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을 통해 나를 알게 된 기간
갑자기 들린 '삐—' 소리는 내 삶 전체를 바꿔놓았다.
병명도, 원인도 모른 채 병원을 전전하고,
내가 왜 이렇게까지 무너지는지를 모르던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이건 소리의 문제가 아니라, 나를 듣지 못했던 문제였다.
2-30대는 강철도 씹어먹는 체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이렇게 금방 망가질줄 알았다면 이대로 살지 않았지... 엉망진창으로 살아왔던 내 몸이 복수라도 하려고했는지
어쩌다 있다가 사라졌던 이명이 나에게 24시간 이명으로 찾아왔다.
도대체...내 뇌는...
그때부터 온갖 병원이란 병원은 다 찾아갔다..
이비인후과, 한의원, 가정의학과, 내과
신경과...
또 다시 이비인후과....
(처음으로 방문한 이비인후과.. 아무이상이 없다네...?)
이명이라는 건 금방 왔다가 사라지는 벚꽃같은 존재인 줄 알았다.
하지만 벚꽃이 소나무가 되어버린 건에 대하여...
이번이 처음은 아니였다.
처음엔 종잇장같은 벽사이로 옆집 사람들의 이야기를 막기 위해 썼던
에어팟은 내게 '박동성 이명'으로 이어졌다.
그때는 바쁘고 지금보다 더 어려서인지 금방 왔다 찾아갔었는데,
24시간 내 귀에선 '소리있는 아우성'이 난리치고 있었다.
처음인식한건 3월 초반, 이명은 얼른 병원에 가야하는 병이라길래
당장 이비인후과로 달려갔다.
처음에 있었던 이명과는 달리
이번 병원은 이런 저런 검사와 결과만 통보하고 공장 찍어내듯 스테로이드 처방을 하고
나에게 단숨에 2만원이라는 돈을 뜯어냈다.
그때는 이렇게 심해질지 몰랐으니 그저 의사 말대로 하면 나으리라 생각했던 내 오산이였던가..
약을 먹으면 먹을 수록 내 귀 소음은 더 심해지는 느낌이여서 그만뒀다.
이상이 없다면서 내 귀는 어째서 이렇게 시끄럽게 울리는지
처음 있는 일에 당황스럽기도하고, 짜증이 나기도하고 한 없이 예민한 나는 이 소음을 단번에 없앴으면 했다.
원인이 있으면 결과가 있다던데,
엄청 거슬리는 이 이명의 원인을 잡아다가 족치기 위해 여기저기 검색해보니
스트레스,
우울증,
혈액순환,
자율신경실조...
병이란 병은 다 나왔다.
이명 하나에 온 신체가 엮이기 시작했다.
귀는 그냥 귀가 아니었다 365일 열려 있는 감각기관.
차단할 수 없는 구멍.
그러니까 더 예민했다.
이 작은 소리 하나가 내 삶 전체를 흔들었다.
이명은 단순한 ‘삐—’ 소리가 아니었다.
내 몸의 방식, 내 정신의 상태, 내 삶의 태도까지 들춰냈다.
이명의 나비효과는 시작되었다.
그렇게 이명 하나 때문에
내 전체 삶을 다시 보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내 몸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살아왔는지를.
병원에서는 아무도 내 소리를 진정으로 들어주지 않았다.
이비인후과, 한의원, 약국을 전전하며 나는 무너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