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부장의 직장일기

인사고과 C가 주는 의미

by 늘부장

매년 12월 초, 회사 인사팀은 회사직원 각 개인들에게 최종 고과를 통보한다. 겉보기엔 1년간의 성과를 평가하는 절차 같지만, 실제로는 돈과 직결되는 매우 민감한 문제다. 고과 등급에 따라 성과급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본급 500만원 직원이 B를 받으면 세전 기준 500만 원의 성과급을 받지만, C를 받으면 성과급을 일원 한 푼 받지 못한다. 고과 B와 C의 차이는 금전적으로 무려 500만 원 차이다. 따라서 최소 B는 받아야 연말에 ‘돈맛’을 좀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평가가 반드시 객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32년째 한 회사를 다니는 늘 부장은 연말마다 팀장이 매기는 고과를 보며 현실의 불합리함을 체감한다. 개인에 대한 고과가 정량적으로 평가하기에는 힘든 영역이라 정성적인 요인이 많이 반영되다 보니 업무능력보다 팀장과의 관계, 소위 ‘코드’가 맞는지가 큰 영향을 미친다.


평소 팀장의 말을 잘 따르는 직원들은 대체로 S나 A를 받고, 업무적으로 갈등을 빚거나 감정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팀원은 B나 C를 받는 경우를 종종 본다. 사규상 고과를 공개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팀원들은 서로의 평가를 대략 짐작한다. 결국 고과는 업무 능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얼마 전 옆 부서 후배가 씩씩거리며 늘 부장에게 면담을 청했다. 회의실에 앉자마자 그는 작년에 고과 B를 받았고 올해는 A를 목표로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와 달리 더 낮은 C였다. 후배는 억울함을 감추지 못하고 30분 동안 하소연을 쏟아냈다. 늘 부장은 그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동시 안타까움도 느꼈다. 이미 배는 떠났고 현실로 돌아보면 성과급은 0원이었다.


후배는 업무 지식도 있고 나름 열심히 일했지만, 팀장과의 업무적인 관계에서 자신의 주장을 지나치게 강하게 표현해 언성이 높아지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 그 갈등이 결과론적으로 평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짐작된다.


늘 부장은 오랜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회사에서 업무적인 어려움은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지만,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갈등은 심리적 스트레스가 크고 극복하기 어렵다. 조직에서 성공하려면 업무 능력뿐 아니라 관계 관리, 감정 조절, 협상 능력이 필수라는 생각이 든다.


고과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인간관계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결국 직장에서 살아남는 힘은 실력과 더불어 사람을 대하는 지혜에서 나온다. 32년째 회사를 다니고 있는 늘 부장도 여전히 회사 내에서의 인간 관계는 쉽지 않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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