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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젼세이 Mar 13. 2024

시간을 쓴다는 건

현재 나는 가치 있게 쓰고 있는 중인가?




최근 불필요한 것들을 정리했다. 가장 먼저 인스타그램 알림을 눈앞에서 꺼버렸다. 오늘의 릴스를 확인하라는 둥, 관심 없는 알림으로 핸드폰을 보고 3초도 안 되어 실망하는 롤러코스터에서 내려오고 싶었다. 그다음 소외되고 싶지 않아 껴있던 모임에서 조용히 나왔다. 



이렇다 한들 큰일이 일어난 건 없었다. 알림을 받지 않아도 트렌드를 벗어나 나의 취향은 여전했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은 모임이 아니어도 연이 얽히고 설켜 계속 이어졌다.  



달라진 건 ‘시간의 질’이다. 꽉 차있던 공간을 비우고 나서야 여유 자리가 생겼다. 얼마만의 몰입이었는지.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등 의미 있는 것들로 기쁘게 시간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 '무엇으로 시간을 밀도 있게 채우고, 물고 늘어지는지'가 삶의 만족도를 좌우한다는 걸 크게 깨달았다. 



제대로 된 곳에 몰두한 날은 몸이 먼저 알았다. 그저 충만하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해냈다는 사실과 뿌듯함에 잡생각 없이 곯아떨어졌다. 반면 목적 없이 엉뚱한 곳에 시간을 쓴 날은 공허했다. 무얼 하고 있는 건지, 잘하고 있는 게 맞는지. 확신이 서지 않아 눈을 감고도 잠이 오지 않았다. 그 이유는 현실에 내가 없어서였다. 이상과 과거에 살던 나는 현재에 집중하지 못해 불안했다. 



현재 나는 가치 있는 곳에 시간을 쓰는 중인가.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왔다. 이유와 목적을 알고 의미 있는 곳에 몰입 중인지. 시간 대비 효용도 잊어선 안된다. 야속하지만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흐른다. 같은 1년을 써도 식물처럼 뿌리를 내리고 양분을 축적했으면. 잘 쓴 시간으로 성장한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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