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집 - 인천의 포크 [유령놀이]'에 실린 아티스트 이권형의 작업 후기
2023년 진행된 컴필레이션 음반 프로젝트 '인천의 포크 [유령 놀이]'의 짝패로 출간 됨
시리즈 첫 3부작([인천의 포크], [서울, 변두리], [모두의 동요])을 제작하는 동안엔 시리즈의 정체성과 방향을 제시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개인적인 이야기를 풀 생각은 못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유령놀이]를 만들기로 했을 땐 달랐습니다. 유령은 모호한 개념이고, 그래서 오히려 자유로운 놀이의 장으로 느꼈습니다. 더군다나 음악 창작에 더불어 픽션 집필이 추가로 결합 된 흔치 않은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내밀한 이야기를 풀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몇 년 전 떠난 강아지에 대한 상실의 기억을 다루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공놀이>는 달콤한 상실의 기억 속에서 하릴없는 공놀이를 반복하는 화자의 이야기가 된 것입니다. 슬픔과 집착으로 이뤄진 초현실적 배경을 설정하고, 홀린 듯 또다시 그 안에서 깨어난 화자의 독백을 서간체 형식으로 옮겼습니다. 다만, 그가 기억의 굴레를 뒤로하고 나아가는 구성이 되길 원했고, 정서적 디테일과 구조는 기억 조작 기술이 발전한 SF 세계관의 게임 ‘파인딩 파라다이스(Finding Paradise)’의 스토리를 많이 참고했습니다.
창작자들이 매번 겪는(또 당연히 겪어야 할), 떠오르는 대상을 어떤 방식으로 다룰 것인가 하는 고민에 직면해서는, (십수 년을 함께한 가족을 유령으로 박제하고 싶진 않았으므로) 평소 관심 있던 인터넷 괴담의 형식을 가져와 ‘SCP-3020-IN’이라는 개체를 상정하여 따로 서술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처음 옮겨진 서간체 글은 ‘SCP-3020-IN’에게 사로잡힌 ‘SCP-093-IN’의 독백으로 서술했으며, 이로써 ‘SCP-093-IN’을 저와 같은 기억을 공유하지만 다르게 나아가는 캐릭터로 그릴 수 있었습니다.
픽션의 감정 폭이 워낙 격해서 음악은 오히려 경쾌했으면 했는데, 작업 초기부터 함께 고민해준 피아니스트 복다진, 언제나 기꺼이 함께해주는 기타리스트 파제, 드러머 박재준, 베이시스트 송현우와 같은 연주자들의 역량으로부터 목표한 바를 표현하는 데에 크게 도움받았습니다.
문서 SCP-093-IN-A : SCP-093-IN의 독백 기록 내용
자료 SCP-093-IN-B : SCP-093-IN이 독백 중 흥얼거린 노래의 완성본(제목 : 공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