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민일까?

feat. 유시민, 김어준, 그리고 Sui generis

by Sui generis


저는 필명이나 프로필 이름으로 Sui generis를 사용합니다.

라틴어로 sui generis는 “그 자체로 독자적인,” “어떤 것에도 환원될 수 없는”이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도덕은 경제로 환원될 수 없다. 도덕은 sui generis한 영역이다.”

“규범적 타당성은 단순한 사실에서 오지 않는다. 규범은 sui generis한 차원을 갖는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어떤 것은 다른 것으로 완전히 설명될 수 없고, 그 자체로 하나의 기준을 갖는다.”


저는 공론장 속 시민인 우리 모두가 각자의 판단 능력을 가진 sui generis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자적인 판단력과 기준을 가진 존재들인 것이지요.


그렇다면 여기서 이런 질문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왜 우리는 특정 인물의 발언이 불편할까?”


최근 누군가 유시민이나 김어준 같은 특정 인물의 발언에 거부감을 느꼈다면,

이는 특정 인물이 전체 상황을 주도하고 해석을 제시하는 공론장의 구조에 대한 반감일 수 있고, 공론장 속 나의 sui generis한 지위 훼손에 대한 입장 표명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어떤 인물이 마치 훈시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공간보다, 다양한 인물들이 함께 등장해 서로의 주장을 검증하고 반론을 제시하는 공론장의 구조가 더욱 보편적이 되길 희망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공론장이 여러 견해들과 특정 인물의 해석이 충분히 경쟁하는 공간으로 점차 변화하길 바랍니다.


능동적인 판단 주체이자 참여자인 우리는 그동안 공론장에서의 권리와 자격을 스스로 낮춰온 것은 아닐까요?

우리 모두는 이미 공론장 속 진정한 Sui generis한 존재입니다.

제가 처음 필명과 프로필 이름을 결정할 때 그렸던 ‘우리’의 모습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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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기 전… 나는 ‘서민’이라는 말이 좀 불편하다.

많을 서(庶), 백성 민(民).

이 말은 단순히 ‘일반 사람’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사적으로는 왕이나 양반과 같은 지배층과 구분되는 일반 백성을 가리키는말로 사용되어 왔고, 그 과정에서 통치와 보호의 대상으로 이해되는 측면이 있었다.

즉, 서민은 판단하고 참여하는 주체라기보다, 관리되고 보호받는 집단에 더 가까운 표현이었다.

물론 오늘날 이 단어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을 지칭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이 말에는 어딘가 우리의 위치를 한 단계 낮추는 뉘앙스가 남아있다.

영어의 citizen, 즉 시민은 서민과는 좀 다르다.

시민은 권리를 가진 존재이자 정치적 주체를 의미한다.

그래서 서민을 citizen으로 번역하면 어색해진다.

이제는 서로를 ‘서민’이 아닌 ‘시민’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공론장의 sui generis한 존재잖아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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