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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졔졔 Jan 13. 2019

북극의 눈물로 이루어진 폭포

북극 다산기지에 가다

해양생물을 연구하고 싶어 했던 나에게 북극은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독특한 환경에 적응한 생물들을 연구할 수 있고, 지구온난화의 피해가 가장 큰 곳인 동시에 전 세계의 기후를 조절하는 스위치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북극, 그 미지의 세계로

 “북극연구체험단에 대해 알아보면서 몇 년 전 북극연구체험단에 선발되었던 학생이 쓴 댓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댓글은 ‘너무 어릴 때 아무 생각 없이 북극에 갔다 온 것 같아 후회된다. 다시 한번 가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를 선발해주신다면 이분의 댓글을 기억하며 후회하지 않는 여행이 되도록 준비를 해가겠습니다.”

 과학골든벨을 통과하고 최종 면접에서 마지막에 하고 나온 말을 되새기며, 후회하지 않는 여행이 되기를 소원하면서 비행기에 올랐다. 

전세기에서 찍은 크레바스. 책에서만 보던 크레바스를 보면서 처음으로 ‘내가 진짜 북극에 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긴 이동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북극 기지촌으로 들어가기 위해 전세기에 탑승했다. 3번씩이나 비행기를 갈아타며 많이 지쳤지만 북극 기지촌으로 들어가는 전세기에서는 잠이 들 수 없었다. 전세기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너무나, 너무나 아름다워서 눈을 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북극 다산기지에 도착한 날에는 기지 생활과 유의사항에 대해 배우고, 북극에서의 활동을 위해 3명씩 나누어 조를 짜고 발표를 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하며 백야현상 속에서 잠이 들었다. 

북극에서 찍은 사진은 사진만 보고서 낮인지 밤인지 구별할 수 없다. 백야현상 때문에 6개월 동안은 항상 밝기 때문이다.

 다음 날 우리는 본격적인 북극 탐사에 나섰다. 북극 생태계 탐사의 첫 번째 일정은 육상식물 관찰이었다. 북극은 춥고 얼음으로 덮여있어서 식물들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북극에는 생각보다 많은 식물이 살고 있었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서 우리는 열 가지 이상의 꽃, 이끼, 버섯 등을 찾아낼 수 있었다. 식물 관찰은 물론이고, 발견한 식물들을 분류하고 정확한 식물의 특징과 이름을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냥 사진을 보면서 식물도감을 몇 번 뒤적이면 다 구분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물 전공자가 된 지금 해도 힘들 것 같다.

 육상 빙하 탐사 트레킹을 위해 옷을 따뜻하게 입고 비상식량도 챙겼다. 북극곰을 만나면 큰일 나기 때문에 박사님들은 총도 챙겼다. 북극에서는 탐사를 하려면 총을 꼭 가지고 다녀야 한다. 물론 아무 때나 쏠 수 없다. 북극곰은 멸종위기종이기 때문에 보호해야 한다. 내가 북극에 간다는 사실을 알렸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북극곰 보고와! 코카콜라도 주고 와!"였는데, 연구원들에게 북극곰은 만나서는 안될 동물이다. 북극곰에게 죽기 직전에, 정말 정말 죽기 직전에 나를 보호하는 용도로는 쏠 수 있다. 이를 증명해야 하는 게 함정이지만. 북극곰이 기지촌에 와서 비싸고 귀한 장비들을 망가트려도 건들 수 없다. 북극곰은 그런 존재다. 


3시간 동안 돌로 이루어진 험한 언덕들을 넘어 드디어 빙하를 밟을 수 있게 되었다. 그곳은 내가 생각했던 북극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얼음으로 이루어진 땅. 우리는 빙하가 녹아 흐르는 물을 받아 목을 축이며 북극을 온몸으로 만끽했다. 


#북극의 눈물로 이루어진 폭포

흙과 섞인 빙하라 사진으로는 바위나 진흙처럼 보이지만 빙하다. 박사님이 작년에 왔을 때만 하더라도 졸졸 흐르는 물이었다는 곳. 이제는 폭포가 되어 있었다.

빙하 탐사를 가는 길이었다. 돌만 수북했던 언덕 사이로 물줄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점프해서 건널 수 있는 물줄기를 마주치기도 했고, 다소 고여있는 듯한 물웅덩이를 마주치기도 했다. 얼마나 올라갔을까. 어느새 우리는 큰 물줄기를 따라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고, 믿기 힘든 광경을 보게 되었다. 와 북극에 폭포라니. 어느 구멍 사이로 큰 혀를 내민듯한 거대 폭포가 힘차게 물을 내뿜고 있었다. 너무 놀라웠다. 내가 본 물줄기가 여기부터 시작된 거였구나! 박사님께서 저게 다름 아닌 빙하가 녹은 물이 흘러나오는 것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말하기 전까지는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더 놀라운 건 그다음 말이었다. 1년 전에 박사님이 여기 왔었을 때는 가는 물줄기가 졸졸 흐르는 곳이었단다. 몇 개월 사이에 이렇게 큰 폭포로 변했다는 박사님의 말씀에 공포감이 몰려왔다. 너무나 크고 거대한 폭포가 빙하 사이를 가르고 길을 만들고 있었다. 흐르는 물줄기는 단단한 역사를 긁으며 내려가고 있었다. 지금도 빙하는 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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