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인사이드

'오늘은, 여기까지.'

by 이진우

처음 이 영화의 내용을 접했을 때 기획은 참 신선하지만 난잡하고 그저 그런 영화 중 하나이겠거니 생각을 했다. 모든 것이 그렇듯 이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직접 열어보기 전엔 절대 쉽사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영화를 볼 때 몰입도를 가장 중요시하게 여기고 영화를 본다. 내가 얼마나 이 영화 속에 흠뻑 빠졌는지 그래서 여운이 얼마나 짙게 남는지의 정도에 따라 좋았던 영화 혹은 조금 아쉬웠던 영화로 분류하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극히 내 취향에 적합한, 내 마음에 쏙 드는 영화였다고 말하고 싶다.


두 손의 손가락으로는 셀 수도 없이 많은 김우진이란 배역의 배우들. 몰입도가 많이 떨어지겠구나 싶었다.

영화 속으로 들어가볼까 할 때면 또 금세 얼굴이 바뀌겠구나 싶었다. 얼굴은 바뀌었다. 전혀 다른 모습의 김우진이 계속 등장했지만, 어쩐지 더 빠져들게 만드는 것 같았다. 한효주라는 배우가 가진 능력이란 생각도 들고 전체적인 빨갛고 노란, 마치 단풍잎과 은행잎을 보는듯한 영상의 톤이 한결같이 흐트러지지 않았기에 충분한 몰입감을 주었다고 생각이 된다.

가을이란 계절을 참 애정 한다. 무엇을 하기에도 참 좋은 계절이라 생각하기에 사랑을 하기에도 참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을 하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가을은 외로운 계절, 낙엽이 떨어져 우울한 계절이라고들 말하지만 서로가 외로움을 느끼는 가을이야말로 서로 사랑하기 가장 좋은 때가 아닐까 싶다. 가을을 보는듯한, 가을이 느껴지는 듯한 영상의 톤과 전체적인 영화의 분위기에 취해 무언가에 홀린 듯 영화를 보지 않았나 싶다.


두 사람이 차 안에서 나누는 대화에서 많은 게 무너져 내렸다. 사랑은 이렇게 아프다. 이렇게 사랑은 아프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 많은 여운이 남고 아직까지도 머릿속에 떠 오른다. 이토록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아니 단순히 남자와 여자가 아닌 두 사람의 만남에 있어서 너와 나는 같을 수가 없다. 좋아하는 음식이 같고 비슷한 음악 취향을 가졌다고 해서 이 사람이 나와 운명이다 라고 말하기엔 너와 나는 다른 게 너무나 많이 존재한다. 허나 또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렇게 다른 게 많은 우리 둘이지만 이렇게 같은 것도 존재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처럼 우연과 운명, 그 아슬아슬한 경계의 구분은 결국 우리가 결정하고 판단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이 영화.

사랑을 말하는 영화를 볼 때면, 자연스레 내 지난 사랑을 돌이켜보게 된다. 나도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는 않았는지.. 겉으로는 정말 너를 위하고 너만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지만, 정작 속으로는 내 생각을 먼저 하기 바쁘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한 사람이 떠 올랐다. 우리 둘의 대화가 이 영화 속 대사로, 이 영화 속 대사들이 우리 둘의 대화였다.


진심은 참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사랑이 끝이 나고 모두 보냈다고 생각했던 마지막 순간에 느껴지기도, 매일매일이 반복되는 크게 변하지 않는 일상 속에서 문득 떠오르기도 하기에 그렇게 진심은 항상 어렵기에 무엇보다 소중하다. 꽤나 빠른 시일 내에 다시 틀어보리란 걸 확신한다. 또 울컥하고 생각이 많아지겠지만, 그 생각들이 내겐 소중하다.

세상엔 눈을 감아야 보이는 게 있고,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