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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부장 Aug 10. 2022

늘부일기

폭우속 출근길_2시간 30분

29년째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했다.

아침 6시만 되면 로봇처럼 자동으로 일어났다. 29년간의 습관이 몸에 배어 이젠 알람이 울리지 않더라고 6시만 되면 눈이 번쩍 뜨인다.


일기 예보에 비가 많이 온다고 했다. 그것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비가 많이 온들 6시 40분에 출발하는 통근 버스에 몸을 싣고 살짝 눈을 붙이면 50여 분 만에 회사 정문을 통과해서 식당 앞까지 차가 도착한다.기지개를 한번 크게 켜고 차에서 내려 식당으로 가서 샐러드를 먹을까, 밥에다 국을 먹을까 또는 김밥을 먹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면서 아무거나 먹는다. 그리고 사무실 자리에 앉으면 정각 8시.


이러한 루틴이 29년 만에 가장 완벽하게 깨어진 날이었다.


아침에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한 시간 혹은 약간 더 걸릴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회사 출근 버스에 몸을 실었다. 출발 후 20여분 버스가  달렸지만 뭐 이 정도면 아무리 비가 오더라도 크게 밀리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역시 미래의 일은 오직 신만이 알 따름이다.


20여분 달리는 버스가 갑자기 서서히 속도를 줄이다가 마침내 어느 지점에 가서 완전히 멈추었다. 왜 차가 움직이지 않을까 뉴스에 길을 쫑긋 했다. 아니나 다를까 폭우로 인해 통근 버스가 가는 길목에 침수가 되어 차가 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모든 차들이 우회를 해야 했다. 한꺼번에 많은 차들이 우회로로 접어들면서 차들이 뒤엉키기 시작하면서 풀어헤칠 수 없는 실타래처럼 꼬이고 말았다.


좀 지나면 풀리겠지 하고 눈을 붙였다. 그리고 30여분이 지나 눈을 떠보니 여전히 그 자리였다. 그래서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30여분 열심히 봤다. 그리고 바깥 풍경을 봤지만 여전히 똑같은 풍경이었다. 전립선 비대증이 있어 한 시간이 지나니 아랫배에서 신호가 오기 시작했다. 혹시 이거 차 안에서 실례를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그래도 곧 교통 체증이 풀리겠지 생각했지만..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마침내 2시간이 지나서야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운전기사는 버스 안의 직원들이 늦은 출근으로 회사 상사로부터 전화받는 것을 보고 미안함인지 죄책감인지 모르겠지만 버스를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미친 속도의 덕택인지 우째뜬 회사는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일찍 도착했다는 시간이  2시간 20분이었다. 평소에는 50분 만에 충분히 도착했던 거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방광의 고통도 해결했다.


29년 만에 출근시간이 2시간 30분이라는 최장기록을 세운 특별한 경험을 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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