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젼세이 Apr 04. 2024

내면이 단단한 사람

번복하지 않는다


금요일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연애남매>를 보는 날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챙겨보는 연애 프로그램은 없었는데, 이건 좀 달랐다. 복잡한 남의 연애에 끼어든 느낌이 아니라, 설렘을 강요받는 듯한 기분이 들지 않아 편안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을 청순, 귀여움, 섹시, 댄디 등 이미지로 나누지 않아서 좋았다. 매력이 외적인 모습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성격에서 묻어 나오는 말과 행동도 그만큼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 내면에서 느껴지는 단단함에 그 사람을 다시 보게 된다. 이번 <연애남매>를 보면서 세승에게 그 매력을 느꼈다. 데이트 상대였던 정섭과 나눈 대화를 듣고, 같은 여자지만 참 멋진 사람이라 생각했다.



출처: JTBC <연애남매>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본인의 태도를 결정한다라. 되게 곱씹게 되는 말이다. 변동성이 크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내가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인 '태도의 기준'을 세운다는 거니까. 돌아보니 부끄럽다. 지금까지의 나는 눈앞에 펼쳐진 원치 않은 상황에 당황스러워했던 것 같다. 딱 거기까지였다.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모든 감정과 에너지를 쏟아서, 이후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할지 생각해보지 못했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과거를 되짚어보면서 '그때 이러지 말걸' 후회했다.



올해의 다짐이 생각났다. '번복은 없다. 결정을 밀고 나간다. 지나간 일에 후회는 없다. 앞만 본다.' 1월 1일 뼛속 깊이 느꼈다. 새해부터 일이 터졌었다. 서울로 올라오는 모든 교통수단이 매진되어서 진땀을 뺐다. 사전에 예매한 기차는 1시간 이상 지연된 상태였다. 약속이 있어 제시간에 무조건 가야 하는 상황이라 취소표가 나오는 대로 고속터미널-기차역을 왔다 갔다 했다. 서울로 내려오는 방향으로 티켓을 잘못 예매하고. 도로에서 혼자 발을 동동 굴렀다.



같이 있던 아빠가 한마디 하셨다. "지금은 딱 하나만 결정해서 그곳으로 가야 해. 거기서 취소표를 구하던지, 다음 차를 기다리던지. 그 이후의 일은 네가 감당해야 할 몫이야." 아프지만 맞는 말이었다. 기차역과 터미널. 둘 중에 어디로 갈지 결정해야만 무엇이든 타고 서울로 갈 수 있었다. 선택을 번복했을 땐 방향조차 정하지 못해 나아갈 수 없었다. 어디에도 도착하지 못한 채 그저 도로 위에 있을 뿐이었다. 



벌써 4월이다. 2024년의 1분기가 지났다. 지금의 나는 1월에 결심한 대로 선택한 길을 가고 있다. 릴스로 대박 난 주변의 소식이 들릴 때마다 퍼스널 브랜딩에 혹하는 건 여전하지만, 의식적으로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최대한 내 선택에 집중하기 위해 그동안 고민하고 정리한 흔적들을 다시 찾아서 읽어본다. 그래도 부러움이 잔상에 남으면 노트를 꺼낸다. 그리고 적는다. 그게 정말 나의 욕망이 맞는지, 아니면 불안함에 일시적으로 느끼는 감정인 건지. 내면의 레이어를 깊게 들춰본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는다.


선택했으면 뒤돌아 보지 않는다. 번복하지 말고 끝을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진짜 힘을 빼는 기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