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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기쁨 - 권예슬

by 자기 계발 덕후

나는 뚜렷한 취향이 없다. 특별히 가리는 거 없이 아무거나 잘 먹는다. 자취방에는 그냥 침대와 책상만 있고 별도의 인테리어가 되어 있지 않다. 옷은 잘 사지 않고, 산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특징이 없는 무채색의 옷을 주로 산다.


갈등이 생기는게 싫어 이런 성격이 되었다. 학창 시절에는 이렇게 사는게 편했다. 나의 주장을 내세우기 보다부모님 및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했다. 말 잘듣는 착한 아이였으며 모범생이었다. 특별히 의견을 내지 않고, 시키는 대로 공부만 했다. 주위의 칭찬을 들었고 목표로 하는 좋은 대학에도 들어갈 수 있었다.


성인이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 더이상 시키는 사람이 없어졌다. 단순히 공부를 잘한다고 해서 인생을 잘 살아가는게 아니었다. 혼란이 찾아왔다. 스스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몰랐다. 자기 주관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였다. 나도 그럴듯한 취향을 가지고 싶었다. 이런 취향에 대한 갈증을 가진 채로 책을 접했다.




작가는 스쳐지나갈 수 있는 일상의 순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글에 담아내었다. 글을 읽을 수록 잔잔한 미소가 지어졌다. 일상 생활 속에서 취향을 발견하고 이를 가꿔나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꾸준히 읽기 쓰기", "맛있는 알리오올리오 파스타 만들어 먹기" 등 거창한 행위가 아니더라도 조금의 행복감이라도 느낀다면 그 행위 자체가 취미가 될 수 있고 취향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나도 나의 일상을 되돌아보았다.


행복은 주위에 있었다.

나는 주말 아침 서울숲 역의 스타벅스에 간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프렌차이즈 카페라 자주 방문한다. 아침에 방문하면 특유의 분위기가 나를 반긴다. 높은 층고, 따뜻한 조도, 갓 내린 커피 향기,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을 느낀다.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하며 사람들을 관찰한다. 중년의 신사분이 보인다. 삶에 여유가 넘쳐 보인다. 어린 아이들이 보인다. 그들의 에너지가 부럽다. 즐겁게 수다를 떨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나도 덩달아 즐거워진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어김없이 산책을 한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무작정 걷는다. 한 발 한 발 걸음을 옮긴다. 따스한 햇살과 불어오는 바람을 느낀다. 문득 기분이 좋아진다. 평소에 보이지 않던 풍경이 보인다. 강에 비친 윤슬이 보인다. 나뭇잎 사이로 들어온 햇살이 보인다.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보인다. 산책 나온 강아지들이 보인다. 평화로운 분위기를 즐긴다. 인생에 감사함을 느낀다.


나는 여행을 자주 간다. 특히 혼자 여행을 자주 간다. 강릉, 부산 등 국내 뿐만이 아니라 일본, 태국, 베트남 등 해외 여행도 혼자 간다. 일상에서 벗어나 전혀 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 여행을 간다. 처음 먹어보는 음식을 먹는다. 낯선 사람들을 관찰한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대화를 한다. 고독을 느낀다. 여행을 통해 오히려 일상 생활의 소중함을 느낀다.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가 암으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을 때였다. 인생이 유한하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체감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서 이를 절실히 깨달았다.


나의 죽음을 생각해보았다. 당장 내일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생각해보았다. 인생의 끝을 맞이했을 때, '행복한 인생'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게 목표가 되었다.


로또에 당첨된 후 더 불행해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행복에 역치가 있어서 그렇다. 강한 행복을 느꼈을 때, 다음에는 더 큰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에 일상 생활에서 더 이상 행복을 느끼지 못하여 불행해진 것이다.


행복한 인생이란 삶에서 행복한 순간들을 많이 느낀 인생이라 생각한다. 일상 생활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인생이다. 갑작스런 큰 행복보다는 작은 행복들을 자주 느끼는 인생이다.


소확행을 늘려가자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은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지만 행복한 행복'이라는 수필집에서 처음 거론된 후 많이 불리게 된 단어다.


"주말에 카페가기", "산책하기", "여행가기" 등 인지하지 못했지만 나에게도 소확행들이 있었고, 이를 이번 기회를 통해 '발견'할 수 있었다. 나에게는 별다른 취향이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좋은 취향들이 있었다.


행복한 인생이란 이러한 취향들을 발견하고 가꾸어 나가는 인생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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