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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ESPECT Mar 15. 2024

흔한 단풍국의 중고거래

목숨을 건 중고거래

나는 드디어 당당한 캐나다 유학 대학생이 되었다. (나이가 되면 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시는 독자님들은 유배 편을 읽어주세요.)

"아들~ 입학허가서도 받았으니까 선물 하나 사줄게~" 한국에서 전화가 왔다.

당시 구매하였던 디제이컨트롤러

이번에는 유배 편에서 받았던 전화보다는 꽤나 기분 좋았던 전화였다.

배울 곳을 찾는 것보다 나만의 장비가 있다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독학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생각으로

한치의 망설임 없이 "DJ 컨트롤러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잔소리가 나올 것을 알고 있던 나는 "그냥 현금 주시면 살게~"라고 흥분한 모습이 들키지 않도록 최대한 목소리를 깔고 자연스럽게 말했다.


며칠이 지났을까 띠링~ $700 deposit completed 내 통장에 현금이 들어왔다..

하지만 새로운 DJ 컨트롤러를 사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고, 난 곧바로 캐나다의 당근마켓 같은 kijiji라는 웹사이트를 들어갔다.

미리 찾아놓은 사양과 디자인을 보며, 하나씩 체크를 해갔다. 이건 이거 때문에 안되고~ 저건 저거 때문에 안되고~


그러던 그때! 아주 좋은 가격의 컨트롤러를 찾았다.

DDJ-ERGO 다른 컨트롤러와는 다르게 콤팩트하고 화이트톤에 누가 봐도 "우와 이쁘다!"라고 할 수 있는 디자인의 컨트롤러였다.


그리고 사실 저렇게 예쁜 컨트롤러는 험상 궂은 사람이 거래할 때 나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고른 것도 있다.


당시 kijiji라는 홈페이지는 이메일로 연락처를 공유하고 기다리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구매할까 봐 빠르게 이메일을 보내고 기다리고 있었다.

10분쯤 기다렸을까? "whats up" 문자 한 통이 왔다.

왔어... 업? 비수가 날아와 가슴에 꽂힌다... 뭔가 엄청 무섭고 덩치 큰 외국인 친구가 나올 것 같았지만 나도 당황하지 않고 답장을 아주 쿨하게 보내줬다.

 "Sup man" 강한 한국인이라는 걸 보여주며, 나는 사기당하지 않을 거라는 걸 내포하는 멋진 문자였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던 우리는 약속 장소를 잡았다. 그 친구는 자기 집으로 와서 픽업해 가면 된다고 말하면 주소를 보내 주었다.


그런데 웬걸... OLD FINCH.. 한국의 마계도시, 미국의 할렘이 있다면... 캐나다에는 올드핀치가 있다.

각종 사건 사고와 뉴스의 단골손님으로 나오는 무서운 동네.. 5분 동안 나는 많은 걸 생각했다.

올드핀치 로드 관련 유투브 썸네일

"무서우면 얼마나 무섭다고 그렇게 호들갑이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분명 있을 거지만, 살인자의 집, 납치 사건 등 캐나다 유학생이라면

담력을 키우기 위해 밤에 드라이브를 하기도 하는 아주 무서운 동네였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아무도 없는 캐나다 타지에 홀로서기도 잘하고 있던 나는 "OK" 하고 준비를 시작하였다.


준비를 하면서 무서웠는지.. 친구 한 명한테 같이 가자고 사정사정한 후 친구와 함께 올드 핀치로 출발했다.


도착했다. 생각보다 올드핀치에서도 깊은 곳에 자리하는 집이었으며, 그 집은 왠지 갱단에서 마약 거래 또는 불법 총기 거래 위해 만들어 놓은

GTA라는 게임에서 본듯한 느낌의 집이었다. 친구에게 같이 가자고 하였지만 그 친구는 "네가 잡히면 나라도 구조요청을 해야 될 거 아니야?"라는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을 하였고, 나는 어쩔 수 없이 혼자 내려 그 집에 초인종을 눌렀다.

gta 게임에서 나온 집

10초가 10년 같았다... 현금을 들고 온 나는 현금이 들어있는 지갑을 꼭 쥐고 기다렸다.


찰칵 문이 열리는 순간.. 어?!!!


이게 웬걸... 마고로비(할리퀸 여배우), 켄달제너, 카일리제너 뺨을 강력하게 갈길 수 있을 정도의 백인 여성이 나왔다.

켄달제너

그녀는 상냥한 웃음으로 나를 반갑게 반겨주었고, 긴장이 풀렸는지 나는 화장실 한 번만 써도 되겠냐고 물어보고 그 친구를 따라 들어갔다.


얘기를 들어보니 자기는 취미 생활로 디제잉을 시작하였고, 연습을 하다 보니 더 좋은 기계로 기변을 할 것이며, 다음 달부터 다운타운에 있는 클럽으로

수습 디제이로 출근을 한다며, 엄청 밝은 모습으로 이것저것 설명 해주었다. 이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인가.. 캐나다.. 좋은 나라..


이것저것 자세히 설명을 들은 나는 1시간이 지났을까? 모든 설명을 듣고 기분 좋게 거래를 하고 자리에서 나왔다.

그 친구는 마지막까지 손을 흔들며 잘 가라고 인사를 해줬고, 다음 달에 자기가 출근하는 클럽을 놀러 오라며 주소도 문자로 보내 주었다.


차에서 기다리던 친구는 왜 이리 늦었냐며, 진짜 신고하려고 했다고 소리쳤다.

난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한마디 했다.


"하지 그랬어.. 혼. 인. 신.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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