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료기관 격리·강박 실태조사 결과 발표' 5/12 <함께하는 세상
한번쯤은 입원병동에서
손과 발이 침대에 묶인 채 있다가
적절한 의료 조치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처음으로” 정신의료기관에서의 격리·강박 실태를 조사했다.
국회에서 그 실태조사의 결과를 발표하고 관련 전문가들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신의료기관 내 격리와 강박이 실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말 그대로 “실태”를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번 실태조사는 2025년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 간 진행됐다. 전국 388개 정신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여기에서 정신의료기관은 입원병동이 있는 종합병원, 정신병원, 병원, 정신과의원, 한방병원을 의미한다.
뿐만아니라 국가인권위원회 주관으로 특정 기준에 의해 선정된 20개 기관에 대해서는 방문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도 함께 발표되었다.
조사 결과, 격리를 당했던 실인원은 2만 3천여명, 강박을 당했던 실인원은 1만 2천여명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박의 경우 아주 소수만이 경험할 것 같았지만 전체 입원환자 수의 약 7% 정도가 경험하는 수준이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고 느껴졌다.
총 격리 시간 평균은 23시간 28분이었고, 총 강박 시간 평균은 5시간 18분이었다.
6개월 동안 23시간이고 5시간이면 많은 것 같지 않게 느껴질 수 있지만, 당사자들은 격리와 강박이란 행위 자체 만으로도 심각한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초과' 시간인 경우가 문제였다. 격리와 강박에서는 '연속 최대시간'이라는 지침이 있다. 연속으로 최대 몇시간 이상 격리나 강박을 하지 말란 지침이다. 격리는 24시간이고, 강박은 8시간이다. 하루 이상 격리는 안되고, 8시간 이상 강박은 안되는 것이다.
그런데 초과 사례가 약 1,500건 정도 조사되었다.
시간을 살펴보니 최장 격리는 1,151시간으로 약 48일, 최장 강박 시간은 245시간으로 10일 이상이었다.
이 부분에서 토론회 청중들은 탄식하였다.
또한 정신의료기관들은 인력도 부족했다. 전체의 약 4분의 1인 96개소가 간호사가 단 한 명도 없는 근무조가 있다고 응답했다. 사실상 환자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어려운 환경이 많다는 뜻이다.
인권위는 20개 병원을 방문해 격리실을 직접 보며, 인권 침해를 일으킨 요소들은 없는지 환경 등을 점검하고 강박일지나 격리일지도 직접 확인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발표를 맡은 인권위 조사관은 대부분의 기관이 잘 운영하고 있으나, 일부 문제가 되는 요소들이 있었음을 분명히 하였다.
격리실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위급 상황 시 빠르게 대응이 어렵다든지,
격리실 안에 화장실이 CCTV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서 환자의 사생활 보호가 되지 않는다든지 하는 여러 문제가 확인됐다.
방문 사례 중 격리실에서 심한 악취가 나는 곳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청소해주시는 분이 격리실은 들어가지 않아 청소 구역에서 제외가 되기 때문에, 대체로 청소가 잘 안 되고 더러 악취가 난다고 한다.
1개 기관은 격리실 내부 공간이 1평도 안 되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에선 이미 질식사 등 사건 사고가 있었다고 보고했다.
1평은 감옥의 독방보다 작은 공간으로, 이 부분이 또 토론회 청중들의 탄식을 불러냈다.
인권위 조사관들이 격리일지와 강박일지를 확인했을 때, 기록지에도 문제가 있었다. 자기기입 식으로 조사된 조사지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24시간 이상 초과 격리가 13건이나 발견된 것이다.
실태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복지부에는 시간을 줄여서 보고를 했던 것이다.
'초과'로 최장 526시간, 무려 22일 넘게 격리된 경우도 있었다.
현장에서는 ‘절차를 지킨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서류만 남기고 인권은 놓치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토론회에서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입원병동에서 격리와 강박은 마치 ‘기본 조치’처럼 사용되고 있었다.
대체로 공간, 대안 등의 부족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징벌 목적으로 쓰이는 일도 있었다. 관리 편의를 위해서 말이다.
패널들은 해외처럼 1:1 인력 지원을 기본으로 두거나, 국공립 병원이 전체 정신의료의 중심을 맡는 공공보건의료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호주는 국공립 병원의 비율이 40%에 달해서, 타의에 의한 입원은 모두 국공립 병원으로 연계가 된다고 한다. 그에 비해 한국은 국공립 병원이 전체의 5% 수준밖에 안 되기 때문에 사회적 책임 자체가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고 지적되었다.
또한 현행 격리·강박이 법률이 아닌 보건복지부 지침에 근거해 시행되기 때문에 법적 강제력이 없고, 무시되어도 처벌하기 어렵다는 점을 짚었다. 심지어 격리·강박 중에 사고가 나거나 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해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신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천 시간 넘게 강박되는 현실
그걸 우리는 당연하게 여겨도 되는가
한 정신장애 당사자의 질문이 깊게 남는다.
문제 행동, 증상이 심하다, 통제가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이 사람을 가두고 묶는 게 용납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환자의 ‘문제’라기보단, 폐쇄적인 병원 구조와 강제 입원 제도가 만든 결과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외에도
의료진 입장에서는 간호 인력의 수급과 비강압 지원에 대한 수가 마련 등이 논의되었다. 한 교수님은 우리의 낡은 인식을 지적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격리나 강박이라는 선택 외에도 다른 대안이 있다는 걸 우리 사회가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사자 단체에서는 모니터링 체계에 당사자 단체가 함께하길 제언하기도 하였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국회 논의가 본격화되면, 이미 발의된 법안과 새로운 개정안들에 대해서도 살펴보도록 할 것이고 현재 운영 중인 협의체를 지속하여 5월 중 제도개선 방향을 보다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첫 실태조사가 마무리되고, 결과가 세상에 공개되었다.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이 단순한 논의에 그치지 않고,
당사자를 살리는,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유의미한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가 좁은 공간에 묶이고 격리되는 것이 오래된 관습이라면, 이제는 우리가 조금은 다른 인식을 해야할 때가 아닐지 물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