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못해서(2)

부모님의 역사

by 영쓰

요즘은 아버지와 이야기를 많이한다.


아버지의 어린시절에 대해

동네에서 어떤 어린이었는지

할머니와 고모들과는 어떤 집에 살았는지

아버지는 어린이때도 지금처럼 진지하고 말수가 없었는지


또, 아버지가 내 나이였을 땐

어떤 회사원이었고,

잘 다니던 외국계 자동차 회사는 왜 뛰쳐나왔으며

몇 번의 사업을 했고, 어쩌다 지금의 일을 하고 있는건지

가끔, 친구들과는 어떻게 놀았는지


또, 아버지와 엄마는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데이트를 했으며

어떤 모습으로 나를 사랑해줬는지


엄마가 떠난 지금에서야

아버지의 신혼시절 사진첩을 보면서

궁금한 것들이 떠올랐다.


그 날은 아버지와

거실에 사진첩을 몇 개씩 꺼내놓고

아버지의 역사에 대해 한참을 떠들었다.



엄마의 역사는 어디에 기록되어 있을까?


엄마의 소녀시절과 처녀시절과

초보엄마가 된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


아기때부터 초보 엄마 시절까지의 기록은

내 기억 속엔 없다.

물어 본 적도 없으니까.


내가 아는 엄마는

밖보단 집을 좋아했고, 커피를 좋아했고, 콜라를 좋아했고

치킨과 피자, 컴퓨터 고스톱과 만화책도 좋아했고

쇼파에 누워 드라마 본방사수도 참 좋아했다.


그리고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을

나에게 이야기하는 걸 참 좋아했다.

내가 듣지 않았을 뿐.


하루 종일 집에만 있던

엄마의 하루를 궁금해해 줄 걸

엄마의 친구가 돼 줄 걸

가끔은 팔짱도 껴 줄 걸

가끔은 엄마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도 물어봐 줄 걸


아, 평생 살면서

엄마의 점심식사를 궁금해해봤던 적이 있었던가?




요즘은 아내와 흑백요리사를 참 재밌게 본다.

커피와 케이크 맛집도 찾아다니고,

제로콜라도 집에 쟁여두고 마신다.

가끔은 집에서 하루종일 딩굴거리기도 한다.


엄마가 참 좋아했을 일들을

엄마가 참 예뻐했을 아내와 함께 하고 있다.


엄마에게도 함께하자고 말했다면

참 좋았을 것들을 이제서야 하나 하나 해보고 있다.


만약 몇 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엄마가 쇼파에 앉아 드라마를 보고 있을 때

이렇게 말해보고 싶다.

"엄마, 맛있는 카페 있는데 같이 갈래?"


-참 좋아했을 엄마를 생각하며-

2024년 10월 8일

작가의 이전글말하지 못해서(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