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의 문턱에서,

수고 많았다. 잘 부탁한다.

by 이재원

오늘은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이자 연말 리프레시 연휴의 시작 전날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연휴는 기다리던 쉼이지만, 장비와 설비를 책임지는 우리 팀에게 이 시기는 늘 마음이 분주하다. 게다가 내일과 모레는 영하 14도까지 떨어진다는 예보가 있다. 오늘은 영상의 온도인데, 오히려 잘 준비하라는 전조처럼 느껴진다.


연휴를 앞두고 모든 파트가 바쁘게 움직였다. 사무실과 작업장을 정리하고, 외기에 노출된 기계실의 그릴과 창문은 비닐로 막았다. 바람 하나에도 온도가 급변하는 겨울의 공장은, 작은 틈 하나가 큰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올해 효율화를 통해 외부에 설치된 냉동기의 가동 시간을 크게 줄였고, 그 덕분에 상당한 전기 절감을 이뤄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동 시간이 줄어든 냉동기는 혹한에 더 취약해졌다.

24시간 가동되던 냉동기가 당연하듯 지내왔지만 올해는 이 모든 것을 바꾼 한 해가 되었다. 이제는 1~2시간마다 한차례 씩만 가동되며 차갑게 식은 냉동기 오일은 재가동 시 굉음을 내며 장비에 부담을 주었다. 우리는 임시 비닐 커튼을 만들어 냉동기실을 감싸고, 냉기를 조금이라도 막아 장비를 보호하고자 했다.


저 진공펌프의 냉각수는 새로 교체했다. 고 진공펌프는 장시간 정지에 따른 부식과 고착이 발생하지 않도록 클리닝을 진행했다. 또한 외부에 설치된 에어컴프레서 공간은 외기 유입을 최대한 차단하고, 장비에서 나오는 뜨거운 바람이 내부를 순환하도록 방향을 조정했으며, 질소발생장치, 공조실, 기계실들을 차례로 돌며 상태를 확인하고 체크했다. 하나하나가 눈에 띄지 않는 조치들이지만, 이런 준비들이 연휴의 평온을 지킨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모든 작업의 바탕에는 단순한 ‘연휴 대비’를 넘어선 안전의 원칙이 있다. 동파는 배관 파손과 누설로 이어지고, 저온에서의 재가동은 장비 손상과 소음, 진동을 유발한다. 이는 작업자 안전과 직결된다. 그래서 우리는 멈추는 설비보다, 다시 시작할 설비를 더 신경 쓴다. 연휴의 핵심은 정지 그 자체가 아니라, 연휴가 끝난 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정상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연휴의 문턱에서, 마음속으로 조용히 인사를 건네어본다.
“2025년, 수고 많았다.”
“2026년, 잘 부탁한다.”

설비는 말이 없지만, 우리가 건네는 관심과 준비에 정직하게 반응한다. 오늘의 이 작은 손길이, 혹한의 밤을 무사히 넘기고 다시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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