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차법 이행 실태조사 결과 발표' 8/11 <함께하는 세상 만들기>
어느 상점에 가든 다양한 형태의 무인정보단말기가 있다.
무인정보단말기가 장애친화적이지 않다는 사실은 다년간 계속 문제제기 되어 왔다.
들어가도 주문할 수 없는 상점, 지금 이 시점에도 장애인들은 다수의 상점을 포기하게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 사회가
장애인이 갈 수 있는 상점과 갈 수 없는 상점이 분명하게 나뉘어져 있는
그런 사회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2024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2020년 장차법이 개정됨에 따라 3년마다 진행되는 정기조사로, 2021년 처음 실시된 이후 두 번째 조사이다.
이번 조사는 특히 무인정보단말기, 예를 들면 키오스크 같은 기기나 응용소프트웨어의 설치와 운영 실태
즉, 정보 접근성과 관련된 부분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담당 주무관에 따르면 소관인 장애인권익지원과에서는 법적 근거에 따라 실태조사가 이뤄진 것에 대해 만족해 하고 해당 결과가 많이 알려지길 바랐다.
내년 1월 28일부터는 무인정보단말기에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장차법에 따라 ‘의무’가 된다.
그래서 이번 조사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전면 시행’을 앞두고 얼마나 준비가 되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된다.
이번 실태조사는 장애당사자 540명을 조사했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장애인 응답자 중, 무인정보단말기를 실제 이용해본 분들 가운데 약 45%가 “직원에게 주문하는 것이 더 낫다”고 답했다. 시각장애인분들이나 휠체어를 이용하시는 분들의 경우, 60~70% 이상이 "직원을 통한 주문이 더 낫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단말기 자체의 접근성과 편의 기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응답자 중 “주문이 늦어져서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눈치가 보였다”, “버튼 위치를 찾기 어렵거나, 화면 내에서 메뉴를 고르거나 이동하는 것도 힘들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많은 장애인 당사자분들이 “직원 배치나 호출벨 설치 같은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인정보단말기는 단순히 기계를 설치하는 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사용 가능한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장차법 개정이 필요한 것이다.
기관조사 부문에서 조사대상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소속기관, 국공립·사립대학, 공공의료기관, 그리고 재화·용역·서비스 제공 기관 등 총 4,100여 곳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관의 약 94%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하는 차별행위의 유형을 인지하고 있다.
기관의 약 80%가 개정된 장차법으로 "장애인 접근성을 위해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접근성 개선계획을 갖고 있는 기관은 38%에 불과했다.
개선 계획이 있다는 기관들의 의견을 살펴보면 대부분은 기기 교체나 업데이트(약 75%)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담당 인력에 대한 교육 계획을 세운 기관은 25% 정도였다.
이마저도 조사대상이 공공기관 등이 포함되어 그나마 인식은 높은 편인듯 하다.
민간기관이나 기업, 상점 등을 조사하면 인식도 훨씬 낮고, 개선 의지도 더 낮을 것으로 생각된다.
흥미로운 건
“이런 정보접근성 개선을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하냐”는 질문에 기관들은 "예산과 인력 지원"을 가장 많이 꼽았다는 점이다. 반면,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한 기관은 고작 3.5%에 불과했다.
복지부는 8월 28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대한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하단 첨부파일 참조) 내용 중 "소상공인·소형제품에 대한 정당한 편의의 구체적인 내용 완화"가 있다.
복지부는 '현장을 고려한 규제 완화'를 중요한 대안처럼 내세웠다.
하지만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정작 현장 기관들은 규제 완화보단 예산과 인력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부가 의도하는 방향과 현장의 실제 요구 사이에 분명한 간극이 있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조금 더 들여다보면, 단순히 기계나 시스템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조사대상 기관이 약 4천 곳이었는데, 그중 절반 가까이가 “장애인 차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범국민 대상 인식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건 기관만의 인식이 아니었다. 장애인 당사자들도 거의 비슷하게 응답했다.
응답자의 45% 이상이 “장애인 차별을 줄이려면 사회 전체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조사 대상 중 90% 이상의 기관이 장애인 차별 예방을 위한 직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교육 빈도를 살펴보면 대부분 연 1회 수준에 그치고 있었다. 이건 3년 전 첫 조사와 비교했을 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의무는 지키고 있지만, 그 내용이나 깊이에선 아쉬움이 남는다.
법과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법이 무엇을 지키려는 건지, 왜 그런 조항이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공감이 사회 전체에 더 넓게 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인정보단말기를 주로 이용한 장소는 패스트푸드점이 42%, 음식점과 카페가 각각 40%로 가장 높았다.
그중에서 가장 불편했던 곳을 물었더니, 음식점, 대형서점, 패스트푸드점은 무려 70% 이상이 불편하다고 답했다.
그리고 기기 자체뿐 아니라 그 기기까지 가는 길도 어렵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의 경우 가게에 들어섰을 때 기기가 어디 있는지 모르겠고, 설사 알더라도 거기까지 휠체어로 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복지부는 장차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13%가 넘는 사업장에
'무인정보단말기에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는 의무'로부터 '적용 제외'를 허용하려 한다.(식음료, 카페 업종 중 소상공이 13.3% 정도다)
내가 사는 동네에 로봇이 음료를 내려주는 무인카페가 있다. 주민들은 잘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직원이 없고, 로봇이 전부 대응하다 보니 도움벨도 없고, 기계의 높이며, 입구 계단까지 휠체어 접근을 고려한 배치도 없다. 장애인 당사자들은 “아, 저런 가게는 나랑 상관없는 곳이구나” 하고 그냥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이게 과연 바람직한 미래일까?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 사회가 장애인이 갈 수 있는 상점과 갈 수 없는 상점이 나뉘는 그런 사회인지
생각해 볼 문제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에 유예기간을 둔 이유, 그건 바로 '그 사이 준비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복지부는 그 준비를 제대로 못 해왔고,
그러다 보니 무인기기의 기능 개선, 접근성 확보, 그리고 다양한 유형의 장애를 고려한 설계나 매뉴얼 마련까지. 이 모든 게 너무 종합적으로 고려되지 못한 상태이다.
이제 와서 발등에 불 떨어진 듯 급히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복지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장애인의 무인정보단말기 이용에서의 불편함이나, 장애인이 선호하는 이용 방식 등을 확인해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또, 장애인의 정보 접근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장차법 시행령 같은 관련 규정들도 합리적으로 정비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고, 해야 할 일은 너무 많다.
복지부는 단순한 의무 이행이 아니라 법의 ‘정신’을 제대로 담은 시행령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현장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해서
정말로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지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중요한 건 이 사회가 왜 그렇게 가야 하는가에 대한 인식이다.
사회적인 합의와 적절한 법적 대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