 잣대를 들이미는 걸 꺼리게 된 것 같기도 하네요? 이 마음도 유래가 있었네요.


어떤 질문에도 유래가 나오는 게 엄청 흥미진진해요. 그런데 남에게 선입견을 갖지 않으려고 하는 마음을 유지하는 게 쉽지는 않잖아요. 어떻게 유지하세요?


유지한다는 게 어떤 의미예요?


저도 사람에게 편견을 안 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인데요.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여러 진상을 만나게 됐는데, 그 진상들이 어떤 지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었어요. 근데 이런 마음을 갖는 것 자체가 제 가치관을 해치거든요. 하지만 실제 경험에서 얻는 데이터라는 게 있다 보니, 편견 없이 사람을 바라보려는 마음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런 고민을 하는 이유가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 자리에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저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저랑 잘 안 맞는 사람이 생기면 거리를 두거나 아니면 퇴사를 하는 등 그 사람을 피할 수 있는 위치에 저를 항상 뒀어요. 그래서 관계도 깊게 다지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요. 물론 저도 저랑 잘 안 맞을 것 같다거나, 어려운 사람이라거나 이런 판단을 당연히 해요. 경험치가 쌓일수록 마음속에서 그런 판단이 더 빨라질 수밖에 없죠. 하지만 겉으로 티 내지 않는 거예요. 나이 들수록 조심해야 할 부분인 거죠.


말씀하신 것처럼 나이가 들수록 사람을 분류하기가 쉬워지잖아요. 그래서 그런 걸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시니, 어떻게 하시는 걸까 궁금했어요.


초심을 지키려고 하는 걸까요? 훈련이 되어 그런 것도 있지만, 저는 태생적으로 까탈스러운 사람은 아니에요. 그래서 보통 사람들만큼 예민하게 캐치하는 편이 못 되어서 이런 마음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초심과 무신경이 중요한 키워드군요!



‘현재’ 우주인이 꽂혀 있는 콘텐츠는?


‘테니스 발리를 잘하는 법’과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는 방법’에 꽂혀 있어요. 


테니스 발리는 뭐예요?


복식 게임을 할 때, 네트 플레이라고 해서 공이 왔다 갔다 하는 걸 중간에 끊거나 공이 날아가는 코스를 바꿔서 상대방을 더 힘들게 움직이도록 하는 걸 말해요. 요즘은 발리를 잘하고 싶어서 유튜브로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고 연습도 하고 있어요.


게임을 재밌게 하는 요소인 거군요?


맞아요. 발리만 1년 배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요한 기술이기도 하고요. 저는 이제 막 발리에 재미를 붙였어요. 게임도 더 재밌어지고, 발리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저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성장 욕구가 생기는 운동이라니 좋은데요? 테니스를 꾸준히 하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시작하시게 된 거예요?


남편 때문에 시작했어요. 사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아빠가 테니스를 좋아했어요. 아빠가 가족 스포츠로 테니스를 하고 싶어 해서, 계속 권했죠. 제 동생은 고등학교 때 테니스를 시작했는데 저는 흥미가 없었어요. 그때만 해도 테니스가 젠 체하는 스포츠의 느낌이 강해서, 별로 안 좋아했어요. 아빠가 맨날 같이 치자 했는데 안 쳤죠. 그런데도 아빠의 로망은 계속됐고, 제가 결혼을 하니 이제 사위한테 라켓을 주면서 같이 치자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테니스를 시작한 남편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하고 있어요.


다행히 남편분에게 잘 맞는 운동이었나 봐요.


주말마다 새벽에 나가서 밤에 들어올 정도로 열심히, 재밌게 하더라고요. 그렇게 10년 정도를 혼자 하다가 제가 회사를 그만두자 남편이 다시 테니스를 권했어요. 집 앞에 바로 테니스 코트가 있으니 이런 기회 아니면 못 한다고 계속 꼬셔서 결국 시작했죠. 제가 그전까지는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을 해본 적이 별로 없었는데, 날마다 20~30분씩 땀 흘리며 하는 테니스가 은근 쾌감이 있더라고요. 거기에 중독이 돼서 레슨만 2년을 받았어요.


와, 오래 배우셨네요!


혼자 운동하는 것을 좋아해서 2년간 레슨만 받다가 테니스 클럽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런데 4명이 팀이 되어 역할을 분담하고, 팀워크를 맞춰가며 게임을 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거기에 재미를 붙여서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총 3년 정도 된 셈이죠.


그래서 같이 테니스를 하고 싶다는 아버지의 로망은 이루어졌나요?


제가 테니스 시작하고 1년 있다가 아빠가 몸이 안 좋아져서 이제 운동을 못하게 됐어요. 아쉽죠. 테니스를 같이 쳐본 게 몇 번 안 돼요. 얼마 전에 남편이 딸에게 테니스를 배워보라고 했는데, 딸이 배우기 싫다고 하는 걸 보고는 저와 아빠가 생각나더라고요. 저는 평소에 딸에게 이래라저래라 안 하는 타입인데, 그때는 얘기해주고 싶었어요. 엄마가 늦게 테니스를 시작해서, 아빠의 로망을 이룬 게 몇 번 안 되는데 그게 지금 많이 아쉽다고요. 지금 당장 하기 싫은 거 충분히 이해하고, 나중에 시작해도 되고 억지로 할 필요 없지만, 아빠의 마음은 이해해달라고 얘기했어요. 더군다나 딸은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고 잘하거든요. 사실 테니스에 관심도 있어요. 그래서 한 학기 동안이라도 집중해서 배우면 앞으로 스트레스도 덜 받을 거라고 얘기해줬어요. 선택은 딸의 몫이지만요.


관심은 있지만, 괜히 시키니까 하기 싫은 건가 봐요.


그런 것 같아요. 제 동생은 고등학생 때 배운 이후로 계속 테니스를 치고, 동생 와이프도 함께 운동을 시작했거든요. 너무 고맙죠. 나이 차가 꽤 나는 편인데, 함께 테니스 치자고 하면 항상 기분 좋게 응해줘요. 


우와, 가족 운동이라는 점에서 너무 좋아 보여요!


하하, 옛날에 아빠가 치자고 할 땐 허세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사실 가족이 모여서 할 말이 뭐가 있겠어요. 가족모임이라는 명분 하에 모여 2~3시간 운동하면서 서로 안부 확인하는 거죠.


좋은 방법이네요. 건강한 가족 관계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면이 있죠. 사람 사이에는 말로 주는 상처가 많잖아요. 함께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니, 상처 줄 위험을 줄일 수 있죠.


하고 싶은 말도 공에 날리게 되고 그러지 않을까요?


맞아요. 저희도 그래요. 공이 이상하게 날아오면 “너 나한테 감정 있니?” 이러면서(웃음) 이런 문화를 남겨준 게 고맙죠, 아빠한테. 


듣다 보니 부러워요. 저희 아빠는 일밖에 모르고 취미가 전혀 없거든요. 제가 그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취미를 만들려고 해도, 습관이 안 되어서인지 쉽지 않더라고요.


저도 취미를 꼭 가져야 된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남편이 적극적으로 꾸준히 제안해서 결국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남편은 테니스가 일종의 출구였대요. 일을 버틸 수 있는 큰 힘이 되었다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모든 걸 잊고 공을 치는 데서 오는 기쁨도 있거니와 가족이나 직장 이외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간 이해의 폭이 넓어지기도 했대요. 


어떤 취미든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두 번째로 이상하고 재미있는 할머니가 되는 방법에 꽂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동명의 책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책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는 제목을 보는 순간 ‘맞아. 나도 그런 할머니가 되고 싶어.’ 하면서 책을 샀죠. 그런데 그런 내용은 아니더라고요. 


하하, 제목을 잘 지은 케이스네요.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저자가 좋았던 그림책을 소개하면서 거기에 담긴 이야기와 자기 인생 이야기를 버무려 쓴 책이에요. 재밌어요.


호호님이 생각하는 ‘이상하고 자유로운’은 뭐예요? 꿈꾸는 노년의 삶이 있나요?


책에서 저자는 비혼 여성이자 채식지향주의자, 프리랜서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본인이 비주류의 삶을 산다고 표현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는 결혼했고, 직장생활도 하고 있고, 특별히 어떤 ‘주의자’도 아니에요. 주류라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냥 평범한 기준에 맞는 삶을 살아왔잖아요. 그런 아줌마도… (갑자기 말을 멈추며)


앗? 갑자기 말을 잇지 못하시는데, 눈물이 나는 건가요?


그런 아줌마도 재밌게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갑자기 눈물이 나네요? (웃음)



요새 책이나 미디어에서 비주류라고 표현되는 사람들이 저랑 많이 다르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주류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도리어 그런 비주류가 트렌드 같아서 따라가야 할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자신들이 의식적으로 살고 있다고 말하는 느낌이 든다는 거죠? 저는 오십을 먹어서도 제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결국은 주류인지 비주류인지는 중요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평범하게 살아왔지만, 재밌게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한테도 “엄마는 엄마가 100% 원했던 삶은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면서 살고 싶은 삶을 살았어”라고 말할 수 있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다른 사람을 탓하지 않고, 후회나 미련 없는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좋은 어른의 표본을 본 것 같은 느낌이에요.


제가 생각하는 ‘이상하고 자유로운’은 이런 의미 같아요. 자유롭다는 건, 제가 처한 환경이나 상황을 완벽히 벗어날 수 없겠지만 그걸 탓하지 않겠다는 의미의 자유이고, 이상하다는 건 평범한 스펙에도 불구하고 제 나름의 이상함을 추구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뜻이에요.


호호님이랑 잘 어울리는 문구 같아요. 다른 어른들을 볼 때와는 다르게 호호님에게는 ‘자유로움’이 느껴지거든요.


맞아요. 그리고 어떤 얘기라도 들어주실 것 같아서 편하게 제 고민을 이야기하게 돼요. 평소에 자신의 색깔을 강하게 드러내지 않는 편이신데, 그래도 호호님 고유의 색깔이 있다는 건 알겠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에게 잣대를 들이대지 않으려고 노력했죠. 근데 그런 관대함이 콤플렉스인 적도 있어요. 대학생 땐 주관이 없다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는 생각이 없는 사람으로 비치기도 하고, 피곤해지는 상황이 많아진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내 생각과 기준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고민하곤 했죠. 

바쁘게 살다가 같은 고민이 40대에 다시 찾아왔어요. 애들이 어느 정도 크고,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자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됐어요. 나는 어떤 사람인지, 뭘 하고 싶은지 고민하다 보니 50대, 60대 그 너머까지도 연장 선상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겠구나 싶더라고요. 아이들을 보면서 상대적으로 그런 생각이 더 들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너네는 이러지 마’, ‘이랬으면 좋겠어’ 이런 말을 조심한다고는 하는데 은연중에 하게 되거든요. 근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으며 애들에게 약이 될까 싶어요. 

물론 아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사는 건 아니지만, 우리가 잘 사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게, 부유한 삶이 아니라 인생을 알차고 재밌게 사는 걸 보여주는 게 애들한테 가장 큰 공부고 선물이라고 남편과 늘 얘기해요. 이런 생각이 제 인생을 살아가는 큰 동력이 됩니다.


얘기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저는 저 말고 신경 써야 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고민을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요. 지금도 제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하면서 먹고살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고 있거든요.


맞아요. 가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아이가 없으면 인생이 정말 길게 느껴지겠구나. 저는 30대 때는 나 자신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없었거든요. 


앞으로 인생은 더욱 길어질 텐데, 고민할 날도 같이 길어지겠네요.



‘현재’의 우주인을 설명할 수 있는 물건은?


다초점 안경?


다초점 안경은 무슨 의미예요?


별 의미 없어요. 그냥 맨날 그 안경을 쓰면서 내가 이걸 쓸 나이가 되었구나 싶은 거죠.



나이를 실감하게 하는 물건이군요? 현재를 증명하는 거네요!


네. 현재의 나를 설명하는 물건을 고르라고 하니 이게 생각났어요. 예전에 막내 삼촌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자기는 어른들이 ‘눈이 어둡다, 어둡다’고 할 때마다 뭐가 어둡다는 걸까,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정말 노안이 오니까 눈이 어둡다는 거예요. 그 말이 너무 웃기더라고요. 그런데 겪어보니, 보일 것 같은데 보이지 않는 게 너무 답답해요. 눈을 많이 쓰는 일을 하니까 노안과 근시가 같이 왔어요. 그래서 다초점 안경을 맞췄어요. 다초점 안경이 뭔지는 알아요?


아니요. 초점이 여러 개인 안경인가요?


맞아요. 중앙 렌즈가 근시용이고, 아래는 두꺼운 돋보기예요. 옛날에는 렌즈는 하나인데, 용도에 따라 두께가 달라서 이상했대요. 요새는 기술이 발전해서 초점이 달라도 렌즈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대요. 좋은 거 쓰려면 비싸긴 한데, 월급 받느라 눈이 상한 건데 이런 데에 돈 써야지.


그럼요. 이럴 때 쓰려고 돈 버는 거 아니겠어요?!



우주인을 기분 좋게 만드는 가장 빠른 방법 세 가지는?


아무거나 한 잔! 혼자 혹은 둘이 걷기! 그 순간 생각나는 사람에게 보고 싶다고 연락하기!


와, 아무거나 한 잔! 지금 분위기에서는 어떤 주종을 선택하는 게 좋을까요?


샹그리아, 뱅쇼 이런 술 좋을 것 같은데요? 우리 지금 시켜먹을까요? 


대리 불러야겠어요!


아, 맞다. 차 가져왔지.


가장 최근에는 언제 마셨어요?


어제도 마시고 그제도 마셨어요. 일은 끝나지 않았지만 연휴의 시작이라 너무 행복했거든요. 저는 늘 요구르트병 크기의 맥주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왜 그 딱 한 잔, 한 모금 마셨을 때 기분이 확 올라오면서 행복해지는 느낌이 있잖아요.


그 느낌 잘 알죠. 첫 모금 마실 때의 그 시원함! 최근에 음료수 캔 사이즈의 맥주 나왔는데 딱 좋은 것 같아요.


어, 저도 그거 봤어요. 250㎖ 캔이던데, 괜찮을 것 같더라고요.


기분 좋아지는 방법 세 가지가 모두 귀엽고, 소녀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평소에도 항상 밝고 쾌활하신 느낌인데, 스스로도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진짜요? 전혀 아닌데요.


전혀 아니라고 생각하세요? 그런데 다들 그렇게 생각할 걸요? 게다가 사람들과의 관계도 중요시 여긴다는 인상도 받아요.


사람들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건 맞아요. 술을 배운 것도 술자리가 좋아서거든요. 사람을 좋아하긴 하지만 에너지 자체는 사람한테서 얻는 편은 아니에요. 사람을 만나면 기가 빨리고, 혼자 있는 시간이 있어야 충전하는 느낌이 나요. 그래서 제가 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에너지 넘치고 쾌활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보고 싶은 사람에게 전화를 하는 것도 사람에게서 에너지를 얻는 것처럼 보여요.


원래 평소에 먼저 연락하는 성격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는 같이 일했던 사람들한테 연락을 먼저 하게 되더라고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과 얘기하니까 힘든 일도 더 잘 넘어가게 되고, 대화 자체가 재밌기도 하고요. 요즘에 제 기분을 좋게 만드는 방법이긴 해요.


저희는 우주인의 현재를 주목하고 싶기 때문에 좋은 답변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우주인들은 먹거나 영화를 보거나 명상하거나, 혼자 하는 행위를 주로 꼽았거든요. 그런데 호호님이 꼽은 건,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처럼 보여서 쾌활하게 비친 것 같아요.


저도 혼자 하는 거예요! 혼자 술 마시고 혼자 걷고. 쾌활까지는 모르겠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고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 하는 건 맞아요. 그늘이 많은 편은 아니에요.


그래서 저희가 더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아까도 얘기했지만 천성적으로 까탈스럽지 않고 무디거든요. 무던한 편이라 더 그렇게 느끼나 봐요.



★우주인 호호의 인터뷰는 2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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