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을 살아온 인간은 상수지 변수가 아니니까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수학 4단원 비와 비율 앞부분에 두 양의 크기를 비교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뺄셈으로 비교하는 것과 나눗셈으로 비교하는 것.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표가 주어지고 학생의 수(A)와 찰흙의 수(B)를 비교하는 표현을 할 때, 뺄셈으로 비교하면 모둠의 수에 따라 A와 B의 관계가 변하지만 나눗셈(또는 곱셈)으로 비교하면 A와 B의 관계는 변하지 않는다. (B-A의 값은 모둠의 수에 따라 4, 8, 12, 16으로 변하지만 B/A의 값은 항상 2이다.)
이러한 문제를 풀면서 학생에게 자연스럽게 “매번 관계가 변하는 뺄셈으로 비교(표현)하는 것보다 변하지 않는 나눗셈 또는 곱셈으로 비교(표현)하는 것이 더 편하겠지?”라고 덧붙인다. 불과 며칠 전에 예비 초6 남학생에게 내가 했던 이 말을 곱씹어 본다.
내가 저 말을 한 것은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일종의 동경하는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고.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을 읽다가 기억해야 할 한 문장을 발견했었다. 소설 속에서 저 문장은 약간은 부정적인 의미로 우리가 흔히 쓰는 “사람이 쉽게 변하겠니?”를 좀 더 고급지게 그러면서 수학적으로 풀어낸 표현이다.
나는 이런 문장을 발견할 때 참 기쁘다. 그리고 이런 문장들을 수집한다. 나중에 소설 또는 수학과 딱히 관련이 없는 다른 글들에서 발견한 수학적인 문장들을 모아 나만의 글을 쓰고 싶기도 하다. 사실 이 글이 그 첫 번째 시도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무튼 인간을 상수와 변수에 비유한 작가의 센스에 그리고 그 작가를 오래전에 발견해 신간이 나오면 꼭 찾아 읽는 나의 선택에 혼자 뿌듯해하며, 내가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칠 때 상수와 변수에 대해 많이 강조하는 것, 나아가 수학에서 나오는 각종 개념들의 의미에 대해 매우 강조하는 것까지 생각이 이어졌다.
초등 수학과 중등 수학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문자의 사용이다. 그래서 중학교 1학년 1학기 수학 앞부분에 <문자의 사용과 식의 계산>이라는 단원이 있다.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들이 핑계를 대기 좋은 단원이 그때부터이다. “왜 수학 인대 영어가 나와요?” 각종 알파벳(a, b, c, x, y 등)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문자가 본격적으로 사용되면서 문제에서도 고정된 값(상수)과 움직이는 값(변수)의 형태로 내용이 확장된다. 나는 그때마다 학생들에게 “변수는 변하는 값의 줄임말, 그럼 변수의 반대는 뭘까? 변하지 않는 값, 그걸 다른 말로 상수라고 해.”라고 꼭 짚어 준다.
글을 쓰다 보니 생각이 났는데, 며칠 전 위에 등장했던 예비 초6 남학생이 나에게 수학을 왜 좋아하냐고 물어보았다. 그때는 명확하게 답을 못했는데 다시 물어본다면 답을 해줘야겠다. 첫째, 아무리 어려운 문제여도 답이 있어서. 둘째, 개념들의 정의가 명확해서.
이과 출신에 지금 수학을 가르치며 살고 있는 ‘나’이지만 내 안에는 어느 정도 언어에 대해, 문학에 대해, 글과 말에 대해 관심과 애정이 있으며 아주 조금의 재능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수학을 가르치는 와중에도 새로운 단어가 나오면 그 단어에 대한 뜻을 풀어서 설명하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단지 내가 좋아서 하는 것만은 아니고 실제로 수학에서도 개념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문제를 이해하는 능력에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시 제목으로 돌아와 변수와 상수에 대해.
나는 굳이 둘 중에 어떤 유형이냐고 물으면 변수형 인간인 것 같다. MBTI도 ENFP에 별자리는 쌍둥이자리에 꼭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내가 살아온 길을 돌아보면 나 자신도 그것을 부인할 수 없다. 변수형 인간인 나는 자기 합리화라고 해도 어쩔 수 없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변화무쌍함, 도전 정신,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력, 에너제틱함, 열정, 실행력 등을 장점으로 어필하곤 한다. 그러는 한편 마음속으로 때로는 티가 나게 나와 반대되는 상수형 인간들의 특성 -현실에 안주, 도전을 두려워함, 새로운 환경에서 긴장함, 게으름, 미루기 등- 을 한심하게 여기기도 한다.
재밌다. 변수와 상수, 그 자체는 좋고 싫고의 개념이 아니었는데, 인간을 설명하는 수식어의 자리에 두니 의미가 다양해지고 호불호의 감정까지 실리게 되다니.
예전에 3년 정도 일했던 곳의 상사는 말 그대로 상수형 인간이었다. 달리 말하면 한결같음의 대명사. 한 직장에서 10년 이상을 근무하며 외모도, 일이나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웃음소리도, 걸음걸이도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던 사람. 누군가 그녀에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으세요.”라고 했을 때 그녀의 온 얼굴은 환해졌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난 속으로 ‘저걸 지금 칭찬이라고 생각하고 좋아하는 건가?’ 의아해했었다.
이제 그때 그녀의 나이가 된 지금, 과연 나는 변수형 인간인지, 아니 인간이 변수 또는 상수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본다. 정유정 작가의 말처럼 인간이 65년 정도를 살아야 상수가 되는 거라면 나는 아직 25년 동안은 더 변수처럼 살아도 된다는 건가? 그럼 65세 이상부터는 정말 더 이상 변수 같은 행동은 하면 안 되는 건가?
한결같을 줄 알았던 그녀가 최근 퇴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론 오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는 것만으로 그녀를 변수형 인간으로 인정해줄 수는 없겠지만, 대학교 4년이 한 곳에 머물렀던 제일 긴 시간이었던 나는 (초등학교 6년 동안 2번 전학함) 여전히 마음속으로는 한 곳에 오래오래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그리고 그들의 그 쌓여있는 시간들이 부럽기도 한가보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이제 와서 조금은 들기도 하고, 그때 내가 속으로 한심하다고만 생각했던 그녀의 행동들이 그렇게 한심한 것만은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