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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부장이 들려주는 전자회사 이야기

희망퇴직한 세명의 입사동기를 보면서...

by 늘부장

“야, 늘 부장 나 퇴직했어.” 2022년 10월, 입사 동기 A부장이 던진 한마디는 정말 충격이었다. 비록 입사동기지만 늘 부장 보다 두 살 아래다. “뭐? 벌써? 정년까지 아직 몇 년 남았잖아.”
“희망퇴직 신청했지. 퇴직금이랑 3년 치 연봉받았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늘 부장 회사는 2020년 이후 만 5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세 번이나 실시했다. 처음엔 남 얘기 같았는데, 이제는 늘 부장 얘기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실감했다.


A부장은 목돈을 받았다. 한국 10대 기업 내 드는 회사는 25년 이상 다니면 연봉은 최소 1억 정도니까, 퇴직금과 위로금을 합치면 꽤 큰돈이다. 하지만 그 돈이 인생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까?


“그 돈으로 뭐 할 거야?” 늘 부장이 물었다.
“대출 갚고 좀 쉬려고. 근데 쉬는 것도 오래 못 하겠더라.”


퇴직한 동기들을 보면 이유는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아파트 대출 때문에 목돈을 택했고, 또 어떤 사람은 퇴직금을 그대로 두고 재취업을 시도했다. 후자가 가장 이상적이다.


목돈은 그대로 두고 새 직장에서 월급을 받으면 경제적으로 안정되니까.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50대 중반 이후 대기업 수준의 급여를 받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A부장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었다. 퇴직 후 9개월간 실업급여를 받고 중소기업에 취업했지만 2년 만에 퇴사했다. 그리고 다시 취업을 시도했지만 결국 아파트 경비 교육을 받고 경비직으로 일하게 됐다.


“처음 경비복 입었을 때, 거울 속 내 모습이 낯설더라. 그래도 가족 생각하면 선택할 수밖에 없었지.”

원래 우스갯소리로 대기업 부장 어깨 힘 빼는데만 3년 걸린다고 하는데 A부장은 1년도 안 돼서 힘을 뺐다.

가족의 생계 앞에선 방법이 없기에...


다른 동기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B부장은 SKY 출신인데도 30군데 넘게 지원했지만 다 떨어졌다. 결국 서울 목동의 아파트 야간 경비를 선택했다. 반면 C부장은 취업을 포기하고 목돈을 아껴 쓰며 집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다.


“28년 회사 생활, 솔직히 행복하지 않았어. 이제는 나를 위한 시간을 살고 싶어.”

세 명의 동기를 보면서 늘 부장도 고민이 깊어진다. 정년까지 버틸까, 아니면 희망퇴직을 선택할까. 그리고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어떻게 설계할까. 나이 앞에서는 학벌도, 대기업 경력도 힘을 잃는다. 결국 중요한 건 퇴직 이후의 삶을 어떻게 준비하느냐다.


오늘도 출근후 사무실 책상 앞에스스로에게 묻는다. “내 인생의 다음 챕터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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