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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이 May 09. 2024

우리 아들은 왜 <휴먼메이드>에        열광할까?

-엄마가 경험한 요즘 아이들의 소비 문화 트렌드

딸과 함께 후쿠오카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승무원인 딸 아이는 해외에 갈 때마다

 대학생인 남동생이 좋아할 만한 브랜드의

 옷을 사다 주곤 하는데요.

수프림, 아미, 스투시, 파타고니아....., 는

보면 나도 알만한 브랜드라 동생을

챙기는 딸애가 기특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후쿠오카에 간다고 하니 평소와는 달리 아들이 먼저

  <휴먼메이드 독수리 티셔츠>

 꼭~~ 사오라고 신신당부를 합니다.

“그게 뭔데 저렇게 갖고 싶어하니?”

“일본 브랜드인데, 요즘 핫 한거야.

저번 주 도쿄 갔을 때도 못 사왔잖아.

우리나라에서는 돈 주고도 없어서

 못 사.”

“그래? 엄청 이쁜가 보네?”

체크인을 하자마자 시내로 나갔습니다.

비도 부슬부슬 오고 쇼핑 다니기는

불편한 상황이었어요.

어디지? 어디지?

두리번거리며 구글 지도를 따라 가다 보니

옷 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네요.

 “혹시 저기 아니야?” 하니

“대박, 그런가봐. 역시 웨이팅이 기네.

그래도 오픈 한지 얼마 안 됐는데

 저 정도면 양호하네.

 비가 와서 다행이다. 엄마.”

우산을 들고 건물을 따라 늘어 서 있는

 줄을 따라 제일 뒤로 가서 섰습니다.

쇼핑백을 들고 나오는 사람이 생기면 직원이

 두세 명씩 줄을 잘라서 데리고 들어가는데

유리를 통해 실내를 보니 휑한 것이

 긴 행거 두 개에 벽에 걸린 티셔츠

몇 개가 전부였습니다.

매장 안에는 모자 쓴 직원이 반,

물건 고르는 손님이 반, 그런 것 같았어요.

“뭐니? 왜 옷이 없어?”

“그니까 이런 브랜드는 물건이 많지 않아. 구하기가 힘드니까 더 가지고 싶은 거지.

여기 후쿠오카 상징이 독수리라 여기서만 파니까 그걸 살 수 있으면 로또 맞은거야?

 그거 사가면 아마 꽥 소리 지를걸? ㅎ

“그래?  도시마다 스타벅스 머그잔

 모으는 사람은 봤는데

옷도 도시 캐릭터가 있구나.

제발 독수리가 있으면 좋겠다.”


아들이 좋다면 뭐든 할 수 있기에 부디 독수리

한 마리를 생포해가기를 기도했습니다.



 드디어 입장을 했어요.

영어도 잘 안되는 직원들이라

딸도 잠시 어리둥절 합니다.

“뭐지? 어떻게 사는거지?”

“사이즈는 어떻게 보는거야?”

하고 있는데 직원이 클립보드를 각각

하나씩을 줍니다.

거기에 보니 콩알같이 작은 옷 사진이랑

 사이즈가 주욱 표시되어 있습니다.

눈치는 딸보다 빠른 내가

“여기 자기가 사고 싶은 옷 사진 옆에다

사이즈를 체크하는 건 가봐.”

“ 오~ 엄마 똑똑하다. 그러네, 근데

 어떤 게 있는 건지 찬찬히 둘러봐야겠다”

“ 뭘 찬찬히야 그새 빠지면 어쩌려구.

일단 독수리 있나 찾아 보자”

“독수리는 아예 없네.

그래도 동물그림이 더 좋은거라니까

 동물로 찾아봐봐.

                   여기 호랑이는 있어. 엄마. “

“ 사이즈는 어떻게 아는 거야?”

“아니, 걔가 자기는 2xl를 입어야 한다고 했어.”

“그렇게 큰걸 샀다가 안 맞으면 어떻게 해?"

“당근에 팔아도 바로  팔릴테니 걱정 마셔요.

이게 투라야 안 크지? 왜케 작게 만들었어.

나는  어떤 게 맞는 거지?”

“ 니 껀 나중에 고르고 일단 있는 것부터

결제해 그러다가 물건 빠지면 어떡하니”

옷을 들고 카운트로 가려니

직원이 가로 막았습니다.

내가 작성한 주문서만 가지고

가라는 것 같았어요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두 명 밖에 없는

 직원 중 착하게(?) 생긴 여자한테

보드판을 내밀었더니 물건은 주지 않고

번호가 적힌 스티커를 주었습니다.

 297번

“아휴 뭐가 이리 절차가 복잡해? 지네들도 고생이구만

그냥 물건 골라서 계산하면 될 걸 몇 단계를 거치는거야?”

“그게 마케팅인가보네. 어머니 흥분 좀 가라앉히시고. 좀 조용히 기다리셔”

딸 애가 한마디 합니다.

“근데 이게 이쁜거야? 나도 만들겠다.

이게 뭐라고 네 동생은 왜 그리 좋아하니?”

“연예인들이 많이 입으니까

인기가 올라간거지. 구하기도 힘들고…..

명품 소장 욕구랑 비슷한 거야.”

“참 이해가 안 돼. 요즘 애들,

저기봐 반이 한국 애들이야.

비행기 타고 이거 사러 온거야?”.

“에이구. 또 요즘 애들 타령이세요”

“그래도 호랑이라도 한 마리

잡아서 다행이다. ㅋㅋ”

“그럼 이나마도 다행이지 사이즈 다 빠졌잖아. 아마 엄청 좋아할걸”


호텔에 돌아오서 와이파이가 연결되자 마자 휴먼메이드를 찾아 봤습니다.


검색해 보니 휴먼메이드는 2010년 스트릿 패션의 전설 이라고 일컫는 니고라는 사람이 만든

일본 브랜드라고 합니다. 니고는 문화복장학원을 졸업한 후 친구한테 빌린 400만엔으로

 패션 사업을 시작하여 베이프라는

 세계적인 브랜드를 키워 낸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DJ와 음악프로듀서 활동도 했다니 시대의 유행을 선도하고 문화를 이끌어 간 사람이

 아니었나 싶어요.

 유명 가수들이 좋아한 이유도 알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애들이 손가락 펼치며 종종 말하는 리스펙~~~ 그런거겠죠?^^


 니고의 친구이자 사업 파트너인 퍼렐윌리엄스가 자주 입고 나오면서 인지도가 올라 갔는데,

우리나라에서는 2022년 들어서면서 뉴진스, 제홉스 등 연예인들이 입으면서 인기가

높아졌다고 합니다.

물량이 들어오는 시간 위주로 오픈 런 벌어지고 있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데

 현재 일본의 유명 편집샵, 세컨핸드샵  대부분이 휴먼메이드를 메인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하니

 2020년대 일본 브랜드 중에서는

 휴먼 메이드가 단연 TOP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검색해 보니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브랜드는 아니었네요.

 나름의 컵셉과 스토리를 가지고 성장한 브랜드였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은 늘 하고 삽니다.

젊은 사람들한테도 배울 것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생각은 하는데

자식들한테 아쉬운 소리하며 때마다 물어보는 것도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딸 아들 따라다니며 그들의 문화를 공유해 보니 요즘 애들이 참 지혜롭고 합리적으로

 산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세대가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투자를 하고

원을 벌기 위해 당근 물건에 공을 들이며

한 푼굴리는데도 최선을 다하는 한편,

나를 위해서라면 큰 돈도 과감히 쓸 줄 아는…..

그렇게 자신에게 집중하며 사는 모습을 보니 참 부럽기도 합니다.




나름 패션 아이콘으로 살았던 젊은

시절의  자부심 하나로 변화를 거부하고

 나아가 아이들한테 내 방법을 따르도록

 잔소리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셜록 홈즈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자네는 보았지만 나는 관찰했다네”

똑같은 것을 보고도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홈즈에게

친구 왓슨이 그 이유를 묻자

 홈즈가 답한 말입니다.

세상을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흐름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화의 이유와 그 이면의 세세한

사정들을 관찰하고 배워가는 일이

중요함을 새삼 깨닫게 되는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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