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제네시스 미션(Genesis Mission)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이를 20세기의 맨해튼 프로젝트에 비견되는 국가적 과제로 규정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인 수사가 아니다. 과거 맨해튼 프로젝트가 핵물리학을 조직하는 방식과 속도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듯, 제네시스 미션은 과학 탐구의 주체를 인간에서 AI로 전환하겠다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 선언이다.
이 미션의 핵심은 AI를 인간의 보조 도구가 아닌,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과학적 주체로 격상시키는 데 있다.
이는 AI가 인간의 개입 없이 데이터를 입력하고, 코드를 수정하고 하드웨어 아키텍처를 재설계한다. 인간이 결과를 해석하는 기존의 연구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스스로 문제 공간을 정의하고 가설을 생성하며 시뮬레이션과 실험을 통해 자기 가설을 갱신하는 단계로 진입하는 것이다. 이는 AI의 재귀적 자가 발전을 국가 차원에서 허용함을 의미한다.
레이 커즈 와일이 말한 특이점, 인류가 만든 도구가 인류의 통제와 이해 범위를 넘어, 스스로 진화의 스티어링 휠을 잡는 순간이 도래한 것이다.
이 변화는 이미 바둑이라는 제한된 세계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알파고 리가 인간의 기보와 인간의 직관을 학습한 AI였다면, 알파고 제로는 인간의 지식을 완전히 제거한 채 규칙만으로 자기 대국을 반복하며 최적해에 도달한 존재였다. 이 차이는 단순한 성능 차이가 아니라, 이해의 차이를 만들어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 이후의 바둑에 대해 인간은 그 수가 정답이라는 사실은 알지만, 왜 그 수가 정답인지는 끝까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계속 수를 따라 두고, 복기하고, 연구해도 그 이유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항상 AI의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그 수를 배운다. 알파고의 바둑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것이 정답임을 알기 때문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결과, 과거 기사들을 구분하던 기풍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각자의 철학과 스타일 대신, AI가 제시한 최적해에 얼마나 근접하느냐가 실력의 기준이 되었다. 현재 AI와 가장 유사한 수를 두는 인간은 신진서 9단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 유사율은 약 37퍼센트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그는 압도적인 세계 랭킹 1위이자 최고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인간 바둑의 최정점에서도 이미 이해와 성과가 분리되었음을, 그리고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정답을 받아들이는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제네시스 미션을 통해 학습한 AI가 내놓을 답은 이 격차를 더욱 극단적으로 벌려놓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필연적으로 제기되는 문제가 있다. AI의 독주나 폭주를 막기 위해 괴델 기계처럼 AI가 알고리즘을 수정하거나 정답을 제시할 때 반드시 증명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인간이 그 증명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검증은 안전장치가 아니라 형식적 의례로 전락한다. 더 나아가 인간이 이해 가능한 논리로만 설명하라는 요구는 AI의 지능을 인간의 인지 한계 안에 가두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는 제네시스 미션의 취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이 모순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분야가 바이오 산업이다. 피터 틸은 제로 투 원에서 바이오 산업이 기술 산업에 비해 유독 발전 속도가 느린 이유를 지적했다.
반도체와 소프트웨어가 무어의 법칙(반도체 집적도와 연산 성능이 약 18~24개월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에 따라 연산 성능과 생산성이 지수함수적으로 증가해온 반면, 바이오는 이른바 이룸의 법칙(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이 시간이 갈수록 증가한다는 관찰로, 무어의 법칙을 거꾸로 읽은 개념이다)을 따르며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은 오히려 늘어났다.
그 배경에는 바이오 업계가 이해 가능성과 기전 증명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아온 구조가 있다. 안전성, 윤리, 규제, 책임 소재라는 이유로 바이오는 결과보다 설명과 증명을 먼저 요구받아 왔고, 이 과정에서 혁신의 속도는 필연적으로 둔화되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과거에는 기전을 완전히 알지 못해도 효과가 있으면 약으로 쓰였다. 아스피린과 페니실린은 작동 원리가 명확히 규명되기 훨씬 이전에 인류를 구했으며, 오늘날의 기준으로라면 허가받기 어려웠을 약들이다.
제네시스 미션 하에서 AI가 인간의 질병을 치료할 신약을 설계했지만, 그 작동 기전을 인간의 언어와 논리로 완벽히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은 충분히 상상 가능하다.
이때 인간 사회는 그 약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결국 관건은 행정부가 제네시스 미션에 얼마나 과감하게 규제의 빗장을 풀어주느냐에 달려 있다. 규제가 유지된다면 바이오는 계속 이룸의 법칙에 묶일 것이고, 결과를 우선하는 실험 공간이 허용된다면 바이오 역시 무어의 법칙을 따르는 영역으로 진입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엄격한 안전 규제가 모두 피로 쓰였다는 사실도 함께 봐야 한다. 기전이 확인되지 않은 약물이 오늘날 강하게 규제받는 이유는 과거의 약물 부작용 참사를 인류가 직접 겪었기 때문이다.
그 결정적 계기가 1950년대 후반의 탈리도마이드 비극이었다. 독일 그뤼넨탈사가 개발한 이 약은 부작용 없는 기적의 입덧 치료제로 홍보되었지만, 이 약을 복용한 임산부들 사이에서 팔다리가 없거나 짧은 해표지증 기형아가 대량으로 태어났다.
1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희생된 이 사건의 원인은 나중에서야 밝혀졌다. 탈리도마이드는 두 가지 이성질체를 포함하고 있었고, 하나는 효과를 냈지만 다른 하나는 태아의 혈관 생성을 억제했다. 당시의 과학으로는 이 차이를 분리해 설명할 수도, 통제할 수도 없었다.
미국이 이 재앙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FDA 심사관 프랜시스 켈시가 안전하다는 충분한 증거가 없다며 끝까지 승인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 이후 인류는 설명되지 않은 효능은 언제든 재앙으로 바뀔 수 있다는 교훈을 체득했고, 그 결과 오늘날의 엄격한 임상 절차와 입증 책임이 법제화되었다.
바이오 산업이 괴델 기계의 족쇄를 차게 된 이유는 보수성 때문이 아니라, 탈리도마이드라는 역사적 트라우마가 남긴 생존을 위한 방어기제에 가깝다.
제네시스 미션은 단순한 AI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다. 인간이 이해 가능한 세계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작동하는 해답을 받아들일 용기가 있는지를 묻는 시험대다. 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지식과 믿음, 통제와 진화 사이에서 내려야 할 철학적 선택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