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안녕이라 그랬어>를 읽고...

by 하늘

7편의 단편소설을 모아 놓았다. 각 단편들을 발표한 시기나 지면을 책의 뒷부분에서 소개해 준다. 그동안 내가 접해 온 작품들을 보면, 단편소설집은 한 두어 권 정도, 내게는 그다지 익숙치만은 않다. 실린 단편들의 발표시기를 보니, 2019년부터 2024년에 걸친 작품들! 그리고 그것들을 모아 2025년에 발간을 했으니, 내게 있어서는 가장 최근에 접한 한국의 단편소설집이라고 해야 겠다. 40대 여성작가 눈에 비친 한국 세상의 이야기들을 마치 그녀의 수필을 읽고 있는 독서였다고 해야 할까? 그녀가 쓴 단편들을 읽다보니, 역시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은 우리의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낀다. 단지 등장인물이나 약간의 설정들을 바꾸다보니, 소설이라는 형태가 된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지금 이순간 당신이 스치는 시간, 감정, 생각 등을 조금 깊이 관찰하고 간직하면 그것이 작품의 스토리가 되지 않겠는가.




책을 조금 읽다가 접고, 또 조금 읽다가 접고 하는 경우라면 단편소설집도 괜찮을 것 같다. 짬나는 시간동안의 독서, 특히 휴대폰만 보고 있는 것을 대체하듯이 말이다. 짧은 한 편을 읽고, 잠시 지나온 이야기를 곱씹으며,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을까를 생각하며 커피 한 모금을 입 안에 채워주면 좋을 듯한 그런 느낌이다. 아니면, 나와의 대화상대와 같이 짧은 대화를 나누기도 좋은 소재일 것 같다. 물론, 장편소설에서 다루는 깊이나 디테일의 맛은 느낄 수 없지만... 그래, 영화관에 갔는데, 7편의 단편영화를 쭉 보고 온 기분! 읽을 때는 '그랬어!' 하고 넘어가던 부분도, 다른 한 편을 읽고 있노라면, 지난 편은 뭐였더라하며 더듬거리며 헤맸던 기억이 가장 많이 남긴 하다.




책 뒷편에는 어느 문학평론가의 제법 긴 글이 담겨 있기도 하다. 책을 읽지 않고 독후감 숙제를 했던 나의 학창시절에는 제법 인기있는 보너스 chapter이기도 하겠다. 그러나, 아래에서는 각 단편소설별 내게 전해져 왔던 작가의 생각 몇 개를 남기기로 한다.

홈파티
성민을 통해 모임의 손님을 돌려가며 만나는 그들만의 계급사회를 본다. 다정하거나 위하는 척 하지만, 속내는 '나는 너보다 나아!'의 가치관이 꽈리를 틀어, 위하는 척 하면서 연민을, 걱정하는 척 하면서 한심함을, 겸손한 척하면서 승리감을 맛보는 그런 인간들이 스스로 하층계급을 정하고, 멸시 혹은 연민을 보내는 모습들을 본다.


숲 속 작은집
지호와 나(은주)는 경제적으로 후진국으로 비춰진 나라로 해외여행을 떠난다. 그 곳에서 maid가 정리해 놓은 방 안의 모습에 대해 tip이라는 돈이 결국엔 해결책일 수 있다고 결정을 한다. 그러나, 결국엔 그것이 아픈 엄마를 대신했던 15~16살 딸의 노력이었고, 훔쳐가지 않았나하고 의심했던 기념품에 대해서는 기존 maid의 어린 딸이 깨뜨린 후 가장 비슷한 걸 사가지고 건네는 장면을 담고 있다. 내 앞에 벌어진 상황을 나는 신중하게 그리고 합리적으로 생각해 본다 하지만, 결국엔 '나' 중심적인 신중한 해석과 판단이었음을 보여 준다.


좋은 이웃
나(주희)와 호준은 결혼하여 전세로 출발한다. 전세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소위 '자가(自家)'의 꿈이 있더라도 실현되지 못하는 자신들의 모습을 본다.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고자 하는 이유가 스스로 원한다기 보다는 올라가는 가계의 부담을 덜고자 하는 모습도 보게 된다. 자신들의 신혼초기, 가졌던 내 집이 있는 좋은 이웃의 모습이 지금은 전세집에 전전긍긍 살고 있는 자신을 보며 외부의 요인을 비난하기 전에 자신의 초라함을 보게 된다.


이물감
나(기태)와 희수는 직장동료로 시작하여 연애를 통해 결혼하고 그리고 이혼한 사이다. 이혼한 나는 지수라는 성적 파트너를 사귀며 살고 있다. 그러던 중, 나는 희수가 차대표와 좋은 관계로 이어지고 있다는 눈치를 그녀의 SNS를 훔쳐보며 알게된다. 그때서야 비로소, 그리움, 미련 혹은 질투를 갖게 되고, 차대표를 염탐하기위해 그의 가게로 가기도 한다. 그런 그가 어느날 직장 동료들과 식사를 마치고 나오며 흔히 겪어왔던 음식의 역류함을 느낀다. 그러나, 유난히 그날은 어느 짐승의 내장 맛이 났다. 치졸함과 짐승과도 같이 자기만 생각하는 기태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나? 바로 나도 그런 기태가 될 수 있는 인간 아닌가?


레몬케이크
나(기진)는 엄마(선주)의 간만의 병원방문을 돕는다. 하필이면, 그 날이 내가 그토록 공들여 준비했던 이벤트의 당일이다. 이미 엄마는 그 날이었음을 미리 딸에게 알렸지만, 딸은 그 기억이 없다. 엄마의 진료가 끝나고 식사와 디저트를 대접하고 또 택시를 태워 고향으로 가는 것을 배웅한다. 그러는 매 순간에도 나의 Priority는 서인주 작가의 이벤트였다. 그러나, 엄마를 보내고 난 후 작가로부터 문자가 도착한다. 작가의 아버님 부고로 이벤트 행사를 취소해야 한다는.... 나는 홀로 모든 이벤트 준비를 마친 자신의 책방에서 레몬케이크에 손가락을 깊게 눌러 찍어 그것을 입에 넣는다. 아무리 부모와 자식이라도 어쩔 수없이 멀리 있는 삶의 간격을 느끼면서...


안녕이라 그랬어
나(은미)와 헌수가 같이 연인이 된 것은 바로 같은 고독을 느꼈기 때문이다. 헌수가 자기의 부모를 간호했던 것처럼, 은미도 엄마를 간호하면서 느꼈던 그 고독을... 나와 관계된 특히 부모의 죽음, 그것은 그냥 살다가 겪는 상실이다. 큰 사건도 변화도 없이 나타나는 것, 그것이 또 삶인 것이다. 그래서 '안녕'에는 만날 때, 헤어질 때뿐만 아니라, 부디 평안하라는 당부도 담겨 있음을 "안녕"이라는 말을 중얼거리며 이야기의 끝을 맺는다.


빗방울처럼
지수와 수호는 결혼하여 처음 어느 빌라의 전세계약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전세사기! 결국, 그들은 경매에 넘어간 그 전세집을 낙찰받으려 또다시 대출을 받게되고, 그 대출의 늪에서 수호는 과도하게 무리하는 삶을 이어간다. 수호의 갑작스런 심근경색으로의 죽음, 원인은 스트레스와 피로! 홀로된 몸으로 버텨오다 지수는 스스로의 죽음을 하나의 선택지로 마음 속에 넣어 둔다. 혼자가 된 완전한 외로움, 그리고 좌충우돌 겪어가는 혼자의 삶, 누군가로부터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라는 물음조차 받아본 적이 없었음을 깨달으며 빗줄기처럼 눈물을 흘리며 글을 마친다. 바로 지수의 겪어내는 삶, 그리고 깊은 지하 속에 쳐박혀진 이름모를 조각처럼 외로운 삶을 이어가는 그녀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되새김질해 볼 만한 문장들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문장들을 더듬어 보기보다는 각 단편을 짧게나마 정리해 놓는 것이 한결 더 의미있어 보인다. 일곱편의 단편을 하나의 작품으로 볼 수는 없으니 말이다. 누군가에게는 각각의 단편이 짧은 이야기로 그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일상에서 미쳐 생각 못하고 쉽게 스쳐 잊혀버릴 법한 면들을 주의깊게 살핀 작가의 시선도 제법 느낄 수 있었다. 적어도 책을 내어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쓴 것 같지는 않아 편안히 즐기기도 했다. 또한 마지막으로 소설을 전개할 때, 산문체 보다는 대화체가 많아 페이지 넘기는 속도도 빨랐으며, 아무래도 극작가적인 요소를 책 속에서도 꽤 경험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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