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차 안, 하도 울어 지끈거리는 머리를 차가운 창에 기대었더니 유리 너머로 차가운 공기가 닿아 슬쩍 몽울져 떨어졌다. 아직은 겨울, 차갑고 어둡기만 한데 가야 할 길이 멀어 잔뜩 웅크린 채 홀로 껴안았다. 미처 하지 못했던 일들을 이제는 혼자서 해야 한다.
흘러가는 불빛 사이로 우리 모습이 거슬러 오른다. 미련은 못다 한 사람의 몫 이랬던가. 떠나가야 하는 몸이 자꾸만 으스름 떨리는데도 보고 싶은 얼굴로 박혀버린 너는 마지막까지 등을 돌리고 있구나. 그게 너의 상냥함이지, 내가 그렇게나 좋아했던.
아무렇지 않을 것만 같았던 설익은 감정에도 피가 맺힌다. 내 사랑은 마지막에서야 비로소 사랑다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