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우히어 Oct 07. 2022

가르치는 사람을 가르친다는 것

공부를 공부하다


     

최근에 오랜만에 회사에서 하는 교육을 듣게 되었다. 오랜만이 아니라 2022년 들어 처음 듣는 교육이었다. 4년 전에 잠깐의 전업주부의 삶을 끝내고 다시 경제활동을 하기로 마음먹은 후, 내 앞에 주어졌던 선택지는 2가지였다. 그 두 갈래의 길 중에 지금의 길을 택한 이유 중에는 최고경영자가 배움에 대해 교육에 대해 사람에 대해 그리고 사람의 가능성에 대해 열려있는 사람이라는 점도 들어 있었다.      


회사에서 수시로 일회성 및 3~4회 성(약 한 달 코스) 교육을 제공하는데 나는 한 달짜리 교육을 2020년에 2개, 2021년에 4개, 그리고 올해 1개 들었다.      



내가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입장에서 모든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듣는 사람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교육을 제공하는 사람이 헌신의 노력을 다해 최상의 내용을 제공하면 뭐하나. 그것을 듣는 사람의 마음이 딴 데 가 있으면 말짱 도루묵인 것을.      


그래서 나는 내가 교육을 들을 때는 가능하면 열린 마음으로 하나라도 더 얻어가 보려고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해 참여하는 편이다.      


이번 교육은 <공부를 공부하다>라는 것이었는데, 사실 엄청난 필요에 의해 선택한 것은 아니었고, 올해 너무 교육을 안 들었네 싶어 일정을 보던 중 마침 딱 내가 원하던 요일과 시간대여서 솔직히 말하면 어떤 내용인지 잘 알아보지도 않고 신청부터 했다. (일단 지르고 보는 이 성향은 참 징그럽게도 안 바뀌지)


아무튼, 공부를 공부하다, 일명 공공. 회사에서 실시하는 5번째 교육이어서 나는 공공 5기 수료자가 되었다. 회사에서는 우리들을 코치라고 명명하는데, 코치(선생님)들을 가르치기란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각자 나름의 영역에서 적게는 10명 내외에서 많게는 20명 그 이상의 학생들을 이미 가르치고 있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코치들과 비교하자면 백지상태에 가까운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매번 교육을 들으면서 강사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이번 교육에서 일과 관련되어 내가 기억하고 싶은 문장을 하나만 꼽으라면



수업은 반드시 의도적이고 계획적이어야 한다



라는 것이다.     


사실 발리에서 꽤나 강렬했던 여름을 보낸 이후 돌아온 지 벌써 두 달이 다 되어 가는 동안 나의 시간표는 계속 널널한 상태이다. 돈을 쓰는 것은 쉬운데 버는 것은 힘든 것처럼 수업을 줄이는 것은 쉬웠는데 늘리는 것은 내 생각대로만 되지는 않았다. 물론 마음이 아주 조급하거나 당장 수업을 확 늘리지 않는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그래서 계속 이러고 있는 거겠지만), 개인적으로 10~11월 중에는 다시 예전의 시간표로 회복하려고 마음을 먹고는 있다.      


아무튼 요즘 수업도 적고 학생들도 대부분 장기회원들이라 어느 정도 익숙해지다 보니 수업을 가기 전에 준비하는 부분이 너무 줄었었다. 어떨 때는 가방에 볼펜 하나 달랑 넣은 채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가서 심지어 학생이랑 수다나 떨고 왔던 적도 있고, 온라인 수업을 할 때 학생에게 문제 풀라고 해놓고 나는 딴짓을 하기도 했다. 그런 내 자신을 알다 보니 “수업은 반드시 의도적이고 계획적이어야 한다”라는 문장을 접했을 때, 스스로에게는 조금 부끄러운 마음이 그리고 학생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수학이라는 과목의 특성이자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 장점이 타과목에 비해 많은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아주 성적이 우수한 학생의 수업이 아닌 이상 이미 내 머릿속에 다 들어 있는 내용을 설명해주고 관련 문제를 풀어주고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근에 중고등학생들 중간고사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이 적어서 이번에 시험 보는 학생이 3명뿐이기도 했지만, 예전에 비해 나의 수업 준비가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다행히 (성적이 중위권인) 중학생 2명은 기대 이상의 성적이 나왔지만, (성적이 상위권인) 고등학생 1명은 수학 시험 당일 아침에 과호흡이 와 시험을 치르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물론 그 과호흡의 원인이 나 때문인 것은 아니겠지만, 나도 아주 조금은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싶어 계속 마음에 걸렸다. 오늘 그 학생과 수업이 예정되어 있는데 이야기를 잘 들어봐야겠다.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수업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즉흥적인 수업을 하던 나에게 경종을 울렸던 한 문장 덕분에 다시 조금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그래서 어제 들어온 신규 수업 문의를 적극적으로 받았고, 다시 시간표를 채워볼 예정이다.      


저 문장에서 깨달은 바를 느낌표에서 끝내지 않고 지속 가능하게 나의 머릿속에 장착하고 수업에 녹이기 위해 학습목표를 설정하고 중간 점검해나가며 그에 맞게 평가하는 시스템을 학생들 별로 마련해볼 생각이다.   

   

얼마 남지 않은 2022년, 아마도 연말 연초에는 어딘가에서 놀고 있겠지만, 놀면서 문득문득 마음이 무거워지지 않도록 깊어가는 가을에 나의 일과 나의 학생들, 그리고 수학을 가르치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하는 내가 되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직선의 위치관계와 같은 인간관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