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시작

by 이야기여행자

나는 그냥 가쓰오부시가 좋았을 뿐이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진짜다.
나라를 팔아먹은 것도 아니고, 가문을 끊어먹은 것도 아니고…
그냥 가쓰오부시를 남들보다 조금 많이 좋아했을 뿐이다.

냉장고에는 엄마가 마트에서 할인가라고 신나서 사온 4인분짜리 가쓰오부시 우동 세트가 있었고, 부모님이 2개를 끓여 먹은 뒤, 남은 2개는 나와 오빠 몫이었다. 4명의 가족이 인당 1개씩. 아주 공정하고 평화로운 분배였다.


배가 고팠던 어제저녁, 나는 그중 내 몫인 1개를 끓여 먹었고… 태어날 때부터 가쓰오부시가 너무 좋았던 나는 솔직히 말하자면 면발 위에 가쓰오부시가 폭포처럼 쏟아지길 바라는 마음에 하나 더 뿌렸을 뿐이다.

그리고 오늘 아침.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볼이 빨갛게 퉁퉁 부어서 거의 숙취 있는 복숭아 같았다.

‘아… 어제 너무 먹었네’

나는 내 얼굴에 집중하느라 세상 모든 것에 무심한 상태였다.

그때였다. 오빠의 절규가 집을 뒤흔들었다.


“뭐야? 왜 가쓰오부시가 없지? 엄마—”

순간 나는 ‘설마 저게…?’ 했지만 곧 ‘아니야, 설마 그걸로 저렇게까지 난리 쳐?’ 하고 자기 합리화를 했다.

“어머? 어디 갔지? 은서야— 혹시 가쓰오부시 못 봤니?”

“내가 먹었는데요. 왜요?”

나는 여전히 뿔나 있는 복숭아 얼굴을 이리저리 각도를 바꿔보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이해 못 한 채로.

잠시 정적이 흐르는 가 싶더니 우당탕 하는 소리가 들렸다.


“허… 야. 김은서!”

오빠가 문을 박차듯 열고 들어왔다. 숨이 차 있는 것 같다. 왜냐하면 나 때문에 무려 2m씩이나 전력질주해 온 듯하니까.
나는 여전히 거울 앞에서 내 부은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보느라 오빠를 보지도 않았다.

만약 오빠의 얼굴이 나라 잃은 독립투사처럼 그렇게 비장한 것을 그때 바로 봤더라면 여기까지 왔을까도 싶다.

“어. 왜?”

나는 내 볼을 이쪽저쪽 눌러보며 대답했다.

“하아… 말을 말자…”

오빠는 한 손으로 이마를 감싸 쥐며 한숨을 터뜨렸다. 그리고 마치 ‘이성을 잃기 직전’ 같은 표정을 짓더니 그대로 방을 나갔다.

거울을 보는 은서와 화를 내면 달려온 오빠

뭐지? 나는 여전히 나의 부은 볼을 주무르면서 어리둥절해서 거실로 나가봤다.

“은서야. 네가 가쓰오부시 2개를 넣어 먹은 거야? 정말 혼자서?”

엄마는 현장에서 마치 사건을 조사하는 형사처럼 나에게 질문했다.

“네. 가쓰오부시 좋아해서… 그게 뭐가 문제예요?

“야! 그렇다고 2개를 먹는 인간이 어딨 냐고!”

오빠는 화난 얼굴로 나에게 울부짖듯 외쳤다.

오빠가 나에게 인간이냐고 물었을 때, 솔직히 저 말을 저 사람에게 듣게 되다니 하는 충격이 먼저 머리를 때렸다. 그러고 나서 다음으로 궁금했다.


왜?
왜 그게 그렇게 큰일이지?

내가 모르는 사이에 법이라도 바뀐 건가?

“좋아하면 더 먹을 수도 있잖아요. 나는 하나 더 먹었을 뿐이라고요.”

내 말에 엄마와 오빠는 동시에 나를 봤다.
마치 내가 ‘절대규칙을 파괴한 범죄자’라도 된 것처럼.

그러다 오빠가 갑자기 고개를 떨군 채 모노드라마를 연기하듯 중얼거렸다.


“… 복수할 거야.”

그 말투는 진심이었고, 약간 무서웠다. 배우도 저렇게 진지하게는 안 한다. 혼잣말 같았지만, 동시에 나한테 들으라는 듯한 톤이었다.

나는 속으로만 ‘가쓰오부시 두 개 먹었다고 복수까지?’라는 생각을 하며 방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문을 닫기도 전에, 뒤에서 또 다른 오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건 전쟁이다… 이건 게임이야… 이제부터 내가 어떡할지 두고 봐!”

뭔가 이상하다.
저 말투… 마치 혼자서 게임 내레이션 하는 사람처럼 진지하다.


“뭐래. 진짜…”

나는 순간 소름이 돋아 고개를 돌렸지만, 오빠는 이미 거실에서 무언가를 받아 적고 있었다.

종이를 슬쩍 보니 이런 글씨가 보였다.


[규칙]

1. 음식물마다 이름 적기??

2. 위반 시 벌금??

3. 벌칙은 추후 업데이트 예정


‘업데이트 예정…? 무슨 게임 패치라도 까는 거야?’

그 뒤로도 뭔가를 더 적으면서 머리까지 긁적이며 고심하는 오빠를 보니 한심한 생각까지 들었다.

‘… 뭐냐 저게?’

문득 오빠의 한마디가 다시 떠올랐다.

‘복수할 거야…’

그리고 다른 문장도 떠올랐다.

‘이건 게임이다…’

나는 방으로 돌아가며 한 가지 생각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서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건데?’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