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지나 월요일 아침, 출근길의 온도계는 영하 10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바깥 기온을 한 번 더 확인하고, 그에 맞게 옷을 껴입은 뒤 집을 나섰다. 토요일에는 나무가 뽑힐 듯한 바람 때문에 체감기온이 더 낮았는데, 오늘은 체감이 아니라 실제 온도가 확연히 낮은 날이었다. 차가운 공기가 코끝을 찔렀다.
회사에 도착해 관리동을 바라보는 순간, 눈에 먼저 들어온 건 건물 상단 외벽이었다.
앞니가 깨진 얼굴처럼, 외벽의 페인트가 한 덩어리 떨어져 나가 있었다. 아마도 토요일 거센 바람에 떨어진 흔적일 것이다.
벌써 오래전 일이다.
관리동 외벽 옹벽을 새로 단장한다며 대대적인 도장을 했었다. 기존 도장면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은 채, 그 위에 메쉬망과 본드를 포함한 시멘트로 면을 잡고, 프라이머와 하도, 상도를 차례로 올리는 방식이었다. 처음 몇 년은 꽤 괜찮아 보였다. 새 건물처럼 말끔했다. 하지만 여름과 겨울을 지나고, 우기와 건기를 반복하며 틈은 조금씩 벌어졌다. 그 사이로 물이 스며들었고, 메쉬망과 시멘트층은 결국 옹벽과 박리되기 시작했다. 지금 떨어져 나간 외벽 조각은 그 오랜 과정의 결과였다.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답은 뻔하다.
외벽 도장면을 전부 제거하고 다시 칠하거나, 아예 징크 패널로 외벽을 감싸야한다. 하지만 그건 대규모 공사와 긴 공사 기간을 의미한다. 현실적으로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선택이다. 특히 여름 장마철이면 상부 틈으로 스며든 물이 내부 창틀을 타고 흘러내려 실내를 적시기도 한다. 그때마다 물길을 유도하는 임시 조치로 마무리한다. 문제 해결이라기보다 은폐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마음 한구석에 늘 찝찝함이 남는다. 요즘은 그저 떨어진 부분만 비슷한 색의 페인트로 덧칠해 시간을 벌고 있다.
주말에 떨어진 외벽 파편은 화단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추가로 떨어질 위험은 없는지, 아침 중으로 한 번 더 확인이 필요해 보였다.
아침 체조를 마치고 나니 시설 점검 관련 사내 채팅방에 메시지가 올라왔다.
“강풍 탓인지 생산동 옥상 테라스 창이 파손되었습니다.”
사진을 보자마자 상황이 그려졌다.
폴딩도어 유리가 산산이 깨져 있었다.
그 옥상 테라스는 꽤 공을 들인 공간이다. 서해의 석양이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을 살리기 위해, 건축 당시 유리 구조물을 세우고 바닥에는 나무 데크를 깔았다. 개방감을 높이려고 폴딩도어를 설치했고, 반대편에는 유틸리티 설비를 가리는 방음벽을 세워 아늑함을 더했다. 방문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말 그대로 ‘좋은 공간’이었다.
하지만 공간은 늘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여름이면 뜨거운 햇볕을 피해 사람들은 실내로 들어가고, 옥상은 조용해진다. 높은 위치 탓에 다른 곳보다 풍압이 센데, 살짝 열린 문 틈으로 바람이 들이치며 폴딩도어를 반복해서 꺾어 놓았다. 그 작은 충격들이 쌓여 문은 점점 틀어졌고, 유격은 커졌다. 잘 닫히지 않는 상태가 오래 이어졌다. 그런 상태에서 토요일의 강풍을 정면으로 맞은 것이다.
옥상에 올라가 보니 반강화유리로 된 복층 폴딩도어 중 한쪽 면만 파손돼 있었다.
바람에 문이 접히면서 손잡이가 닿는 부분의 유리만 정확히 깨져 있었다. 깨진 유리를 정리하고, 문을 힘껏 다시 고정했다. 사람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의자를 유리 쪽으로 붙이고, 접근 금지 안전띠를 설치했다.
날이 조금 풀리면, 적당한 시간을 잡아 유리와 하드웨어를 교체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단순 복구로 끝내지 않고 싶다. 바람에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풍압을 줄이면서도 조망을 해치지 않는 구조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지금 사용 중인 반강화유리는 파손 시 파편이 튀거나 탈락할 위험이 있다. 두 장의 유리 사이에 PVB 필름을 넣은 접합 유리를 사용하면, 깨져도 형태를 유지해 낙하 사고를 막을 수 있다. 가시광선은 통과시키면서 적외선을 차단하는 로이(Low-E) 복층유리를 적용하면, 여름철 실내 온도 상승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필요한 건, 바람을 견딜 수 있는 제대로 된 샤시 하드웨어 선정이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생각한다.
초기 공사 전의 검토와 고민, 그리고 전문 지식이 왜 중요한지. 사소해 보이는 선택 하나가 시간이 지나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이런 작은 관리와 판단이 쌓여야만 시설과 설비가 오랜 시간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 하루였다.
바람은 잠시 지나가지만, 그 흔적은 오래 남는다.
오늘은 그 흔적을 따라, 우리가 놓쳤던 것들을 하나씩 되짚어 본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