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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흐지부지 Oct 01. 2021

[시즌2] 우주인 장윤혁을 만나다♡

2021년 우주인 8호


윤혁 님, 안녕하세요! <우주인터뷰> 시즌2의 인터뷰이가 되어 주셔서 감사드려요!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흔쾌히 수락해주셨어요. 그럼 인터뷰를 시작해 볼까요?


<우주인터뷰>는 크게 2가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먼저 모든 인터뷰이에게 공통으로 드릴 ‘시그니처 질문’과 인터뷰이마다 달라지는 ‘우쥬 질문’이에요.


시그니처 질문


응답하라, 우주인! 한 문장으로 나를 표현한다면?


‘외계인으로부터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행성에 살고 있는 수컷 인간종’입니다.


지구를 ‘외계인으로부터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행성’이라고 표현해주셨어요. 정말 독특한 관점인데요. 이렇게 표현하신 의도가 있나요? (웃음)


조금 심오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저는 우주라는 방대한 공간 안에 우리가 존재하듯이 충분히 다른 생명체가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우주라는 기준에서 바라봤을 때, 제 위치가 굉장히 주변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객관적인 느낌을 담아 표현해 보았습니다. (웃음)


지구 너머의 우주와 외계인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건 언제나 흥미로운 것 같아요. 우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혹시 <코스모스>라는 책 읽어보셨나요? 저는 3년 전쯤, 우연히 접하게 되었는데 그 책을 읽고 나서부터 우주라는 공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왠지! 좋아하는 사진 중에서 <코스모스>와 관련된 사진이 있었죠! 굉장히 두꺼운 책이어서 관심이 없다면 첫 장을 넘기기 쉽지 않았을 텐데, 읽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음, 말씀하셨다시피 굉장히 두껍고 내용적으로도 무거운 책이잖아요. 그런 걸 읽었다고 말하면 그럴듯해 보이지 않을까 해서요. (웃음) 어디 가서 당당하게 읽었다고 말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보기 시작했어요. 아, 이유를 멋지게 잘 포장하고 싶었는데 자꾸 속마음을 들키게 되네요.


솔직한 마음, 고맙습니다. (웃음) <코스모스> 이야기는 좋아하는 첫 번째 사진과 함께 더 이야기해 볼까요?



가장 좋아하는 사진 3장을 소개해 주세요!



첫 번째로 이렇게 ‘창백한 푸른 점’ 사진을 가져와 주셔서, <코스모스>에서 소개한 창백한 푸른 점의 의미를 살짝 가져와 봤어요.


‘여기가 바로 우리의 보금자리고 바로 우리입니다. 이곳에서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가 알고, 우리가 들어 봤으며 지금까지 존재한 모든 사람이 살았습니다. 태양 빛 속에 떠다니는 저 작은 먼지 위에서 살다 갔습니다. 지구는 ‘코스모스’라는 거대한 극장의 아주 작은 무대입니다. 우리가 우주 속의 특별한 존재라는 착각에 대해 저 창백하게 빛나는 점은 이의를 제기합니다.'
‘멀리서 찍힌 이 이미지만큼 인간의 자만이 어리석다는 걸 잘 보여주는 건 없을 겁니다. 저는 이것이 우리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서로를 좀 더 친절하게 대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보금자리인 창백한 푸른 점을 소중히 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죠.’
- 칼 세이건 <코스모스>


네, 이 사진은 태양계 끝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입니다. 드넓은 지구에서 저의 위치를 가늠케 해줘요. 이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제가 가지고 있는 크고 작은 고민들이 모두 별 것 아닌 듯 느껴지면서, 마음이 한결 편해집니다.


맨 처음 자신을 표현했던 한 문장도 그렇고, 뭔가 계속해서 자신을 작은 존재, 미물로 바라보려는 느낌이 들었는데요. 그러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예를 들면 평소에 되게 거만하셔서 일부러 의식적으로라도 자만심을 낮추려는 노력이라던지, 이런 이유요. (웃음)


그런 건 아니지만 우주라는 공간 안에서 저의 위치를 오롯이 실감할 때, 제가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고민들이 조금 시답지 않게 여겨지더라고요. 이집트 파라오 왕이나 진시황 같이 시대를 호령했던 인물들도 지나고 보면, 찰나에 불과했잖아요. 이렇게 우주적인 관점에서 인간이 가진 한계를 받아들일 때, 비로소 마음이 편해지고 자유로워지는 것 같아요.


맞아요. 거대한 우주 속에서 보면 가지고 있는 고민들이 정말 더 작게 느껴질 때가 있죠.


네. 제가 고민이 많은 편이고, 고민을 필요 이상으로 끌어안는 습관이 있어요. 그래서 고민을 관리할 방법이 필요했고, 그런 찰나에 <코스모스>라는 책을 만나면서 훨씬 더 편안해진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사진을 바라보면 행성 안에서 아옹다옹 지내는 사람들이 결국 우주라는 드넓은 공간에서 지구라는 극히 일부의 공간을 공유하고 지낸다는 공동체적인 시선이 생겨서 살아가는 힘도 생기고요. 그래서 첫 번째 사진으로 골랐습니다.


사람들이 입을 모아서 좋다고 말하는 책들은 정말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저마다의 울림도 있고요.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 면에 ‘순수양떼목장’을 놀러 갔다가 마을의 전경이 너무 예뻐서 찍은 사진이에요. 대관령은 정말 수평적인 마을이에요. 하늘도 다 보이고 건물도 그리 높지 않아요. 수직적으로만 개발된 도시에서 경험하기 어려웠던 호젓함을 듬뿍 느낄 수 있었어요. 언젠가 이런 데서 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두 번째 사진으로 골랐습니다.


산 위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마을을 보니 정말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에요. 여행 가신 건가요?

 

사실은 강아지 호텔이 있어서 강원도에 가게 되었어요. 근처에 반려견과 함께 입장할 수 있는 양떼 목장이 있다고 해서 들렸거든요.


강아지 호텔이라니, 세 번째 사진에 나온 귀여운 강아지와 함께 간 여행이네요?



네, 세 번째 사진은 같이 지내고 있는 ‘둥이’라는 반려견이에요. 


네, 너무 귀여워요. 사실 저는 윤혁 님이 사진을 몇 번 보여주셔서 둥이와는 구면이에요 (웃음) 강아지를 너무 좋아하시는 게 눈에 보이고, 둘의 관계가 애틋하게 느껴져서 정말 부러웠어요.


맞아요. 한 살 갓 넘긴 둥이를 보며 도리어 사랑이 무엇인지 배우고 있어요. 무조건적인 사랑이 주는 힘을 알게 된 거죠. 보고만 있어도 막 기분이 좋아져요. 산책 채비를 마치고, 비장하게 서있는 둥이 모습이 너무 귀엽지 않나요?


보송보송하게 서있는 모습이 정말 귀엽습니다. 저도 친구네 강아지가 제게 엉덩이를 꼭 붙이고 있거나, 갈 때마다 마중을 나오면 그렇게 귀엽더라고요. 그럼 집에 들어갈 때마다 둥이가 마중 나오겠네요?


마중 나오는 둥이♡


네, 그렇죠. (웃음) 지금은 아니고 몇 개월 전에 남겨둔 사진인데요. 현관에 막 들어왔을 때 둥이가 항상 저를 보고 있는 사진이에요.


둥이도 행복하게 웃고 있는 것 같아서 귀여움이 두 배입니다. 둥이는 어떻게 키우게 되신 거예요?


가족의 의사가 가장 컸어요. 사실 전에도 몇 번 강아지를 데려왔었는데, 시간도 공간도 마땅치 않아서 다시 주인 분께 돌려보냈었거든요. 이번에는 강아지를 키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마련되어서 둥이를 데려올 수 있었어요. 사실 키운다는 말보다는 같이 지낸다는 말이 더 맞는 것 같아요. 일 년 남짓한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훨씬 수평적인 시선으로 바뀌었거든요. 처음에는 무조건적으로 제가 보살펴야 된다는 생각이 많았는데, 때로는 둥이가 저를 보살펴 주기도 하고, 이제는 무엇을 하든 꼭 함께하는 존재로 생각하게 되었어요.


때로는 둥이가 윤혁 님을 보살펴 준다는 말이 정말 따뜻하게 느껴지면서, 한편으로 정말 많이 부럽습니다. 둥이에게 윤혁 님은 서열 몇 위예요?


원래는 엄마가 1등이고, 제가 2등이었는데요. 형이 집에서 재택을 시작하면서 못 본 새 많이 친해졌더라고요. 원래 둥이가 잘 때 제 방으로 왔었는데, 이제는 형 방으로 가고 있어요.


정말 슬프시겠어요. 밀려난 소감이 어떠세요? 


이제 그럴 때마다 ‘창백한 푸른 점’을 되뇌며 마음을 안정시키는 거죠. (웃음)


둥이와의 동침을 다시 얻는 그날까지 응원하겠습니다. (웃음) 그럼 둥이와 함께 자주 여행을 다니시겠어요. 


네, 사실 여행뿐만 아니라 늘 같이하고 싶어요. 둥이는 늘 집에 있어야 하니까 미안한 마음이 크죠.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함께 이곳저곳을 다니는 것 같아요. 여행을 갈 때마다 느끼는 건 반려동물은 자연에서 함께 지내는 게 맞다는 마음이에요. 아파트에서 지낼 때랑 가지고 있는 생기가 다르거든요. 둥이를 위해서라도 좀 더 자연적인 주거 환경에서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죠.


맞아요. 자연이 주는 에너지가 있는 것 같아요. 둥이가 정말 좋은 집사를 만나서 행복하게 잘 지내는 것 같아요.


사실 사람도 동물이니까 자연과 어우러져서 지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땅을 밟고 햇빛을 쐬는 활동이 우리에게 주는 행복감과도 정비례한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적어도 저는 좀 더 자연적인 곳에서 살고 싶어요.


정말요. 둥이도 우리와 비슷한 마음일 것 같아요. 저는 계속 강아지와 함께 지내는 삶을 꿈꾸는데, 사실 결정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반려견을 데려올까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픈 이야기가 있을까요?


음, 제가 확정 지어서 말씀드릴 순 없지만, 저는 둥이와 시간을 보내면서 이제까지 느낄 수 없었던 감정들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그 존재와만 나눌 수 있는 감정적인 경험이 쌓이면서, 뭐랄까 마음이 좀 더 풍요로워졌거든요. 어떤 생명을 책임져 보는 건 알 수 없는 두려움도 생기고, 무조건적인 사랑도 배우는 것 같아요. 어른이 되면서 점점 재고 따지는 계산적인 면이 생기는데 둥이가 바라는 거 없이, 일방적으로 제게 사랑을 주는 모습에서 정말 큰 고마움을 느끼거든요. 더불어 말할 수 없이 큰 위로를 받아요. 둥이가 제게는 정말 큰 복인 것 같아요.



우주인의 특별한 능력 세 가지는 무엇인가요?


제 능력은 ‘시간 약속 아슬아슬하게 지키거나 안 지키기’입니다. 그렇다 보니 약속이란 걸 함부로 잘 안 잡습니다. 미리 보내드리기로 한 사전 질문도 답이 살짝 늦어졌었죠? (웃음) 이 자리를 빌려 사과의 말씀을 드려요.


아, 너무 좋은 답변인데요? (웃음) 특별한 능력 세 가지를 물어보면 다들 엄청 고민하시거든요. 앞에 붙은 ‘특별한’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 때문인지 뭔가 대단한 능력을 말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있나 봐요. 윤혁 님 능력을 보고 다음 분들도 편안하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새로운 능력의 길을 활짝 열어주신 것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능력을 첫 번째로 담은 이유가 있을까요?


이게 자랑은 아닌데, 늘 아슬아슬하게 시간 약속을 지켰던 것 같아요.


그래도 사실 ‘지켰다’로 끝나게 되는 능력이잖아요. 그렇죠?


네, 또 보아하니 그렇네요. 항상 지키려고 노력은 열심히 하고 있어요. 사실 출근할 때도 지각을 하진 않는데, 아슬아슬하게 도착하더라고요. 능력이라고 말했지만 늘 여유롭게 다니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개선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이렇게 답변을 드린 것 같아요. 살아가는 데 있어서 거의 대부분이 약속의 연속이잖아요. 이 시간에 출근하고, 이 시간에 퇴근해. 몇 시에 만나자, 이런 것들이요. 이런 약속들이 모두 편의를 위해서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어서, 오히려 시간에 대해서 조금 더 자유롭게 쓰고 싶은 욕망이 있었나 봐요.


정말요. 인식하지 못했지만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사실은 약속 투성이었네요. 그럼 두 번째로 특별한 능력은 뭔가요?


음, 두 번째 능력은 ‘오그라드는 말 하기’ 예요. (웃음) 이를 테면 가끔 뜬금없이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서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했어.’라고 말하곤 해요. 둘러보면 남자들끼리는 잘 안 그러는 것 같거든요? 근데 저는 철판을 깔고 오그라드는 말을 곧잘 합니다.


친구에게 오그라드는 말을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친구가 당황하는 반응을 즐기시는 건지, 아니면 혹시 자기만족인 건가요? (웃음)


네 맞아요. 당황하는 친구를 보는 것이 정말 즐겁습니다. (웃음) 사실은 진심이 더 많이 들어있어요. 사회에서 지낼수록 점점 칭찬이나 표현이 인색해지잖아요. 그래서인지 제가 좋아하고 아끼는 몇몇 사람들에게 의식적으로라도 자주 전하는 것 같아요. 뜬금없이 전화 걸어서 오글거리는 말을 한 번 건네 보시는 걸 추천해요. 생각보다 정말 좋습니다. (웃음)


정말 상대에게도 특별한 응원이 되는 능력이네요. 그럼 우주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저희 ‘인터뷰어’들에게 오그라드는 말을 해주실 수 있나요?


음, 되게 필요한 일을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에 관심을 가져 주시고,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셨다는 게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사실 인터뷰를 하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계속 이야기하다 보니 정말 필요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미디어에서 말하는 성공이나 희망에 대한 이야기가 굉장히 승자들의 서사처럼 느껴져서 점점 멀리하게 되거든요. 누군가에게는 어려운 일일 수도 있을 텐데 어떻게 성공을 위해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는 말을 쉽게 하지?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미디어에서 계속 보여주는 아주 몇몇의 이야기 말고, 열심히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많이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더욱 우주인터뷰가 꼭 필요한 콘텐츠 같아요.


저도 우주인터뷰를 기획하게 된 이유가 주변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정말 즐겁고 재미난 이야기가 많은데, 아무도 인터뷰를 안 해주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이렇게 하게 되었습니다. (웃음)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말씀해주시니까 정말 감사하네요.


아니에요. 저도 몰랐는데 제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정말 즐겁네요. (웃음)


마지막 세 번째 능력은 ‘피곤해하기’라고 답변해 주셨어요. 세 가지 능력이 모두 비범합니다.


네, 맞아요. 가진 에너지가 크지 않아서, 이 총량을 지혜롭게 잘 분배해서 사람도 만나고, 일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시로 방전이 돼서, 기운 없이 지내는 것도 곧잘 하고 있어요. (웃음) 


그럼 능력으로 꼽으신 이유가 있을까요? 혹시 지금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피곤하시다고, 저희에게 알아 달라고 신호를 주시는 건가요? (웃음)


어떻게 아셨죠? (웃음) 장난이고요. 지금 인터뷰는 피곤하지 않은데, 가진 에너지가 원래 크지 않은 사람들이 있잖아요?


정말 공감합니다. 저도 사실 에너지가 많이 없어서, 총량 안에서 잘 나눠서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회사에서는 아주 적은 에너지를 쓰고 있어요. (웃음)


저도 주어진 업무시간 안에 일을 하고, 업무시간이 끝나면 깔끔하게 딱! 가는 걸 좋아해요. 제가 가진 집중력을 알맞게 배분해서 일하다 보니, 주변에서 바라볼 때는 조용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우주인의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경험을 공유해 주세요.


제게 가장 특별한 경험은 ‘지금’이에요. 살아오면서 크고 작은 선택이 모여서 ‘지금’을 만들었잖아요. 만약 이전에 하나라도 다른 결정을 내렸다면, 어쩌면 지금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엉덩이나 긁고 있었을지도 모르죠. 그렇기에 제게 주어진 ‘지금’이라는 시간이 매번 가장 특별한 경험이에요.


특별한 능력에서도 첫 번째로 시간에 관한 능력을 말하셨잖아요. 그래서 시간에 관해서 조금 다르게 느끼는 부분이 있으신지 궁금해졌어요.


시간에 관해서 많이 다르게 느끼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요즘은 ‘순간’을 붙잡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전까지는 인생을 숙제처럼 살아왔거든요. 대학에 가면, 여자 친구가 생기면, 전역을 하면, 시험에 합격을 하고 나면, 이런 식으로 막연한 미래를 바라보며 현재를 아깝게 소모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제게 다가온 ‘순간’들에 온전히 몰입하지 못했었고, 시간이 지나고 보니 헛헛한 마음만 남아 있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이 순간의 ‘지금’을 가능한 유쾌하게 보내려고 노력을 하는 편입니다.


이렇게 시간에 대한 가치를 미래에 두지 않고, 현재에 놓아야겠다고 깨닫게 된 구체적인 계기가 있었을까요?


저는 최근까지 수직적인 성공관에 얽매여있던 사람이에요. 로스쿨 준비를 오래 했었고, 변호사가 되면, 좋은 로펌에 들어가면, 이런 목표들을 인생의 큰 포부이자 목적으로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가진 현재를 포기하고 미래를 준비하고 살았어요.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이렇게 지내오면서 얻었던 결과들에 허무함이 컸습니다.

그때 어떤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는 되게 현실에 충실하게 살아가고 있었어요. 대단한 것에 기쁨을 느끼는 것이 아닌데도, 항상 즐겁고 행복한 모습으로 웃고 있었거든요. 이런 외부적인 요인들에 의해서 저도 행복의 기준을 미래에만 두지 말고 제가 좋아하는 것들, 제가 잘할 수 있는 일로 지금을 알차게 채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좋은 이야기네요. 그럼 시간에 대한 생각뿐 아니라, 인생을 바라보는 가치나 성공관도 함께 바뀌게 된 거네요.


사실 이런 생각을 시작한 게 정말 최근이거든요. 그래서 인터뷰를 하는 지금도 계속 마음에 변화가 있다고 느껴져서 몇 년 후에 보면 또 답변이 다를 수 있겠다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도 확실한 것은 2년 전의 대답과, 2년 후의 대답은 아주 확연하게 다를 것 같아요.


적절한 타이밍에 인터뷰를 하게 된 거네요. 인생의 변곡점에 있는 지점은 정말 남기기가 쉽지 않잖아요. 나중에 보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아 내가 이렇게 생각했었지 이렇게.


맞아요. 어제 저녁에 먹은 밥이 너무 맛있어서, 최근에 본 영화가 정말 인상 깊어서, 이런 이유들이 어떤 일정 기간에는 상당한 영향을 주기도 하잖아요. 내가 가진 본모습을 오버해서 밝은 척을 하는 시간도 있고, 가끔 허무주의에 빠져 평소보다 비관적인 사람이 되는 시간들도 있고요.

그래서 오늘 주시는 질문에 천천히 대답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변화하는 중이지만 그 안에서도 최대한 진솔하게 남기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아주 좋습니다. 저희도 인터뷰를 하면서 계속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지금’, ‘현재’에 집중해 답해 달라는 거거든요. 근데 인생에 대해 질문받으면 뭔가 그럴듯한 대답을 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잖아요. (웃음) '지금'에 충실한 윤혁 님의 대답이 계속 기대됩니다.



★우주인 장윤혁의 두 번째 인터뷰는 10월 15일에 공개됩니다. 많은 기대 바랍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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