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37.5도 정도, 콧물을 동반한 감기증상이 있었다.
아마 평소라면 그냥 넘어갔겠지만, 구정 연휴를 앞두고 있어서 검사를 받았다.
결론적으로는 받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명절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그때 써둔 글을 정리해서 올려본다.
1일차
어제부터 자가격리를 했고,
어제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는데, 오늘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어서
어제꺼부터 쓰기 시작.
사실 오늘부터 1일로 쳐서 7일간 자가격리를 하는 것 같다.
엊그제 감기증세가 있어서 PCR검사를 받고,
어제 아침 7시경에 확진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미열과 콧물 정도밖에 증상이 없어서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도 확진 될까봐 우려를 했는데,
같이 검사받은 와이프는 8시가 조금 넘어서 음성 판정 문자를 받았고, 나만 확진
확진이후 아이도 검사를 받으러 가서,
다음날 아침에 연락이 오지 않아 보건소에 직접 전화해서 음성 확인을 했다.
어쨌든 나 혼자 확진되어 그나마 다행이라고나 할까?
아이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어떻게 집에서 격리를 해야 하나 결정하지 못한 상태.
어쨌든 나는 어제부터 지금까지 안방과 안방에 딸린 화장실만 왔다갔다하며,
자가격리중이다.
처음 방에 들어갈때, 필요한 물건을 챙겼다.
노트북, 충전기
책
아령 정도
나머지 먹을 것들은 와이프가 공수해주기로 하고,
방에서 하는거라고는 책 보거나 넷플릭스나 웨이브에서 영상 보는 것.
그나마 최근에 보기 시작한 라이프라는 예전 드라마, 조금전(2일차)에 다 봤다.
어쨌든 이 글은 1일차 글이니까, 어제는 뭐 준비하고,
방으로 넣어주는 밥 먹고, 웬만하면 방에서 나가는 물건이 없게끔 하기 위해서
1회용 수저와 그릇, 생수등을 주문하고, 1일차는 책 좀 보고 영상 몇개 보고 크게 불편함이 없이 잠들었다.
2일차
본격적인 자가격리가 시작된 날이다.
오전에는 아이의 검사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9시가 넘어서도 연락이 없어서 보건소에 전화하여 음성판정을 받았다.
구정이구나.
와이프가 떡국을 끓여줘서 방에서 혼자 조용히 먹었고,
점심때도 명절음식이라고 만들어 두었던 갈비찜과 전을 먹었다.
하루 세끼 자가격리자를 위하여 밥을 준비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거라고 판단하여,
추가적인 준비를 조금 했다.
휴대용 가스버너를 준비하고, 라면과 햇반 조금,
그리고 1회용 그릇들
저녁에 처음으로 라면을 끓여서 먹어봤다.
달랑 냄비 하나 갖다두었지만, 가끔은 방에서 자체적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아무래도 다른 가족들과 접촉을 최소화하는게 좋으니까,
어제까지는 내가 먹고난 밥그릇을 밖으로 내주었고,
오늘부터는 1회용 그릇이 도착하여 이 방에서 밖으로 나가는 물건은 거의 없어졌는데,
들어오는 것도 이왕이면 최소화하는게 좋을 듯 하여, 준비했다.
지금 저녁 8시 20분인데,
영상을 몇시간 봤는지 잘 모르겠다.
책도 한 3시간은 본 것 같은데, 하루에 그 정도가 한계가 아닐까 싶다.
어제 오늘은 그나마 히가시노 게이고 책이 한권 있어서 재미있게나마 읽었는데,
지금 준비해둔 책들은 대부분 재미가 없는 책들이다 ㅠㅠ
드라마 보는건 좋은데, 그리고 볼 영상을 끝없이 널려 있는데, (넷플릭스 짱)
하루 몇시간 이상은 무리인 것 같다.
그래서 갑자기 노트북으로 글을 쓸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원래도 노트북으로 일하는게 적응이 잘 안 되긴 했는데,
지금 침대에서 벽에 기대어 반쯤 누운 자세로
무릎에 노트북 올리고 타이핑 치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손으로 글씨 쓰는 공부도 생각중이다.
내일은 아마 심심하면 영어책하나랑 노트, 펜을 들여놓을 생각이다.
중간에 잠깐 운동을 해 봤는데, 아직은 썩 내키지 않는다.
헬쓰용 자전거를 들여놓고 타볼까 했는데, 땀을 흘리는건 좋은 일이 아닐것 같다.
빨래를 밖으로 배출하는 것도 그렇고 ㅎㅎ
내일까지는 구정휴일이다.
그 뒤 재택근무는 또 어떤 양상이 될지 모르겠다.
사실은 하루하루 지나면서 변화가 느껴질 것 같다.
첫날과 둘째날 느낌이 많이 다르다.
그나마 지금은 자가격리 기간이 7일인가로 줄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앗, 그리고 이 감기증상 (아마도 오미크론 증상인가?)
느낌상 어제부터 멀쩡할줄 알았는데, 일어났더니 전날과 비슷하고
오늘도 일어나면 멀쩡할줄 알았는데, 별로 그렇지는 않다.
한 두어시간 더 놀다 잘 생각인데,
내일 아침에는 거의 멀쩡했으면 좋겠다.
3일차
아이가 열이 좀 나서,
보건소에 문의하고 와이프랑 둘이서 아침에 다시 PCR검사를 받으러 떠났다.
보건소도 너무 복잡하고, 그 옆에 있는 선별진료소까지 걸어서 한 30분은 걸리는 듯.
멀리있는 병원에는 갈 방법이 없다. (와이프가 운전을 안 함)
추운날씨에 한참을 걸어가서 검사받고 오느라 고생이 많았을 텐데,
생각보다는 오래 기다리지 않아서 다행이었던 것 같다.
어제 밤에 후각이 없어진걸 알았다.
잘때 머리맡에 두는 아로마 디스펜서에서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았다.
가글을 하는데,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는다.
깜짝 놀라서 향수를 뿌려 보았는데, 역시나 아무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때부터, 몇시간에 한번씩 가글 냄새를 맡아봤다.
이틀쯤 지나니 희미하게 냄새가 나기 시작하다가, 3일쯤 되니 완전히 돌아왔다.
1시간 넷플릭스를 보고,
30분 책을 보는걸 몇번 반복했더니 책이 너무 지루한 느낌이다.
조금 패턴을 바꾸어서 영상 보는 시간을 1시간반에서 2시간 정도로 늘리고,
책을 1시간 정도 보는게 나은 것 같다.
이 글을 쓰고나면 다시 책을 1시간 정도 보고,
잠들기 전까지 영상을 1시간 반 정도 볼 것 같다.
오후에도 여전히 아이가 열이 많이 난다.
내일 검사결과도 나오지만, 자고 일어나서 열이 좀 떨어졌으면 좋겠다.
이번에 나하고 직원 1명 빼고,
나머지 밀접접촉자들은 전부 음성판정을 받았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내일 아이까지 음성에 괜찮아지면 한시름 덜 것 같다.
오늘도 라면을 하나 끓여먹었는데,
방에서 그냥 물 넣고 라면만 먹는거는 그닥 맛이 없다.
격리중이 아니라면 양파나, 파도 썰어넣고 여러 반찬을 놓고 먹을텐데,
라면도 그렇게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는 걸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하루중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1. 영상 시청
2. 독서
나머지는 뭐 크게 비중을 차지하는 게 없지 싶은데,
저 둘다 오래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다.
내일은 아마 지겨우면 진짜 공부를 좀 하지 않을까도 생각된다.
회사는 출근하면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하고 업무를 시작할 것 같다.
어제 코로나 확진자가 2만명이 넘었던데,
아마 명절 여파로 당분간 더 늘어나지 싶다.
정부나 지자체 욕을 하고 싶지는 않은데, 갑자기 확진자가 늘어서 그런지,
대처가 썩 매끄럽지는 않아서 아쉽다.
4일차
다시 한 검사에서,
와이프는 음성이고 아이는 양성이다.
오늘부터 아이랑 같이 자가격리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자가격리가 언제 끝나는것인가? 알수가 없다.
그래서 제목에 4일차 옆에 (?)를 적었다.
이거 한 20년도 더 전에
훈련소 갔다가 1주일을 남겨두고 2주로 늘어났을 때 같다 ㅠㅠ
그래도 뭐 아이랑 같이 있는거고, 훈련소에 비할바는 아니게 편한 환경이긴 하지만...
처음으로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그나마 생활반경을 앞 베란다까지 확장하기로 했다.
베란다 넓이가 한 1평 정도 될래나... 앞이 트여 있으니 답답함은 덜할 것 같다.
아이가 온라인 수업도 해야 되고,
책상대용으로 조금 더 넓은 상을 가져다 두었는데, 한결 편한 느낌이다.
근데 이 좁은 공간에 (그나마 안방이 조금 큰 편이다.)
두명이 있다는것이...
온라인 수업할때 처음에는 책을 보고 있으려고 했는데,
수업내용이 너무 신경쓰여서, 이어폰 꽂고 영상을 시청했다.
두시간이나 쉬지 않고 하는것도 어렵네.
뭔가 조금 더 개선할 여지를 찾아야겠다.
창업경진대회 같은것처럼 격리기간동안 아이랑 같이 뭘 만들어 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아니면 코딩을 좀 가르쳐 볼까 생각도 했고...
아직은 잘 모르겠다.
1일차니까 ㅋㅋ
그 이후
아무래도 다음주 금요일 낮에 자가격리가 해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총 12일간의 자가격리.
뭐 예전에는 무조건 2주를 했으니까, 그때보다는 나아졌다고 해야 되나.
이제 반도 안 지났구나 ㅎㅎ
거의 2주간 못 하는 일들이 꽤 생각났다.
1. 술 (사실 먹을려면 먹을수는 있다.)
2. 담배 (요즘은 안 피니까...)
3. 피아노 치기 (뭐 2주 안 친다고 줄어들 실력이 있겠냐마는...)
그거 말고 또 있나?
책은 많이 보고 있는데, 역시 그렇게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다.
하루에 조금씩 영어공부도 하고 있다.
오히려 불편한것은 밥 먹는게 아닌가 싶다.
와이프가 해 주는걸 받아먹기만 하고,
가끔 방에서 라면을 끓여먹기도 하는데,
양파/파/버섯 같은거 썰어넣기도 힘들고,
식초 한방울 넣고 싶은데 그것도 없고,
그렇다고 뭐 그런것까지 방에 준비하고 싶은 생각은 없고,
뭔가 너무 알차게 보낼려고 하는 생각이 더 부담스러운 것 같기도 하다 ㅋ
책상도 없이, 상에 앉아서 아이랑 같이 지내다보니,
일하는건 거의 힘들 것으로 보인다.
오늘은 토요일이니까 상관없는데, 담주 일은 담주에 생각하자 ㅋ
며칠 뒤
와이프의 마지막 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서
격리해제됐다.
사실 서류상 격리해제는 며칠 전에 된 것 같은데, 같이 격리되어 있는 아이가 있어서 며칠 더 조심했다.
처음에 격리될때는 이 시간을 좀 더 알차게 보낼 계획을 세워볼까 했었는데,
결론적으로는 변수들이 생기면서 대충 넘어갔다.
혼자 격리될 줄 알았는데, 도중에 아이가 같이 격리되고,
그 때문에 격리기간이 명확하지 않았던 점이 변수라고나 할까.
몇가지 생각한 것들이 있었는데...
1. 글을 좀 써볼까
-> 그나마 홈페이지에 글을 몇개 썼다.
원래 이런 글을 쓸려고 한건 아니고, 좀 거창한 글을 써보려고 했었는데 ㅋ
2. 공부를 좀 해볼까
영어공부 한 두어시간은 한 것 같다.
3. 책을 좀 볼까
7권쯤 보긴 했다. 이건 그나마 목표 달성.
대부분 경제/경영 책을 봤는데, 결론도 내렸다.
이런 책을 더 보는건 나한테 도움이 되지 않는다.
4. 뭔가 간단한 프로젝트를 해볼까?
이건 아무것도 못했지만, 그래도 아이랑 같이 격리되면서
코딩을 좀 가르쳐 주긴 했다.
12일만에 출근했더니, 피곤하네 ㅋ
격리되어있을때는 답답해서 힘들더니,
출근했더니 출근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