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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우 Aug 01. 2021

지독한 현실주의자를 위한 5일간의 산티아고 순례길 1

1.프롤로그

  그냥 '순례길'이라고만 해도 스페인 북부를 가로지르는 카미노 데 산티아고 Camino de Santiago의 그 길이 연상된다. 이제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다녀왔고, 수많은 여행기가 출간되었고, 또 누구에게는 마음속의 버킷리스트로 자리매김하기도 한다.


  그 순례길에 대한 다큐멘터리나 책을 보면 가슴이 설렐 수밖에 없다. 순례길에 대한 여정 자체가 낭만적이다. 열 몇 시간을 비행기를 타고 파리에 도착해 기차를 타고 출발지인 프랑스 남부의 생장으로 간다. 생장에서 순례자 여권을 만들고, 준비물을 보완한 후 다음 날 피레네 산맥을 넘는다. 나폴레옹 위인전에서나 보던 그 피레네 산맥을 넘는 것이다. 외딴 반도의 우리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국경을 도보로 넘어가 보는 경험도 해보게 된다. 산을 넘으며 들을 가르며 이국정인 정취에 빠져들고 전세게에서 온 여행자들과 친구가 된다. 새로운 음식을 먹고 처음 경험하는 숙소에서 머물게 된다. 길 위에서 수많은 에피소드를 만들어내고 자기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도 해본다. 그리고 마침내 800km의 여정을 마치고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 앞에 멈춰선다.


 너무나도 멋진 일이다. 인생의 큰 이정표가 될 수도 있다. 돌아와서 '산티아고 블루'에 빠지더라도 경험해 보고 싶은 여정인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큰 걸림돌이 하나 있다. 순례길을 가기 위해 돈이야 모으면 되지만, 시간은 모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몇 년간을 계획해서 비행기 티켓,  열차 티켓, 숙소 비용, 식비, 튼실한 배낭, 알맞은 무게의 스틱 등 적금을 들듯 하나 하나 준비할 수는 있다. 그런데 직장에 매인 월급쟁이라면 한 달이 넘는 일정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직장인만이 아니고 자영업에 종사하든, 사업을 하든 한 달이 넘는 시간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이렇게 우리는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히게 된다.



 이제는 옛날 말이 되어버린 욜로YOLO를 외치며 호기롭게 사표를 날리고 훌훌 한두달 떠나면 정말 좋겠지만, "지독한 현실주의자"인 나같은 사람들은 엄두도 못 낼 일이다. 당장의 밥벌이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밥벌이라는 다소 거친 표현을 사용했지만 가족을 위한 생계 유지라는 소중한 가치를 쉽게 놓아버릴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생각해보고나면 선택은 세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꿈은 꿈일 뿐이라며 순례길 여정을 저멀리 하늘로 날려버리는 것이 첫 번째 선택이고, 은퇴 이후로 시기를 미루는 것이 두 번째 선택지가 된다. 마지막 할 수 있는 선택은 나의 상황에 맞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보다는 훨씬 적극적인 방법이다.


 내가 찾은 나의 방법은 휴가 첫날 출발하여 귀국한 다음날 출근 할 수 있는 일정과 5일간 가능한 여정을 고민하는 것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나누어 순례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특히 육로로 접근이 가능한 유럽내의 사람들은 휴가를 이용해 구간별로 순례길을 걷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올레길을 구간별로 나누어 걷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나한테 맞는 현실적인 방법을 찾으면 된다.


 앞으로 연재할 내용은 나같은 "지독한 현실주의자"들도 순례길을 떠날 수 있도록 현실적인 방법을 제안하는 것이다. 일주일 휴가로 떠날 수 있는 구간과 각 일정에 대한 정보 그리고 5일간의 기록, 비행기와 열차를 예약하는 방법을 포함할 예정이다.


이제 여행이 시작된다.


부엔 까미노.

Buen 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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