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있든 없든 모두가 한 표의 권리를 누려야 한다

'장애인들은 어떻게 투표할까' 6/2 <함께하는 세상 만들기>

by 윤대추
6월 3일 본투표를 앞두고 있다.
장애인들은 어떻게 투표에 참여할까

장애가 있는 유권자, 규모는 어느 정도 될까?

주권자로서의 권리 행사가 어느 때보다 주목받는 요즘, 장애가 있는 유권자, 규모는 어느 정도 될까?

만18세 이상 성인에게 투표권이 주어진다. 우리나라 장애인구가 260만명, 그 중 성인 인구는 25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결코 적지 않은 규모이다.


기표에 어려움이 없는 장애 유권자의 경우, 투표 사무원의 안내에 따라 비장애인과 동일한 절차로 투표에 참여한다. 투표소 방문이 어렵거나 거주시설에 입소해 있는 유권자들은 주로 거소 투표를 활용한다. 거소 투표는 자신이 머무는 곳에서 우편으로 투표하는 제도이다.


장애유형과 정도에 따라 투표 시 필요한 도움이 다르다.


투표를 돕는 기구가 있다

우리나라는 장애가 있는 유권자들이 투표소에서 보다 쉽게 기표할 수 있도록 각 투표소에 ‘특수형 기표용구’를 준비해두고 있다.


투표용지는 좁고 작은 칸 안에 도장을 찍어야 하기에,

손떨림이 있거나, 손의 움직임이 불편한 분들, 근력이 약한 분들, 앉은 자세에서 움직임이 제한된 분들에겐

정확한 기표가 쉽지 않다.


예전에는 손목에 끼우는 ‘밴드형’ 기표용구도 있었고, 입에 물고 사용할 수 있는 ‘마우스피스형’ 기표용구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레일버튼형’ 기표용구가 사용되고 있다.


‘레일버튼형’ 기표용구란?

레일버튼형 기푠용구는 검정색 기다란 플라스틱 장비이다. 무게는 장난감처럼 아주 가볍다.

우측에 레일과 도장 버튼이 달린 여닫이 뚜껑이 있다.

투표용지를 그 안에 넣고(끼우고), 뚜껑을 닫은 다음에 레일에 부착된 버튼을 위 아래로 움직여서, 찍고자 하는 후보자의 란에 위치시킨 다음 도장 버튼을 꾹 눌러주면 기표를 정확하게 할 수 있는 방식이다.

레일에 동일한 간격으로 눈금 같은 것이 있어서 움직일 때마다 작게 소리가 나 위치를 파악하기 쉽다.


몇년 전 특수형 기표용구 업체심사에 참여한 적이 있어 레일버튼형 기표용구를 직접 시연해보고 평가 의견을 제시한 적 있다. 장애인단체들의 평가에 따르면, 기구가 너무 가볍고 도장을 세게 눌러야 해서, 손힘이 약한 분들에겐 여전히 사용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이 기구를 아는 사람이 많이 없다?

그렇다. 대부분의 국민이 특수형 기표 용구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며, 심지어 장애인 당사자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인터뷰를 찾아보니 실제로 한 장애인 당사자는 "처음 들어보는 용구"라고 답했고, 투표 사무원조차 "장애인이 오면 어떻게 안내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투표 편의를 위해 노력은 하고 있지만, 정작 홍보도 현장 교육도 많이 부족한 현실이다.


투표소에서 인적 지원, 누구나 받을 수 있을까?

장애 유형에 따라 투표를 할 때 겪는 어려움은 다 다르다.


예를 들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경우 기표소의 높이가 맞지 않아 불편을 겪을 수 있다.

법적으로 신체 장애인이나 시각 장애인은 자신이 직접 기표하기 어려울 때 가족 또는 본인이 지명한 2인의 투표 보조인과 동반하여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안정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편이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은 이 법 조항에서 제외되어 투표 보조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이는 발달장애인의 투표권 행사에 실질적인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서울중앙지법 - 임시조치 신청 인용

대선을 하루 앞둔 6월 2일,

발달장애인 두 명이 가족이나 본인이 지명하는 두 명의 투표 보조인을 둘 수 있게 해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임시조치 신청을 법원이 인용했다. 이번 사례로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옹호활동에도 청신호가 켜진 듯하다.


발달장애인의 투표권 행사를 위한 노력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보장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투표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돕는 노력이 다양하다.

복지관에서 모의 투표 교육도 하고, 투표 가이드 책자도 나눠주곤 한다.


하지만 정보 접근성에서는 여전히 불균형이 존재한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공보물이 법적 의무로 제공되는 반면, 발달 장애인을 위한 공보물은 의무 사항이 아니어서 선거 정보를 얻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최근 일부 정당에서 발달 장애인을 위한 '쉬운 공약집'을 펴내기 시작했다.

이 공약집은 어려운 용어를 쉬운 말로 풀고('예산'을 '돈'으로 대체), 한자어나 영어 단어를 배제하며, 중요한 부분은 색깔이나 굵은 글씨로 강조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이러한 '쉬운 공약집'은 이후 다른 정당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생각해보면 '읽기 쉬운 공보물'을 생산하는 것은 발달 장애인뿐만 아니라 어르신, 혹은 정책이나 경제 등 전문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유권자들에게도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정보를 제공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유권자 모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돕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표 용구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조용구도 있다. 바로 ‘점자형 투표보조용구’이다.

종이 형태이고, 기호와 후보의 소속 정당, 이름 등이 점자로 새겨져 있다.

점자를 따라 이동하면 선거도장을 정확하게 찍을 수 있게 구멍이 파여있다.

투표소 관계자는 투표용지를 보조용구에 끼워 시각장애 당사자에게 전달하고, 당사자는 손끝으로 후보자 이름과 정당 그리고 도장을 찍기 위해 파여있는 홈을 확인하고 기표한다.


관련해서 코로나19 시기에 선거를 할 때 비닐장갑을 끼고 투표를 했던 적이 있는데, 시각장애 당사자들은 장갑을 끼고 점자를 읽기 어려워, 독립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하기 어려웠던 사례도 있었다.


또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이 겪을 수 있는 투표소에서의 상황들

사전투표를 하러 갔을 때,

기표를 하고 봉투를 접어 봉인한 후 박스에 넣어달라는 설명을 사무원 분들이 한명 한명에게 구두로 직접 전달해주셨다. 내부가 번잡하여 처음엔 못 알아 들었고, 2번 만에 무슨 내용인지 겨우 알아들었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특수한 용구는 사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투표소 내에서 구두로 일어나는 의사소통에 있어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당사자의 경우 접근성이 가장 문제이다. 투표소 접근성은 오랜 기간 지적되어 온 핵심적인 투표 문제이다.

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21대 대선 기준으로 전국 사전투표소 중 약 200곳이 2층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승강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사전투표 제도는 거주지와 상관없이 전국 어디서든 투표가 가능하게 하여 투표 편의를 크게 높였다. 하지만 통계 자료에 따르면 휠체어를 이용하는 분들은 사전투표를 하러 근처 투표소에 방문했을 때 올라갈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매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에서 세계 민주주의 지수를 발표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선거 분야에 있어서 만큼은 10점 만점에 9.58점으로 아주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투표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불편 없이 투표할 수 있는 환경, 그 자체가 민주주의의 기본이 아닐까 싶다.


장애인 유권자들에 대한 편의 제공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장애가 있든 없든, 우리 모두가 한 표의 권리를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모두의 투표가 존중받는 사회, 장애인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권리도 소중하게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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