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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월급날이 제일 불안한 날〉

by 경자코치
밤 11시 58분.
휴대폰이 침대 맡에 엎드려 있다가 작은 진동을 보냈다.


“급여가 입금되었습니다.”


하얀 알림창이 번쩍였다.

윤서는 손끝으로 화면을 밀어 올렸다. 숫자는 늘었는데, 마음은 무거웠다. 잠깐의 안도감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손목에서 연달아 진동이 울렸다.


“신용카드 결제 자동이체 완료.”
“교통비 후불 청구.”
“통신요금 자동이체 완료.”


진동이 멈췄을 때, 화면 속 잔고는 조금 전과는 다른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야, 아직 아무것도 안 썼는데…”


윤서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커튼 사이로 스며든 가로등 불빛이 방을 주황빛으로 물들였다. 한 달을 채우기도 전에, 아니 한 시간도 안 되어 계획이 무너졌다.

‘이번 달은 진짜 다르게 살자.’ 결심은 늘 빠르게 무너졌다.




다음 날 아침, 엘리베이터 안에서 또다시 진동이 울렸다.


“구독 서비스 결제.” “헬스장 월회비.”

윤서는 깊은 숨을 들이켰다. 숫자는 냉정했지만,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방향이었다는 걸 아직 몰랐다.

점심시간, 동료 민지가 물었다.

“야, 월급 받았지? 오늘 커피 내가 쏠게. 대신 주말에 그 신상 디저트 카페 가자.”
“이번 주말? 음... 좋아. 근데 나 이번 달은 좀 조용히 지내야 할 것 같아.”
“에이, 월급 받았는데 벌써 절약이야?”

윤서는 대답 대신 웃었다. 대답할 힘조차 아까웠다.

퇴근길, 지하철 창밖으로 주황빛 광고판이 흘러갔다.

‘무이자 12개월’, ‘페이포인트 적립’, ‘월 9천원으로 시작하는 프리미엄’.

역에 도착하자 또 진동.

“편의점 결제 승인.”
무의식이 결제를 하고, 의식은 나중에 영수증으로 확인하는 느낌이었다.


집에 돌아와 식탁 위에 노트를 폈다.


월급일 0시 입금
0시 1분 카드값 자동이체
통신료, 구독, 교통 후불 연쇄
남은 금액: ~


그녀는 숫자 대신 물결표를 그렸다.

“남은 건 돈이 아니라 불안이네.”
그 말이 방 안에 울렸다.


피곤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 인스타그램을 스크롤하던 그는, 우연히 눈길이 멈췄다.

짧은 영상 속에서, ‘경자코치’라는 계정이 뜨고 있었다. 자막이 천천히 흘렀다.
“돈은 사라진 게 아니라, 방향을 잃은 겁니다.”

윤서는 영상의 소리를 켰다.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사라진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돈은 사라진 게 아니라, 먼저 줄 서 있는 통로가 있을 뿐이에요. 자동이체가 먼저일지, 당신의 계획이 먼저일지의 문제입니다.”


윤서는 영상을 반복해서 봤다.
“방향... 통로...”
그는 노트를 다시 열어 화살표를 그렸다.

→ 카드값 자동이체
→ 통신/구독
→ 생활비 출금
← 비상금 5% 자동이체 (월급일+1일 새벽)


“먼저 줄 서 있는 통로를 바꾸는 거네.”
그는 작게 웃었다. 월급일 자정이 아니라, 다음 날 새벽 5시에 비상금 5% 자동이체를 예약했다.
금액은 작았지만, 방향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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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늦게, 민지에게 메시지가 왔다.
민지: 주말 카페는 취소하자.
윤서: 고마워. 이번 주말엔 우리 집에서 브런치 해 먹자. 내가 커피 내릴게.
민지: 오, 재테크 시작했네?
윤서: 아직은 아니고... 그냥 방향부터.


새벽 공기가 창문을 스쳤다. 윤서는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이번 달엔, 불안을 줄이는 방향으로.’


다음 날, 편의점에서 3천 원짜리 음료를 들었다가 1천 원짜리 생수로 바꿨다.
“멤버십 있으세요?”
“네, 근데 오늘은 포인트 말고 영수증만 주세요.”
작은 종이 한 장이 손에 얹혔다. 그는 반으로 접어 지갑에 넣었다. 마치 다짐을 접듯이.


퇴근 후, 노트에 적었다.
월급일+1일 새벽: 비상금 자동이체 예약 완료
구독 2개 점검(1개 해지, 1개 유지)
편의점 지출: 대체 성공
그 옆에 작게 별표를 그렸다.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불안을 줄인다.

다시 인스타를 켜니, 경자코치의 새 피드가 올라와 있었다.

“돈은 당신을 평가하지 않습니다. 다만 비춰줄 뿐입니다. 오늘의 흐름이 내일의 표정을 결정합니다.”


윤서는 그 문장을 노트에 옮겨 적었다.

〈월급날이 제일 불안한 날 – 1주차 실험〉
1. 자동이체 방향 바꾸기(비상금 먼저)
2. 구독 정리(필수/취향 구분)
3. 현금흐름 기록(하루 3줄)
문장 끝에는 밑줄을 그었다.

“돈은 사라진 게 아니라, 방향을 잃은 겁니다.”

숫자는 여전히 냉정했지만, 방향만큼은 조금 따뜻해졌다.

윤서는 전등을 끄고 누웠다. 불안은 돈이 없어서 오는 게 아니었다.
내가 먼저 줄 세운 게 없어서 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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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자코치 메모 ★

윤서의 불안은 ‘잔고의 부족’이 아니라 흐름의 주도권이 남에게 있는 상태입니다.
돈은 원래 주인을 향해 움직이지 않습니다. 먼저 예약된 통로를 따라 흘러갑니다.

이때 우리가 할 일은 금액을 늘리는 게 아니라 순서를 바꾸는 것입니다.

비상금 자동이체를 월급 다음 날 새벽에 선점하세요. (금액보다 “먼저 나간다”는 순서가 중요합니다.)

구독과 고정비를 필수·취향으로 분류하고, 취향 항목은 ‘비활성 주기(격주·분기)’로 전환해보세요.

하루 3줄 기록으로 지출 흐름·감정·한 줄 조정을 남기면, 패턴이 보입니다.


윤서처럼 ‘방향’을 먼저 잡으면 돈은 자연히 따라옵니다.
불안을 줄이는 건 절약이 아니라 방향 회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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