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혼자가 아니었던 여행은 일지에서 제외키로...
아내와 딸아이가 시애틀의 공항에서 Join을 하니, 어느새 혼자의 여행보다는 가족여행의 일정이 시작된다. 같이 다니면서도, 나름 혼자의 느낌이나 사색을 즐길 수 있을 줄 알았다. 애초에 현란한 SNS, 인터넷 리뷰나 별이 몇 개 식의 정보에 현혹되지 않으려 했던 나의 바램은 어느새 사라지고, 줄곧 딸아이에 맞춰져 방문지가 결정되어 간다. SNS나 리뷰 덕분으로 정해지는 방문지로 말이다. 급기야, 혼자만의 틈새시간을 활용해 글을 쓰는 것도 하루, 이틀 계속 미뤄지기도 일쑤다. 그렇게 남은 여행은 원래 기록하고자 했던 의미와는 전혀 다른, 흔한 가족여행이 된다. 결국, 사색의 여행보다는 먹고, 마시고, 보고, 쇼핑하는 그런 모습으로 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보려 했으나, 글이 나오지 않는 걸 어찌 하랴? 결국, 글의 목적에 맞지 않는 여행은 과감하게 포기, 곧 여행일지에서 제외키로 한다. 다만, 아래처럼 짬을 내어 남겼던 흔적은 그대로 두기로하고.... 그리곤 또 나의 여행스토리는 다른 모습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그대! 당신의 여행을 온전히 혼자 가져보시길...
1/1/26
어제에 이어, 오늘과 내일까지는 여럿이 함께 다니는 여행이 될 것이다. 이는 곧, 못 가본 곳도 찾아가 보느라, 못 먹어본 것도 먹어 보느라, 안 해본 것도 해 보느라, 시간에 쫓기듯 다닐 것임을 의미한다. 자연스레, '혼자'이어야 가능한 여행은 뒷전으로 미뤄지고, '그룹'으로의 여행 계획이 세워지리라. 어디가서 어떤 것을 보았고, 무엇을 해 봤으며, 무엇도 먹었고, 그런 건 인스타에도 올렸어! 라는 식의 여행 기록말이다.
캐나다의 국경을 넘어가려니, 처음 미국으로 와, 나이아가라 폭포로의 여행길을 올랐던 때가 떠오른다. 그때는 캐나다의 국경을 바로 앞에 두고, 넘어갔다 올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때가 아니었는가! 어떻게든 최소한의 경비와 시간으로 최대한의 여행지를 다니려 했던 때였다. 그러고 보니, 햇수로 15년은 족히 된 듯 하구나. 삶의 여유도 찾기 힘들던 이민 초기 시절! 그때와 지금이 비교되는 삶의 모습이 지난 세월의 기억을 슬라이드처럼 넘긴다.
1/3/26
비오는 아침을 맞는다. Severe Weather Advisory! 이 곳 벤쿠버에서... 온전히 나만 깨어있는 아침, 스탠드 불빛에 의지하며 기록을 남기는 이 시간이 행복하기만 하다. 한 모금의 커피와 방 안 가득한 커피향을 즐기며... 하루 시작의 루틴! 이전의 여행과는 다른 한가함을 즐기며 시작한다. 마치, 어느 호숫가에서 유유자적히 한 발로 서 있는 나그네 두루미와 같이... 작년과 올해를 잇는 시간을 미국에서 캐나다로 넘어가며 보냈고, 일상의 루틴에서 벗어났던 여행의 마지막 날을 맞는다. 미국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그리고 집으로 향할 비행기에 오를 시간이다. 이제 흩뜨렸던 여행의 흔적을 하나씩 가방에 쌓고, 휘갈겨 쓴 흔적의 노트를 넘기면서, 추억을 접어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