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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우히어 Jun 16. 2024

당신만의 햇살은 무엇인가요?

내가 걷는 이유



일주일 전 오늘.


효야, 무슨 일이야?
다시 돌아와~
누가 그렇게 힘들게 했니?


일주일이 지난 오늘.


00이가 문제가 많다, 효야.
애들 우르르 나갈 거 같아.
통화 가능?



내가 동네 81 모임에 가입했던 것은 작년 11월 8일. 그리고 4월 18일에 모임장이 되었다가 6월 8일에 모임을 나와버렸다. 당시 운영진이었던 3명에게 모임장 관련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후, 내가 제일 덜 미안할 것 같은 친구에게 모임장을 넘기고 방을 나온 지 딱 일주일.


그 일주일 동안 사실 나는 너무 편했다. 실시간으로 쌓이는 톡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좋았고, 특히 너무 과하게 친한 척을 하거나 자신을 과도하게 드러내서 불편했던 몇몇 아이들과의 교류가 일방적으로 끊어져서 좋았다.


그런 나를 보며 새삼 나는 관계에 있어서 매우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또 한 번 깨달았고, 그렇기에 100명 가까이 되는 인원을 끌어가는 모임장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내가 모임장일 동안에는 나는 최대한 두루두루 지내는 컨셉으로 이미지메이킹을 해왔고, 그 덕분에 내가 나간 이후로, “너만 한 애가 없었다. 너가 최고다. 일주일만, 아니면 한 달만 있다가 다시 돌아와라.” 등의 내 입장에서는 기분 좋은 피드백을 받았었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모임장을 넘긴 그 친구에 대한 반발(?)이 지난 일주일 새 쌓여 급기야는 일부 친구들(주로 오프라인 모임에 자주 나오는)로부터 단체로 모임을 나가겠다는 얘기가 들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전해 들은 반발의 이유는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최근에 활동을 안 한) 인원들을 내보낸 것, 몇몇 친구들을 온라인에서나 오프라인에서 감정적으로 대한 것, 그리고 결정적으로 없는 말을 만들어 내는 것.       


사람이 아니 내가 참 이기적인 인간이어서인지, 사실 지금 모임장인 그 친구는 내가 이 모임에 들어온 초반부터 봐왔고, 같은 미사에 살고 있으며, 프리랜서라 나처럼 낮에 시간이 많고, 무엇보다 말이 잘 통해서 중간에 그 친구가 모임을 나가 있던 3개월 정도 동안에도 그렇고 비록 일주일이지만 내가 모임을 나온 지금도 모임과 상관없이 연락하고 심지어 자주 보고 있기도 하다 보니, 단체로 모임을 나가겠다고 하는 애들이 좀 이해가 안 되는 중이다.


첫 번째, 반발의 이유.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인원들을 내보낸 것.

나도 50일 정도 모임장을 하다 보니 중간중간 인원들을 체크하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면 누가 들어와 있으면서 말은 안 하는지, 누가 들어온 지 며칠이나 지났는지 등을 확인하게 되고, 한 달 이상 방에 들어오지 않은 친구들은 그냥 내보낼까 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기 때문에, 최근에 활동 안 한 친구들을 내보낸 것이 그리 반발을 불러일으킬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 반발의 이유.

일부 친구들을 온/오프라인에서 감정적으로 대한 것.   

내가 모임장으로 있을 때, 감정적으로 방을 나갔다가 하루 만에 다시 들어온 친구에게 현모임장이 한 소리를 해서 그 친구가 울었다는 이야기는 나도 전해 들었다. 그리고 허세가 좀 심한 친구, 톡을 지나치게 자기 얘기로 도배하는 친구, 모임을 주최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따로 만난 것을 굳이 티 나게 톡에 자랑하는 친구 등에게 그 친구 딴에는 주의를 준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울었다는 그 친구도 솔직히 이해를 못 하겠고, 허세가 심한 그 친구야말로 나도 두 번 만났는데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유형이었으며, 지나치게 자기 얘기로 도배하는 친구 역시 좀 과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맨 마지막 사례는 진짜 입에 담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몇몇 요주의 인물들이 있다.(그 인물들이 위에 말한 단체행동을 하겠다는 아이들이다)  


세 번째, 반발의 이유.

없는 말을 만들어 내는 것.       

이 부분은 나도 어느 순간 현모임장 친구와 적당한 거리를 둬야겠다고 생각한 부분이다. 그 친구는 누구와 만나도 대화를 잘 이끌어가고 어색한 분위기를 금방 부드럽게 만드는 장점도 있지만, 그러려다 보니 없는 말을 지어내는 정도는 아니어도 있었던 일을 자기 위주로 얘기하거나 다른 사람의 행동을 조금 더 과장되게 전하는 경우가 있다는 걸 나도 알고는 있다. 그런데 솔직히 그 정도가 그렇게 심한 건가? 잘 모르겠다.

  

나는 일부 친구들이 단체 행동 운운하는 것은 그들 역시 새로운 모임장을 너그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기 입장만 내세워서라고 생각한다. 내 입장에서야 내가 있을 동안에는 그런 말들이 나오지 않고, 어느 정도 잘 따라와 준 것이 너무 고맙지만, 그래도 내가 모임장을 맡긴 친구에 대한 불만들이 여기저기서 들리니까 나도 조금 속이 상하고 내가 사람을 잘못봤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인간의 마음이 강가에 뒹구는 조약돌 같다고 생각한다. 낮 동안 햇살에 달궈진 조약돌은 저녁 어스름이 내려도 따듯함을 유지한다. 마음도 매한가지가 아닐는지. 아무리 현실이 팍팍해도, 무언가에 혹은 누군가에 의해 슬며시 데워진 마음은 한동안 온기를 지닌다. 이때 냉기가 감돌던 마음이 데워지는 과정에서 나름의 온도 차가 발생하는데, 그러면 세상살이에 쪼그라들었던 마음도 한껏 부풀어 오른다. [글의 품격], 이기주

https://m.blog.naver.com/2gafour/223480927747



현모임장 친구나 모임장에게 불만을 가지는 친구들이나 그들의 쪼그라든 마음들에 온기를 불어넣어 줄 각자의 햇살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나의 경우 그 햇살이 정말 말 그대로 햇살이다. 아침마다 걷거나 가끔 시간 날 때 등산을 가는데, 그것은 사실 운동이 목적이 아니라 내 몸에 태양에너지를 충전하는 행위이다. 걸으면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햇살을 받으면 몸이 데워지면서 마음도 여유로워진다.  




산책은 외부의 풍경뿐 아니라 내부의 풍경, 즉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산책은 보행을 통해 이뤄진다. 느릿하게 걸음을 옮기며 하얗게 부서지는 햇살을 몸에 바르고 뺨을 스치는 바람의 결을 음미하다 보면 평소보다 시간이 더디게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시간을 천천히 흘려보내면 내 안과 밖에서 일어나는 것을 두루 살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러면 어느새 내면의 소용돌이도 잦아든다. [글의 품격], 이기주


온몸으로 햇살을 받으며 걷다 보면 내 안과 밖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한 발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여유가 생긴다고나 할까. 특히나 산에 올라 정상에서 밑을 내려다볼 때 저 아래에서 일어났던 일들은 아주 작아지고 멀어져서 내 머리와 마음속을 꽉 채우고 있던 부정적인 생각들은 어느 순간 공기 중으로 흩어져 사라져 버린다. 물론 그때뿐 또 내려와 하루하루 살다 보면 불만과 스트레스가 차곡차곡 쌓이지만 매일 아침마다 걸으며 조금씩 덜어내고, 한 달에 한두 번씩 산에 오르며 털어내버리곤 한다.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 대답이나 설명보다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더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데 지금 이해할 수 없다고 묻고 또 물어봤자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모르는 건 죄가 아닌데 기다리지 못하는 건 죄가 되기도 한다고. 이 역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구의 증명], 최진영

https://m.blog.naver.com/2gafour/223473015779


현모임장도 모임의 친구들도 조금씩만 더 너그러워지기를. 바로 대답이나 설명을 들으려 하지 말고 자신만의 햇살에 몸을 내맡긴 채 시간에 맡겨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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